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 책을 발견했을때 상당히 의아하게 생각했던건 작자가 정비석이라는 사실이었다. 정비석이라면 지난 50년대 자유부인이라는 소설로 사회에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작가라는 사전지식만을 가지고 있던 나로서는 1950년대에 소설을 쓰던 작가가 이 책을 썼다는게 뭐랄까 그 시간의 간극에서 일종의 신기함과 경외감이 느껴졌다고나 할까. 정비석이라면 그저 자유부인의 작가로서 옛날 다큐멘터리프로그램이나 뭐 지난 과거의 문학사조를 설명하는 프로그램에나 나올법한 작가로 생각했었는데 그 작가가 쓴 소설이 90년대에도 꾸준한 인기를 끌며 스테디셀러로 팔리다가 드디어 그 명성을 듣게된 내가 직접 구해서 읽어보게 되었다는게 나로서는 마냥 신기하게만 느껴졌던 것이다.이 작품은 중국의 춘추전국시대를 배경으로 당시 가장 위대한 병법가이자 지금까지 그 위명을 천하에 떨치고 있는 손무와 그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천하제일궁극최강상성찰떡콤비막강파트너인 천하제일의 무장 오자서를 주인공으로 하여 병법서의 대명사인 손자병법이라는 명저가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아주 흥미진진하게 그려내고 있다. 희대의 영웅호걸들과 간악한 악당들, 천하절색의 미녀들과 목숨을 초개같이 버리며 충성을 다하는 만고의 충신들,주군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치는 장수부터 일신의 부귀영화를 위해 신의를 헌신짝처럼 저버리는 소인배까지 정말 극과 극을 달리는 온갖 다양한 인간군상들이 얽히고 섥히며 저마다의 꿈과 이상과 목적을 위해 치열하게 각축전을 벌이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는 비단 춘추전국시대에만 국한된 상황은 아닐것이다. 현재에 와서도 그 형태는 달라졌어도 이 지구촌에서 전쟁이란 존재가 사라지지 않고 있으며 우리들이 삶 자체도 총탄없는 전쟁터를 헤치고 나가는 소리없는 아우성과도 같은 아수라장이자 전쟁 그 자체가 아니던가.이 작품에는 손무와 같은 시대를 살았던 대철학가 공자도 까메오로 우정출연(?)을 하는데 일찌기 젊은 시절 왕성한 혈기에 무력으로 모든것이 해결되리라 믿었던 손무가 말년에는 무력의 한계를 깨닫고 공자의 철학에 감화되어 공자의 학문을 공부하며 여생을 보내려는 결심을 하게된다. 실제로 이 두 사람이 만났더라면 과연 당시 정국에 다소라도 변화가 일어났을런지? 작가인 정비석은 극중 공자가 손무의 병법서를 칭찬하는 대목을 통해서 직접적으로 손자병법을 칭찬하고 있는데 이 대사들은 작자인 정비석 자신이 손자병법에 대해 생각하는 바를 그대로 직설적으로 언급한 듯한 느낌이 든다. 비록 전쟁터에서의 무력의 사용법에 대한 병서이긴 하지만 그 원리를 치세에 이용하면 정치매뉴얼이 되고 기업운용에 적용하면 훌륭한 기업원리가 되며 상업에 이용하면 세일즈가이드가 되고 인간관계에 응용하면 인간관계론 교과서가 된다는식의 - 한가지 이치는 만가지 이치에 통한다는 그 말 말이다. 이 책은 물론 춘추전국시대를 배경으로 한 한편의 흥미진진한 무협소설로서의 재미도 있겠지만 이와 함께 과거의 교훈을 통해 삶의 지혜를 배울수있는 책으로서 참으로 유용하고 재미있게 읽을수있는 책이라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