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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상비과학대전 1
야나기타 리카오 지음, 후데요시 주니치로 그림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01년 9월
평점 :
품절
벌써 제목부터 '나는 재미있는 책이에요'라고 이마에 써붙인듯한 느낌을 주지 않는가, <공상비과학대전>이라니. 이 책은 국내판 뉴타잎이나 혹은 일본판 뉴타잎을 애독한 독자라면 이미 상당히 친숙할 내용으로 뉴타잎에 연재되던 시리즈물을 모아서 제작한 단행본이다. 재미야말로 대중문화가 반드시 갖춰야 할 최고의 미덕이요 가치라고 생각하는 나같은 사람에게는 더할나위없이 훌륭한 서적이 될것이다.
나는 대중문화에 있어서 재미라는 요소는 형편없는 작품성에 대한 면죄부가 되고도 남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런면에서 이 책은 참으로 훌륭한 책이다,왜냐하면 재미있으니까. 지난 90년대중후반쯤이었던가 영화속의 장면들을(주로 SF영화나 액션영화)과학적으로 분석하고 비평해서 그 허구성을 파헤치는 글들이 한창 인기를 끌던 시절이 있었다. 비슷한 주제로 발행된 단행본들도 꽤나 인기를 끌었었고 TV에서도 영화관련프로그램에서 영화속에 나타난 장면들에 대한 과학적분석을 곁들여서 보다 재미있게 영화를 볼수있는 또다른 하나의 시각을 제시하기도 했었다.
현실속에서는 물리법칙의 제약으로 인해 도저히 불가능한 일들이 영화속에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표현되는 현상을 지적하고 꼬집어내면서 재미를 주는 이런 풍토는 이젠 식상하게 느껴질 정도로 일반화되었으며 영화에서 시작된 이러한 비과학적구라끄집어내기는 이후 드라마,소설,애니,게임,만화등으로 확산되어나가며 독특하고 재미있으며 새로운 감상법을 제시하게된다.
이책은 바로 일본의 애니-특촬물속에 등장하는 각종 설정들과 장면들을 현실적인 물리법칙의 잣대를 가지고 과학적으로 분석해서 설명한 책이다. 일단 책의 성격이 성격인만큼 각종 물리법칙과 공식들이 지면을 뒤덮고있기때문에 어느정도 기초적인 과학지식이 있으면 그만큼 더 재미를 느낄수 있겠지만 딱히 전문적인 과학지식이 없더라도 예시된 각종 인기애니들을 감상하면서 즐겁고 재미있게 읽어나갈수 있는 책이다.
울트라맨,도라에몽,우주전함 야마토,마징가제트,큐티하니,고지라,콤바트라브이등 일본의 인기애니메이션과 특촬물의 설정과 장면들을 예로 들면서 그러한 가상공간속의 법칙들과 장면들이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한것인지 꼼꼼하게 따지는 내용으로 구성되어있는데 각 소주제 하나하나가 너무나 재미있고 흥미진진하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들이라 아주 즐겁게 읽어나갈수있다. 그러고보면 정말 이러한 가상공간속의 법칙들은 누가 만든것인지, 이곳에서도 절대적으로 통용되는 법칙들이 깨지지않고 유지되는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본적이 있었던가.
왜 로봇은 인간형이어야만 하는지 야마토가 실제로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날아가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울트라맨의 변신제한시간이 고작 3분이라는 사실이 얼마나 웃기는 일인지 콤바트라브이가 실제로 합체를 하게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마징가제트의 스위트홈인 광자력연구소를 보호하는 배리어의 수수께끼는 무엇인지 이 책을 읽어보면 속시원히 그 해답을 알수있다. 그저 막연히 아무생각없이 보던 만화영화-특촬물에서 보여지는 그러한 법칙들과 설정들에 의문을 가지고 이를 과학적으로 설명하고 해명해보고자하는 작가의 기발한 발상이 돋보이는 책으로서(요즘 같으면 별로 기발할것까지는 없겠지만) 일본의 애니메이션과 특촬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가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책이다.
한가지 조금 아쉬운점이 있다면 작가의 나이가 나이니만큼 책에서 다뤄지는 작품들이 주로 70년대-80년대에 방영된 작품들이라서 90년대이후의 최신작들은 다뤄진 작품이 거의 없는데 그러나 어떻게보면 그 시절에 유년기를 보냈던 나같은 사람들에게는 추억의 향수를 듬뿍 느끼게해준다는 장점이 될수도 있겠다. 가면라이더와 사이보그009에 열광했던 청년들이여 - 이 책을 읽으며 당신들의 유년기의 히어로들을 만나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