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단편집이지만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 책

마니아를 위한 세계 SF 걸작선
아이작 아시모프 외 지음, 정영목, 홍인기 옮겨 엮음 / 도솔 / 2002년 7월

초호화작가군을 자랑하는 이 단편집은 SF에 입문하려는 초보독자들에게는 최적의 선택이 될듯한 책이다. 다양하고 재미있는 단편들이 빼곡히 들어차있는데 나름대로 각각의 작품이 상당히 유명하고 걸작으로 칭송받는 작품들이라 부담없이 즐겁게 읽을수 있는 책이다. SF의 불모지인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보면 SF인구를 확대하고 SF의 저변을 확대하는데 기여할수있는 길잡이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해낼수있는 단편집이라고 생각된다.

각각의 작품에 대한 선호도나 작품성에 대한 평가는 각개인마다 천차만별일것이므로 보는 사람에 따라서 다른 견해가 나올수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모두 상당히 재미있게 읽었던 작품으로서 소장용으로 구입해서 감상할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한가지 정말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 책에 실린 단편들중의 대다수가 이미 다른책을 통해서 접했던 작품들이라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 그동안 출간되었던 SF단편집들을 보면 중복출판되는 작품들이 너무나 많아서 그야말로 그나물에 그밥인 상황이 10년넘게 지속되고있다는 생각이 든다. 한마디로 특정작품들만 계속해서 재탕,삼탕 꾸준히 출간되고있는 반면에 국내에 소개되지않은 새로운 작품들은 출판되는 경우가 상당히 드물다. 결국 국내에서 번역출간된 SF를 읽는 사람들은 계속해서 읽은 작품을 되풀이해서 만나게되는 일이 벌어지게된다.

아직까지 SF독자층이 엷은 상황에서 이미 작품성과 흥행성에서 검증받은 안전한 작품만을 우려먹는 출판사의 심정이 이해가 가기도 하지만 앞으로는 보다 다양하고 새로운 작품들을 많이 소개해줬으면 좋겠다. SF매니아가 아니며 원서를 구해볼만한 여유가 안되는 나같은 평범한 독자입장에서는 SF를 좋아한다해도 이미 읽어본 단편들이 수두룩하게 섞여있는 단편집들이 출판사와 제목만 바뀌어서 우려먹기식으로 나올때마다 번번히 구해서 읽을수는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책자체로서는 훌륭하지만 현실적으로 국내SF출판문화풍토와 연관지어 생각해보면 상당한 아쉬움이 드는건 어쩔수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