"부끄러운 줄을 알게! 결국 공산당의 '동무들' 중 한사람이 천만 리라를 따내다니 그럴 수가 있나? 왜 그런 지저분한 일일랑 부르조아의 반동분자들에게나 맡겨두지 못했나? 훌륭한 공산당원이라면 이마에 피땀을 흘려서 돈을 벌어야 하는 줄 모르나?"
"난 여기 농담을 하러 온 게 아니요, 신부님. 복권을 한 장 산게 어째서 죄가 됩니까?"

....(중략)...

"아니, 머리가 어떻게 된 건 내가 아니고 자네야. 복권이란 무엇이며 어떤 작용을 하는가? 가령 어떤 폭군에 의해서 강제수용소의 징역을 선고받은 사람이 1천명 있다고 가정해 보세. 그리고 매일같이 먹을 것이라곤 형편없는 빵조각 하나씩밖에는 없다고 치세. 그들이 굶주림과 싸우기 위해서 어떤 짓을 하는지 알고 있나? 각자가 하루 배급받은 빵의 5분의 1을 떼어서 자기 이름을 쓴 종이 쪽지 하나와 함께 그 폭군에게 주는 거야. 그럼 폭군은 이 종이를 전부 모자에 넣어서 일요일마다 하나씩 제비를 뽑지. 행운에 당첨된 이름의 사나이는 자기 동료들이 그동안 내놓았던 빵의 절반을 받게 되고 나머지 절반은 폭군이 수고비조로 가져버리네. 그러니까 9백 99명의 불쌍한 죄수들은 혹시나 하는 희망을 가지고 자기 식량의 5분의 1을 폭군을 살찌우는데 바치고 있는 셈이지. 결국은 그런 추첨으로 꾸준히 계속해서 득을 보는 사람은 폭군 한 사람 뿐인거야. 이건 자본주의자의 착취와 똑같이 잘 알려진 이야기일세."

빼뽀네는 참을 수 없다는 듯이 어깨를 움츠려 보였으나 돈 까밀로는 아랑곳않고 계속 열변을 토했다.

"그러니 그따위 미끼에 현혹되지 말게, 동무! 노동자들로 하여금 프롤레타리아 혁명을 제외하고 달리 자기 운명을 개척할 방법이 있다고 믿게 하는 것은 뭐든지 다 노동자를 해롭게 하고 그들의 적을 이롭게 하는 거란 말야. 복권 같은 것에 한몫 낌으로써 자네는 대중의 이상을 배신하는 행위를 한 셈이네!"

... 죠반니노 과레스끼의 [돈 까밀로와 빼뽀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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