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외계인을 만나다 - 책벌레 선생님이 아이들과 함께 시를 쓰고 놀며 배운 행복의 법칙
권일한 지음, 반예림.이가진 그림 / 우리교육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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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어떤 분의 책을 읽었습니다. 이분은 외계인이 학교에 있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책의 제목을 <학교에서 외계인을 만나다>로 정했습니다. 이곳에는 그동안 외계인들과 나눈 수많은 사연들이 인간의 언어로 번역되어 있습니다. 책 제목을 보는 순간부터 어떻게 외계인들과 소통할 수 있을까? 외계인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궁금하고 또 궁금했습니다. 외계인들의 내밀한 언어의 세계로 들어가 봅시다.

 

먼저 학교에서 만난 외계인들은 느낌이 아주 좋습니다. 아니, 느낌을 솔직하게 표현합니다. 전제현이란 외계인은 날씬한 엄마가 누나와 동생이 남긴 밥을 먹느라 삼겹살 배가 됐다고 하네요. 이런 어머님 어쩌나? 최호현 외계인은 보험회사고 마트도 가는 엄마가 여군같다고 하네요. 김소희 외계인은 마음이 참 착한 것 같습니다. 보일러 고치는 수리 기사님에게 자신과 똑같은 나이의 아이가 있는 것보고 이렇게 말하네요.

 

보일러 아저씨는 참 힘들겠다.

아직도 보일러 고치니까!

..

아저씨 집 아이도 나처럼 아빠를 기다리겠다.

 

 

전은희 외계인은 엄마는 자는 척했다고 가짜로 화낸다.’고 하네요. 에구! 아이들이 엄마의 속셈? 까지 파악하고 있습니다. 보이는 대로 말하고, 생각하는 대로 써내려 갑니다. 그런데 그들의 마음이 어찌 맑은지 읽는 저의 마음까지 따뜻해 집니다.

 

두 번째 특징은 솔직하게 고백을 잘합니다. 이정영 외계인은 병원에 다녀온 아빠가 자신을 안아주니 빨리 나으세요. 아빠 사랑해요!’ 말하네요. 집에 놀러 온 친구 주혜에게 다음엔 자기 집에 밥 먹으러 오면 설거지시킨다네요. 주혜 외계인이 읽으면 아마 안 갈 것 같은데...

비평적 시각도 많아요. 김찬묵 외계인은 잘난척하는 똑똑한 사람보다 맛있는? 돼지가 낫다네요. 조성권 외계인은 투표에 대해 한 마디 하네요. 섬뜩합니다. 모두 옮겨 볼게요.

 

오늘 선거.

엄마, 아빠는 투표하려 간다.

누구를 뽑을지는 모른다.

누가 되는지도 모른다.

자기가 되려고 몸부림친다.

 

어떤가요? 결국 선거도 자신을 위해서 하는 거니 자기가 돼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사회를 바라보는 아이들의 눈이 어찌나 예리한지 저의 마음을 들킨 것 같아 겁이 납니다. 좀 더 오래 살았다고, 힘이 더 세다고 억지 부리고 우기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탐욕만 가득한 저의 모습을 말입니다.

 

학교에 있는 외계인들은 참 이상하네요. 그들이 언어는 인간의 은밀한 생각을 포착해내고, 포장된 가식의 행위를 뚫고 들어옵니다. 어쩔 때는 맑은 물과 같다가도 어쩔 때는 거울처럼 있는 가식 없이 보여줍니다. 분명 학교에 있는 외계인들은 아주 어리지만 지구의 어른들보다 훨씬 높은 지능이 높고 세계를 통찰하는 뛰어난 감각을 가진 것이 분명합니다. 이런 외계인들과 사는 선생님은 어떤 분인지 참 궁금합니다. 저는 한 달도 못 버티고 삼십육계 줄행랑칠 것 같은 데 말입니다. 그래서 아이들의 시에 덧붙여 놓은 선생님의 설명도 읽어 보았습니다. 일하시는 할아버지를 위해 붕어빵을 사가는 김형규 외계인의 이야기를 이렇게 풀었네요.

 

하루에 일곱 번 오가는 버스 기다리면서 붕어빵 식을까 걱정하고, 할아버지에게 따뜻한 붕어빵 드리려고 가슴에 품는다.”(37)

 

가슴에 품는다. 이 표현이 제가 그런 것처럼 느껴지네요. 할머니를 욕심도 없는 아이라고 표현한 이수연 외계인에게는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할머니 자신이 길러낸 자녀들이 할머니가 기른 것들을 먹으며 건강하게 자라는 걸 보는 욕심. 이 욕심 때문에 할머니는 땀 흘리면서도 힘든 줄 모르고 일하신단다.”(41)

 

그렇죠. 할머니도 욕심이 있답니다. 당신의 자녀들이 잘 자라기를 바라는 욕심이요. 이렇게 1부에서는 학교에서 살아가는 외계인들의 언어를 해독하더니 2부에서는 본격적으로 외계인을 알아내고 다루는 방법까지 소개하네요. .. 이 책만 읽으면 지구에 침공한 외계인들을 정복하기는 시간문제인 듯합니다. 미국인들은 독립기념일만 되면 외계인들이 침공한다며 두려움에 떨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이 책은 선물로 주고 싶네요. 외계인을 알아내는 방법 10가지도 있습니다. 이곳에 보면 지구인처럼 행동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외계인들입니다. 몇 가지 특징을 알려드릴 테니 잘 살펴보십시오. 먼저 외계인은 순간을 삽니다. 내일이 없습니다. 방금 말하고 잊어버립니다. 건망증이 심하다고 생각하지만 알고 보면 이들을 외계인들입니다. 외계인들은 외계인을 알아봅니다. 그러나 자신이 어느 별에서 왔는지 모릅니다. 지구의 대기 진입하면서 급작스러운 대기압 때문에 기억을 상실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자신들끼리는 서로가 외계인 것을 금세 알아챕니다. 그리고 서로 비밀을 공유하죠. 정말 특이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이 외계인들은 수렵, 채집 활동을 즐긴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가끔 학교를 벗어나 산속을 헤매거나 길 가 밤나무 밑에서 떨어진 밤송이를 줍기도 합니다. 이것은 순전히 자신들이 외계인이 아님을 위장하기 위한 전술전략이 분명합니다. 슈퍼맨도 보세요. 어리바리하고 수줍어합니다. 그런데 슈트를 갈아입으면 천하무적이 되죠. 그런데 왜 하필이면 공중전화기 부스 안에서 갈아입는지 나 원 참! 이젠 대부분이 휴대폰을 사용해서 공중전화 부스는 찾기도 힘든데 말입니다.

 

책을 읽으면 글과 잘 어울리는 그림이 많습니다. 이 그림은 누가 그렸을까요? 권일한 선생님이 외계인들을 잘 길들여 지구인처럼 만들어 놓았습니다. 이젠 자라나서 대학교에 들어가 함께 그림을 그리고 있답니다. 외계인도 지구인처럼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존재로 성장한다니 놀랍네요. 저의 집에도 외계인이 몇 명 살고 있습니다. 이 외계인들은 어느 행성에서 온지는 몰라도 자꾸 휴대폰으로 십만 광년이 훨씬 넘은 미확인 은하에 메시지를 보내곤 합니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외계인들의 언어는 저를 혼란스럽게 합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었으니 외계인 따위는 걱정도 없습니다. 감정이입하고, 마음을 나누고, 산책도 같이 하면 외계인들이 잘 길들여진다고 합니다. 이런 신기한 책을 읽다니요. 오늘부터 외계인 정복 들어갑니다. 짜잔~ 기대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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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바질의 성령에 관하여
성 바질 지음, 주승민 옮김 / 올리브나무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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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덜덜.. 바질(Basil the Great)의 책이 번역되어 있다니..... 삼위일체교리에 강력한 영향력을 끼친 교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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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한 뿌리
한나 앤더슨 지음, 김지호 옮김 / 도서출판100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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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범한데 평범하지 않다. 특별하지 않은데 특별하다. 인간의 언어란 이토록 한계가 많단 말인가? 책을 읽고 서평을 써야 하는데 마음에 담긴 것들을 글로 표현하기 너무 힘들다. 그러나 너무 좋은 책. 그래서 에세이 형식을 빌려 몇 자 적었다. 



지구가 오염되기 전, 인류는 땅 깊은 곳에서 퍼 올린 지하수를 마셨다. 지하수는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다. 대지에 흐르는 강물과 같지 않아 부유물이 없고 맑고 청명하다. 세상에 수많은 책이 있다. 어떤 책은 잉여 영양분으로 녹조 현상이 일어나지만, 어떤 책은 오염되지 않은 지하수처럼 맑고 시원하다. 지하수와 같은 책, 바로 이 책이다. 읽으면 읽을수록 영혼이 맑아짐을 느낀다. 글은 작가의 영혼을 투영한다. 동일한 사물을 관조하지만 어떤 작가는 생동감을 준다. 어떤 작가는 차가운 바다 표면을 뚫고 비추는 석양과 같다. 어떤 작가는 깊은 산속 옹달샘처럼 청아하다. 글 속에 작가의 마음이 그대로 투영된다. 이 글은 그 어느 것에 비해도 어울리지만, 특히 깊은 산속 샘물 같고, 반석을 뚫고 올라오는 시원한 지하수와 같다.

 

저자는 여성이다. 그녀는 남편과 함께 버지니아에 있는 블루리지산맥에 살고 있으며, 시골마을에서 목사인 남편과 함께 사역을 한다. 모든 책은 저마다 향기를 지낸다. 난 이 책의 제목을 보는 순간 꼭 읽어야 한다는 운명에 사로잡혔다. 더욱 마음에 들었던 건 표지다. 오래된 책처럼, 그러나 방금 출간된 책이기도 한 이 책의 표지는 연두색의 그윽한 표정을 짓고 있다. 한참 책을 읽고 나서야 왜 표지를 이렇게 해야만 했는지를 잡았다. 그랬다. 이 책은 자연을 묵상한 글이다. 그녀의 일상이 글이 된 것이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완벽하고자 했던 자신의 서툰 삶에 대한 반성이다.

 

어느 날 갑자기 무력해질 때가 있다.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지가 불과 얼마 전인데 한 순간에 무너진다. 완벽주의는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영혼을 파괴하고 가벼운 짐도 무겁게 만드는 신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완벽주의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너는 하나님이 아니야.”

 

나의 한계를 알아가기. 하나님을 의존하는 것은 죄도 아니고 부끄러운 것도 아니다. 그것은 나의 한계를 알고 나보다 더 지혜로운 하나님께 겸손히 의탁하는 것이다. 이렇게 겸손의 뿌리는 성육신, 피조물됨, 육체적 존재, 그리고 인간의 한계에 대한 신학적 진리들을 탐구’(11)한다. 모두 3부로 크게 구분했고, 11가지의 주제를 담았다. 시골 목회를 하면서 자연과 사람들에게서 배우고 듣고 깨달은 것을 글로 옮겨왔다.

 

날 것의 평화, 그것은 들이 백합화 속에 깃들 평화하다. 산상수훈의 중심에 걱정이 자리한다. 걱정은 자신을 통제하지 못해 일어난다. 들의 백합화를 보자. 자신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있을까? ? ? 바람? 심지어 영양분도 스스로 얻지 못한다. 주어진 환경 속에서 그저 최선을 다해 자라갈 뿐이다. 주님은 들의 백합화를 보라 하신다. 그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이 몇이나 될까? 우리는 큰일보다 작은 일이 통제되지 않을 때 더 걱정한다. 우리는 늘 무엇을 먹을까? 입을까? 걱정한다. 고상하고 중대한 것으로 걱정하는 것은 극히 일부다. 우리의 걱정은 아주 사소한 것에서 시작되고 머문다. 우리는 삶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하지만, 내게 한계가 있다는 것은 인정해야 한다.

 

소박하고 검소한 문장으로 이어지는 저자의 묵상은 마음 한켠에 숨겨둔 사소한 고민들이다. 단아한 문장과 고백으로 정화해 나간다. 포도나무 뿌리 썩음에 대해 이야기 할 때 생소한 용어와 이야기들이 있었지만 겸손이 무엇인지 잘 유비시켜 주었다. 뿌리, 그러니까 가시적 환경에서 벗어나 있는 곳에서 교만이 침투한 것이다. 보이지 않는 교만은 우리가 겸손해지려는 시도까지도 부패시킨다.’(70)

 

교만은 나를 잃어버리는 것이다. 자신을 잃어버리는 사람은 교만해진다. 그리스도인은 하나님을 떠나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그것을 알 때, 예수님을 의지하게 된다. 신비롭다. 단지 뿌리 썩음에서 교만을 발견하고, 예수님께 의탁하는 삶을 유비시킨다. 자연을 통해 하나님의 뜻과 영적인 통찰을 퍼 올리는 두레박 같은 저자의 글은 문장 하나하나가 감동이다. 척박하고 메마른 사막을 걷는 듯한 이들에게, 추운 겨울 무거운 짐을 지고 언덕을 오르는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이번 책은 담아둔 문장이 많이 몇 개를 이곳에 옮겨 왔다.

 

 

염려나 걱정으로부터 면역된 장소는 없었다. 30


우리가 자연스러운 인간의 한계들을 등한시할 때, 우리는 스스로 하나님의 자리에 앉게 된다. 53


겸손은 우리 자신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며, 세상에서 우리의 위치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다. 74

 

겸손은 인간 이성의 한계를 가르쳐준다. 169

 

겸손은 그저 상황에 대한 나의 이해가 틀리 수도 있다는 여지를 두는 것이다. 172


겸손은 자신이 가진 것과 다른 사람의 것을 비교하라고 가르치지 않는다. 겸손은 우리가 이 땅에 태어났을 때, 가졌던 것과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비교하라고 가르친다. 198


겸손은 자원을 거부하라고 가르치지 않는다. 그 대신 선물로 받아들여서 하나님이 영광을 위해서 그리고 이웃을 위해서 사용하라고 가르친다. 204



겸손은 자원을 거부하라고 가르치지 않는다. 그 대신 선물로 받아들여서 하나님이 영광을 위해서 그리고 이웃을 위해서 사용하라고 가르친다. 204쪽

겸손은 자신이 가진 것과 다른 사람의 것을 비교하라고 가르치지 않는다. 겸손은 우리가 이 땅에 태어났을 때, 가졌던 것과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비교하라고 가르친다. 198쪽

겸손은 그저 상황에 대한 나의 이해가 틀리 수도 있다는 여지를 두는 것이다. 172쪽

겸손은 인간 이성의 한계를 가르쳐준다. 16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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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를 엿보다 : 다니엘 일상을 변화시키는 말씀 3
바바라 륭 라이 지음, 송동민 옮김 / 이레서원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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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탄탄하고 명징하다. 모호한 다니엘서를 백 쪽 남짓의 작은 분량임에도 다니엘서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를 명료하게 풀어낸다. 다니엘서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눠진다. 첫 부분은 1-6장이며 그 안에는 6개의 "궁정 이야기"(court tale)로 이루어져 있다. 두 번째 부분은 7-12장까지다. 이곳은 일인칭 환상들로 채워져 있다. 전반부가 개관적 서술이라면 후반부는 다니엘에 체험한 개인적 환상이다. 저자는 우리에게 우리의 신앙에 담긴 신비의 요소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하는 질문과 씨름하는 데 놓여 있다는 것’(112)이다. 이 책에서 저자의 메시지는 신비. 일단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 보자.

 

서론에서 저자는 다니엘이 처한 큰 국가적 위기’(10) 속에 있음을 상기시킨다. 위기는 곧 하나님의 존재에 대한 물음으로 이어진다. 다니엘서의 핵심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권자이신 하나님이 여전히 모든 일을 다스리고 계심을 일깨’(10)워 준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국가적으로 고난과 위기 속에 있는 살아가는 수많은 다니엘들에 대한 이야기인 셈이다. 자신의 죄 때문이 아닌, 자신이 통제할 수도 없는 상황 속에서 살아가는 이 땅의 다니엘들에게 다니엘서가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저자는 이것을 신비를 살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중국계 캐나다인인 저자는 이민자이며, 동시에 포로적 정황에 맞닿아 있다. 다니엘의 상황은 미래에 대한 비전을 체험했지만 여전히 포로라는 현재의 삶 속에 살아가고 있다.

 

다니엘서의 순서는 연대기적이지 않다. 첫 여섯 장에서 하나님이 이 땅의 사건들에 개입하셔서 세 이방 왕의 다스림 아래 놓인 다니엘과 그 친구들의 생명을 지키고 보존하셨다’(21)고 증언한다. 그러나 나머지 7-12까지에서는 천상의 영역으로 끌고 올라가 하나님의 신비한 사역이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니엘서는 논리적 순서로 엮었지만 역사적 순서는 따르지 않은 것이다. 궁정 이야기가 펼쳐지는 사건과 사건 사이에 후반에 소개되는 천상의 환상들이 삽입 되어 있다. 15쪽의 표를 참고하면 명료하게 이해할 수 있다. 저자는 다니엘서를 읽는 세 가지 방식을 제언한다. 첫째는 묵시문학으로 읽을 것, 둘째는 예언 문학으로 읽을 것, 나머지는 지혜 문학으로 읽는 방법이다. 결국 서론에서 저자는 다니엘서는 위기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의 다니엘들에게 현재를 해석하는 프레임으로서 다니엘서를 읽도록 요구한다. 그것은 보인 미래와 닫힌 현재라는 긴장이 만들어낸 신비.

 

신비는 보인 미래와 닫힌 현재 사이에서 그리스도인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이다. 저자는 2장에서 초반부인 궁정 이야기를 다룬다. 아마도 풀무불에 던져진 이야기와 사자굴 던져진 다니엘의 이야기는 주일학교에서 빠지지 않는 단골 메뉴다. 여섯 개의 이야기는 포로 된 하나님의 백성들의 운명을 살피시는 하나님을 소개한다. 즉 하나님은 유대뿐 아닐 모든 나라와 열방 가운데서도 주인이시다. 저자는 이곳에서 데이비드 발레타의 의견을 빌려와 ‘1-6장은 적대적인 통치자의 지배에 맞서는 저항문학으로 해석될 수 있다.’(29)고 말한다. 실제로 다니엘과 세 친구들은 신하들에 의해 조종되는 왕에게 저항한다. 그들의 고난은 저항의 결과다. 즉 그들은 시대의 흐름에 저항함으로 죽지 않고 살아간다. 저항의 결과는 고난이고, 고통이지만 하나님께서 그들과 함께하심으로 공동체는 파괴되지 않는다. 여섯 개의 이야기는 하나님께서 포로 된 백성들을 보호하시며, 열방들 가운데 참된 주권자’(48)이심을 선언하는 것으로 종합된다.

 

이곳에 필자의 의견을 가필(加筆) 해 본다면, 여섯 개의 이야기 속에는 숨겨진 하나님의 실체가 드러난다는 점이다. 왕의 음식을 먹지 않았지만 더 윤택한 얼굴을 한 것은 숨어계신 하나님이시다. 풀무 속에서 보았던 다른 한 명 역시 사람이 아닌 숨겨진 하나님의 드러남이다. 꿈의 해석과 벽에 쓰인 글씨를 해석하는 것 역시 하나님으로 인한 것이다. 다니엘은 닫힌 현재 속에서 하나님의 계시를 통해 해석하고 예언한다. 다니엘의 중요한 임무 가운데 하나는 현재를 계시를 통해 여는 것이다. 우리는 열린 틈을 통해 모든 나라와 역사의 주권자이신 하나님을 발견한다.

3장은 7장부터 시작되는 천상의 이야기로 넘어간다. 후반부는 포로인 현재의 상황에서 벗어나 궁극적으로 해방되는 모습’(50)이며, ‘하나님의 백성이 영원한 부활과 기업을 받게’(51) 된다. 삼인칭에서 갑자기 일인칭으로 넘어간다. 삼인칭은 사건을 객관적으로 보게 한다. 그러나 일인칭은 사건을 내재화시키면서 자기 고백적으로 보게 한다. 시점이 변화는 사건을 해석하는 관점의 변화를 유도한다. 1-6장까지의 사건 역사의 주권자로서의 하나님을 강조한다. 반면 7-12장까지의 일인칭 관점은 하나님과 다니엘과의 친밀성을 강조한다. 일인칭은 환상 사건의 배타적 속성을 강조하며 감추어진 하나님의 은밀함을 강조한다.

 

환상은 세 가지 특징을 갖는다. 먼저 그 환상들은 불가해한 성격’(52)을 가진다. 천사들을 통해 환상은 해석되고 의미가 드러난다. 그러나 드러난 의미조차 이해를 넘어서는 것’(53)들이다. 마지막 세 번째는 환상으로 인해 다니엘이 얼마 동안 깊은 괴로움을’(53) 겪게 된다는 것이다. 다니엘의 괴로움은 보이는 현재에서 계시된 환상의 이야기들은 자신의 인식으로 담기에 너무나 벅찬 것들이다. 저자는 다니엘서 본문을 살피는데 도움이 되는 세 가지 세계에 대한 상상을 해보도록 권면한다.

 

1. 본문 뒤에 있는 세계

2. 본문의/본문 속의 세계

3. 본문 앞에 놓인 세계

 

본문 뒤의 세계는 포로로 끌려간 역사적, 문화적, 사상적 배경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본문 속의 세계는 다니엘서의 분문의 문학적 차원이다. 본문 앞의 놓인 세계는 독자 자신의 삶의 정황이다. 세 가지 관점은 결국 하나님의 계시가 성경이나 과거 속에 묶여 있어서는 안 되고, 독자 자신의 독특한 상황 속으로 끊임없이 끌고 와야 할 것을 촉구한다.

후반부의 환상이 갖는 특징은 시간이다. 즉 역사는 표류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직접 조종해 가신다. 특히 8장 환상 속에 보이는 거대한 신상은 정한 때가 있음, 여러 날 이후라는 시간 안에서 성취될 것이다. 결국 이들의 운명은 사람의 힘을 빌리지 않고 파멸을 맞게’(67) 된다. 볼드윈의 지적처럼 다니엘이 기도하고 환상을 본 시기는 아직 그 포로 생활이 끝나지 않은 때’(73)이다. 그는 유배 상태이지만 이미 회복될 미래를 보고 있는 것이다. 이곳에서 소망이 시작된다.

 

나가면서

 

마지막에 다다랐을 때 처음 질문했던 신비를 다시 물었다. 저자는 이미 성취된 역사도 있지만 아직 깊은 신비로 남아 있는 부분들이 있다’(86), 그것을 독자의 몫으로 돌린다. 이것은 마치 그리스도인은 이미 종말을 알고 있지만, 내일과 모레의 이야기는 아직 닫혀 있다. 그 부분은 신자들이 살아가야 할 몫이다. 그런 의미에서 다니엘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우리는 때로는 삼인칭의 관점에서 역사의 주관자이신 하나님을 묵상해야 한다. 그러나 때로는 일인칭의 관점에서 하나님과 친밀한 교제를 나누며 현재에 침투한 종말을 소망 가운데 살아 나가야 한다. 우린 아직도 다니엘처럼 듣고도 깨닫지 못(12:8)’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우리는 그 마지막을 알고 있다. 종종 닫힌 현재 때문에 수없는 실존적 질문을 던지지만 역사는 종말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저자는 현재의 독자들이 다니엘의 경험을 전유(appropriation)’하도록 충고한다. 전유(專有)라는 이 독특한 단어는 도용(盜用)’ 또는 전용(轉用)’의 의미를 가진다. 다니엘의 경험을 객관적 차원에 방치하지 말고 자신의 것으로 끌어오는 것을 의미한다. 즉 그것은 일종의 모방이며, 재현이다.

 

전유는 본문과 독자 사이의 교차점에서 이 둘의 상호 작용을 통해 발생하며, 되새김(reliving)과 재현(reexpressing)의 두 단계에 걸쳐 진행된다.”(99)

 

무술가들이 책이 있는 고대 무술을 연마하려면 재현(再現)의 과정을 거친다. 책을 읽고 그대로 따라 해 본다. 그러면 끊어진 장면과 장면 사이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무술가들은 몸의 길을 알고 있다. 일반인들은 서로 다른 두 장의 그림을 이해할 수 없다. 그러나 무술가들은 본 다음 시연하여 몸으로 반복 재현한다. 그러면 어느 순간 끊어진 그림들이 이어지게 된다. 다니엘서라는 텍스트 속에 잠긴 하나님의 신비는 현대 독자들에게 난해한 고대의 그림이다. 그러나 삶으로 재현해 나갈 때 하나씩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는 다니엘서가 지닌 신비는 현재의 독자들에게 다니엘서의 전체적인 메시지와 씨름하고 이를 전유하도록 모든 독자들을 초청’(113)하는 것에 반응하는 것이다. 다니엘서는 끝이 났다. 그러나 우리들이 살아가야 할 신비는 여전히 남겨져 있다. 오늘 다니엘이 미처 말하지 못한 하나님의 신비를 몸으로 살아가야 할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두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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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이 우울증에 빠졌을 때
전문우 지음 / 누림북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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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왔다. ‘딩동’ ‘누구세요?’ ‘택뱁니다.’ 그렇게 도착한 책은 포장지가 뜯기는 순간 아내의 품에 안겼다. 그리고 만 하루가 가기 전 아내는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었다. 그리고 지금은 양산 남부시장에서 구입한 배추와 삼천 원 동치미용 무를 잘라 김장을 하고 있다. 말이 김장이지 배추 한 포기도 아니다. 무엇을 넣어야 할 줄 몰라 나에게 묻지만 나의 대답은 늘 편하게 해이다. 편하게, 그러니까 아무렇게나 해도 난 잘 먹으니 잘하려고 하지 말라는 것이다. 난 오후부터 이 책을 임대하여 잠깐 책을 읽고 있다. 고작 세 시간 즈음에 다 읽고 말았다. 한 번 읽기 시작하자 블랙홀에 빠져들 듯 정신없이 읽고 말았다. 훑어 읽기가 아닌 정독인데도 말이다. 이렇게 흡입력 있는 책은 처음이다. 전에 셜록 홈스 시리즈에 빠져 그렇게 읽을 적이 있지만, 이 책은 호기심을 자극하지 않음에도 알 수 없는 뭔가가 나를 끌어당긴다. 읽는 모든 독자가 그렇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아내와 나에게는 순식간에 읽히는 책이다.

 

아내가 집을 나갔다. 아내는 그야말로 치열하게 살았다. 십 년을 넘게 세 아이들을 키우면서 홀로 그렇게 지내왔다. 여자 홀몸으로 살아온 세월이 십 년 하고도 몇 년을 더 넘겼으니 그 살아온 삶의 굴국을 어쩌다 알 수 있으랴. 그런데 올봄 나와 결혼을 하면서 사역을 내려놓게 되었고, 그 후로 심한 우울증세를 겪었다. 저자는 우울과 우울증은 다르다고 한다. 우울이 가끔씩 찾아오는 불청객 같은 손님이라면, 우울감은 하루 24시간 겪어야 하는 고통 그 자체이다.

 

우울증은 슬프고 괴로운 감정 탓에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를 말한다. 마음뿐만 아니라 몸에도 영향을 미치는 보다 심각한 상태이다. 인생의 모든 것이 잘 돌아가고 있을 때도 극도의 슬픔을 느끼게 된다. 심지어 자살 충동까지 이어지는 극심한 고통의 우물 상태이다.”(40)

 

불과 30초마다 우울증으로 자신의 목숨을 끊는다는 통계도 있다. 아내는 책 중간에 첨부된 우울증 셀프 체크리스트(44) 읽더니 거의 다 해당되네.’라며 으스레를 떤다. 난 아내의 말이 장난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아내는 그동안 살아 있으나 죽은 듯한 삶을 살았다. 버려지고 소외된 체 살아왔다. 언제나 죽음을 생각했고, 아이들에게 유언도 남겼다. 자신이 없어도 행복하게 잘 살아야 한다. 그것이 유언이다. 결혼 후 아내와 나는 가끔씩 의견 충돌이 생겼다. 이전에는 서로가 왕이었지만 결혼 후, 한 지붕 아래 두 명의 칸이 공존할 수는 없었다. 모든 것에 순종적인 아내지만 자녀 교육에 있어서는 조금도 물러서려 하지 않았다. 철저하게 통제하고 공부에 몰입하도록 만들었다. 많이 허용적인 나에게 아내의 요구는 부당해 보였다. 두 가정이 만나다 보니 이것저것 조율해야 할 의견도 많았다. 물질적으로 어려워지면서 마음의 여유가 사라진 탓인지 언성 높이는 일도 가끔 일어났다.

 

아내가 집을 나갔다. 집 안 문제로 마음이 갈리고, 사역을 내려놓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이 아내를 짓눌렀다. 아마도 수술 후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져 할 수 있는 것도 점점 사라져 가는 탓도 있을 것이다. 거기에 나의 투정까지 겹치니 아내는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놓인 것이다. 이 책의 처음 몇 장은 독서 에세이 형식으로 떠내려간다. 정말 평이한 문장과 설득은 편안함을 준다. 그러나 중반 이후로 넘어가면서 에세이 형식을 벗어나 치밀한 정신의학적 담론을 언급한다. 특히 정신 병원이 치료가 아니라 환자들을 의사들의 실험 연구용으로 사용한다는 이야기들은 섬뜩하게 만들었다. 전에도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는 로젠한 박사의 가짜 환자 이야기는 진정한 정신 치료라는 것이 존재나 할까?라는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 아내에게 물었다.

 

읽고 나니 어때요?”

평이한 것 같은 데 읽을수록 마음이 치유가 되는 것 같아.”

 

그렇다면 평이한 책이 아니다. 이것은 마음을 치료하는 묘약이다. 어떤 책은 강열하고 지독하게 몰입하게 하지만 어느 순간 맛이 떨어진다. 다시는 읽고 싶지 않은 젊은 시절의 불장난 같은. 그러나 어떤 책은 평범한듯하면서 묘한 매력을 가진 책이 있다. 읽으면 읽을수록 울렁거림이 사라지고, 편안해지는 책이다. 남성의 고향이 여성이라면, 독자의 고향은 책이다. 읽을수록 영혼의 깊은 울림을 주는 그런 책, 바로 이 책이다.

 

책이 과연 우울증을 치료할까? 다만 아내와 나의 특별한 케이스일까? 호기심에 우울증독서라는 키워드로 인터넷을 검색하니 이곳저곳에서 우울증의 비약물 치료의 대표적 예로 독서와 걷기를 추천한다. 걷기는 햇빛을 쬠으로 멜라토닌을 발생시켜 기분을 전환해 주고, 독서는 전두엽을 활성하고 한 곳에 몰입하게 하여 행복감을 준다고 한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테베의 도서관을 영혼을 치유하는 곳이라고 불렀고,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입구에는 영혼을 위한 약상자라는 말이 적혀 있었다고 한다. 이렇듯 아주 오래전부터 책은 사람의 마음을 위로해주고 치유해주는 힘이 있었다.”(22)

 

그냥 편하게 읽었을 뿐인데 아내는 마음이 훨씬 편하다고 한다. 책이라고 같은 책은 아닌 것 같다. 우울증 책은 우울증을 유발하는 책이 아니다. 내가 아닌 누군가도 우울증으로 힘들어하고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고통의 무게는 좀 더 가벼워진다. 매장마다 중요한 책에서 가져온 이야기와 문장으로 채워진 글들은 마음을 다독여 주면서 적절한 정보를 제공해 준다. 그냥 편하게 읽지만 읽고 나면 이것저것 공짜로 얻어간 느낌이 든다.

 

왜 이리 마음이 편하지? 마지막 장을 다 읽고 책을 덮었을 때 받은 느낌이다. 내용도 좋았지만 뭔가 더 있는 것 같아 책을 다시 펼쳐 살펴보았다. 사진이었다. 해바라기, 낙엽, 한적한 시골길, 우체통, 들꽃....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 마음이 편하다. 그랬다. 이 책은 글도 좋지만, 사진도 좋다. 그런데 이 많은 사진은 다 어디서 가져온 것일까? 저자 자신의 찍은 사진일까? 어쨌든 책이 좋다. 집 나간 아내가 돌아왔으니 말이다. 아내가 집 나간 남편들이여 이 책을 선물해 보라. 가정은 화목해지고, 삶을 더 풍요로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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