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 - 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 1
죠반니노 과레스끼 지음, 김명곤 옮김 / 민서출판사 / 1999년 5월
평점 :
절판


성당에 다니던 어린시절 처음으로 접하게 되었던 작품이다. <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시리즈는 당시 성당에 다니던 애들사이에서는 꽤나 유명하고 많이 읽혔던 책이었고 카톨릭에서 발행되는 각종 잡지에도 주로 만화형식으로 단골로 자주 실렸었던 소설이었다. 20세기초중반의 이탈리아의 어느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예수와 돈까밀로 신부와 빼뽀네읍장의 3명을 주인공으로 한 각종 에피소드를 모아놓은 책으로 조반니노 과레스끼라는 사람이 작자라고 한다. 아직 어린시절이었던 중학생시절에 이 책을 읽으면서 약간 충격을 받았던 건 돈까밀로 신부의 캐릭터 설정이었다.

뭐 의인화된 예수그리스도나 공산주의자인 깡패읍장이야 그렇다쳐도 다혈질에 단순무식과격하고 툭하면 주먹을 휘두르는 깡패신부인 돈까밀로의 모습이 내게는 상당히 신선하고 생소한 모습이었다. 아니 신부님이 어떻게 주먹을 휘두르고 욕설을 퍼붓고 저토록 과격하고 급진적인 행동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샷건을 난사하며 사람들을 위협하는가하면 욱하는 성미에 툭하면 들고 일어나 사람들과 투닥거리는 모습이라니, 저것이 과연 카톨릭사제의 모습일수가 있단 말인가 라는 생각을 하게 해줬던 돈까밀로신부.

그러면서도 예수그리스도 앞에서는 어린애처럼 어리광을 부리는가하면 신경질을 내기도 하고 몰래 부모님돈을 삥땅치는 꼬맹이처럼 거짓말을 하기도 하는등 아주 알콩달콩 재미있게 사는 모습을 보여준다. 암만 과격하고 피가 끓어넘치는 성미이지만 그래도 예수그리스도의 말에는 꼼짝못하고 분을 못이겨 식식거리면서도 고분고분 말잘듣는 어린애같은 모습이 마치 유비를 섬기는 장비의 모습이요 송강을 섬기는 흑선풍이규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항상 성당 십자가에 매달린채로 돈까밀로의 말을 들어주고 상담을 해주고 친구가 되어주는 예수는 그야말로 돈까밀로신부의 아주 좋은 친구요 상담자요 스승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살살 달래고 어르면서 사이좋게 지내는 모습이 너무나 인간적이고 매력적이기 그지없다. 그리고 돈까밀로와 사사건건 대립하면서 항상 문제를 일으키는 트러블메이커인 공산주의자 깡패읍장 빼뽀네는 돈까밀로의 최고의 라이벌이자 적수이지만 결코 미워할수 없는 순박하고 소탈하고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시골사람이다.

80년대에 국민학교와 중학교를 다니면서 나는 책속에서 공산주의자가 이처럼 인간적이고 소탈하고 소박한 모습으로 묘사된 내용은 처음 보았다. 빼뽀네와 돈까밀로는 라이벌이자 견원지간으로서 매사에 서로 부딪치고 충돌하면서 티격태격하지만 가끔씩은 서로 타협하고 협력하기도 하면서 그 와중에 알게 모르게 동지애와 우정이 쌓여가며 전형적인 적 그리고 동반자의 관계로서 애증이 얽히는 관계로 발전해나간다. 이 작품이 처음 발표되고나서 폭발적인 반응에 힘입어 후속편이 계속해서 나오면서 시리즈화가 이루어졌다고한다.

아무튼 어린시절에 무척이나 재미있게 읽었던 아름다운 동화였다. 카톨릭사제도 욕하고 주먹쓰고 성깔이 더러울수도 있다는 것, 공산주의자라고 무조건 늑대머리뒤집어쓴 냉혈한들이 아니라 충분히 인간적이고 따뜻한 피가 흐르는 똑같은 사람들이라는것을 내게 일깨워준 작품이었다. 그리고 너무나 인간적인 매력과 개성과 친근감이 철철 넘쳐흐르는 돈까밀로와 빼뽀네와 예수그리스도라는 세명의 캐릭터를 가슴속에 새겨넣어줬던 추억속의 명작 - 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 너무나 멋져버린 폭력사제 돈 까밀로 화이팅! 주먹쓰는 열혈과격폭력신부의 모습이 이렇게 멋있을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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