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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레터 - Love Letter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얼마전 '해이'님의 블로그에서 러브레터 ost 'small happiness' 영상을 볼 수 있었습니다. 피아노 소리가 예쁘다고 느낀 곡은 많지 않았는데(제가 곡을 들을 줄 몰라서ㅠ;), 이제 누군가 피아노 소리 예쁜 곡 추천해 달라고 하면 말 할 수 있는 곡이 하나 더 늘게 된 것 같습니다. 참 진부한 표현이긴 하지만, 유리 구슬이 도로록~ 굴러가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한 마디로 말해서 듣는 순간, 매료되었지요.
그러면서 이 영화에 대해 약간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사실 제가 일본 작품은 책이건 영화건 그닥 좋아하진 않아요. 영미 소설쪽을 훨씬 더 좋아하죠. 일본 작품은 좀...뭐라할까요, 뜨뜻미지근해서 '그래서 어쨌다는 거야?;' 이런 생각이 많이 드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어떤 것은 심리 묘사가 너무 치밀해서 제가 그 감정을 느끼기도 전에 이미 느낄 감정을 미리 알게되어서 음...꼭 보물찾기 할 때 제가 직접 찾고 싶었는데 남이 찾아서 나에게 줄때의 그 허망함(?) 같은 것도 좀 느끼고요. 아무튼, 저에겐 썩 좋은 이미지는 아니었어요. 그런데 그런 것이 조금씩 공감이 가고, 이해가 되는 시기가 있는지, 지금 저는 막 그 시기에 발을 디딘 경우인 것 같아요.
순전히 'small happiness'에서 출발 한 호기심에 이 영화를 봤는데 역시나 미지근 했어요. 그래도 스토리가 좀 흥미로워서 계속 보고 있었는데 그 장면이 나오더군요.
"おげんきですか わたしは 元気 です (잘 지내시나요? 저는 잘 있어요.)"
눈 밭에서 외치는 이 장면은 종종 봤었는데 왜 그리 유명한 장면인지 단번에 이해가 갔습니다. 머리로 이해를 하기도 전에 몸이 먼저 반응하더군요. 저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고 있었거든요. 계속 지지부진하게 감정을 끌어오다가 탁 터뜨리는 그 장면, 조용한 클래식만 듣다가 갑자기 하드락을 들을 때 만큼의 데미지 수준이었습니다.
오겡끼데스까ㅡ 와따시와, 겡끼데쓰ㅡ.
수도 없이 반복되는 이 대사는 일본어가 아닌 그 감정 자체로 다가왔습니다. 히로코의 연인, 이미 죽은 이츠키가 있는 저 먼 세상에서만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인것 같습니다. 영화의 뒷 부분은 이 장면에 뭍혀버릴만큼 '대단한 장면'이라고 밖에 표현이 되질 않습니다(다 저의 모자란 글빨 탓이죠ㅎ;).
마지막 장면에서 저에겐 러브레터의 시작점인 'small happiness'가 나오자 달콤한 디저트인마냥, 용솟음 쳤던 제 마음이 부드럽게 잔잔해졌습니다. 이 곡의 악보를 뽑아서 꽤 오랫동안 쳤습니다. 제 실력으로 감정이 실린 '연주'를 했다고 하기엔 턱없이 부족하고 그냥 손가락으로 악보를 읽는 수준이지만 영화의 여운이 꽤 길었는지 계속해서 쳐도 쉽게 질리지 않았습니다. 한 달 정도 치니까 이젠 좀 질리긴 합니다만...ㅎ;;
어쨌든, 대단한 영화였습니다. 제가 느낀 감정을 색으로 나타낸다면 보다 쉬울 것 같은데 글로 표현하자니 제 모자란 언어 구사력이 원망스럽기만 합니다. 저의 어설픈 언변을 덧붙이면 이 여운을 되려 망칠것만 같아 두렵습니다. 그냥 어설프게 내뱉어서 이상한 형상으로 만들지 말고 그냥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것이 최고인 것 같네요ㅎ 언제 다할지 모르지만, 참 오래 갈 것 같은 영화입니다.
small happiness
ps. 해이님, 영화 추천해주셔서 고마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