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물리 좋아하세요? - 평범한 아침에 만나는 열한 번의 양자 수업 ㅣ 프린키피아 12
채드 오젤 지음, 하인해 옮김 / 21세기북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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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저는 인문학을 전공했습니다. 자연스럽게 문학이나 철학, 역사 분야의 책을 많이 읽어왔고, 과학은 제 전공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분야였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일부러 과학책도 찾아 읽고 있습니다. 특히 양자컴퓨터 연구가 빠르게 발전하면서 ‘양자’라는 말이 뉴스나 산업 분야에서도 자주 등장하다 보니, 양자컴퓨터를 이해하려면 그 바탕이 되는 양자물리부터 조금은 알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제는 역시 진입장벽이었습니다. 양자역학이라고 하면 슈뢰딩거의 고양이, 불확정성 원리 정도의 이름은 들어봤지만, 그것이 실제로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선뜻 설명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제목부터 대놓고 질문을 던지는 <양자물리 좋아하세요?>를 읽게 되었습니다.





저자인 채드 오젤은 미국 유니온 칼리지의 물리학 교수로, 메릴랜드대학교에서 화학물리학 박사학위를 받고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에서 레이저 냉각 원자 충돌 연구를 했습니다. <1초의 탄생>, <우리집 강아지에게 양자역학 가르치기> 등 일반 독자에게 물리학을 설명하는 책을 꾸준히 써온 저자이기도 합니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양자물리를 설명하는 출발점입니다. 저자는 거대한 입자가속기나 우주 같은 특별한 공간으로 독자를 데려가지 않습니다. 대신 아침에 눈을 뜨고 집을 나설 때까지 우리가 매일 반복하는 일상에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알람 시계, 전기레인지, 휴대전화 카메라, 인터넷, 냉장고 자석, 토스터, 연기 감지기 같은 익숙한 물건들이 차례로 등장합니다. 


목차 구성도 재미있습니다. 일출에서는 중력·전자기력·강한 상호작용·약한 상호작용을 다루고, 빨갛게 달아오른 발열체에서는 플랑크의 양자 가설로 넘어갑니다. 디지털 사진에서는 광전 효과를, 알람 시계에서는 원자와 시간 측정을, 인터넷에서는 레이저를 만납니다. 이후 후각, 고체 물질, 컴퓨터 칩, 자석, 연기 감지기, 양자 암호까지 이어집니다. 즉 ‘양자역학 제1장, 제2장’ 식으로 이론을 쌓아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실제로 만지는 사물을 따라가면서 필요한 개념을 하나씩 꺼내는 방식입니다. 





인문학을 공부한 제게는 이 방식이 특히 잘 맞았습니다. 저는 공식 자체보다 어떤 질문에서 하나의 개념이 태어났는지,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을 바꾸어왔는지를 따라갈 때 훨씬 재미를 느끼는 편입니다. 이 책에는 수식이 등장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과학적 내용을 단순한 비유로 얼버무리지 않습니다. 이중 슬릿 실험이나 광전 효과, 프라운호퍼선, 행렬 역학처럼 실제 물리학의 발견 과정을 따라가면서 ‘무엇이 정답인가’보다 ‘인간은 어떻게 이것을 알아냈는가’를 보여줍니다. 

​특히 기억에 남았던 것은 과학자들이 처음부터 정답을 알고 있던 천재들로 그려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플랑크는 자신의 양자 가설을 임시적인 수학적 방법처럼 여겼고, 밀리컨은 실험으로 아인슈타인의 이론을 뒷받침하고도 그 이론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아인슈타인·포돌스키·로젠의 주장은 훗날 틀린 것으로 밝혀졌지만, 그 문제 제기가 양자 얽힘 연구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런 대목을 읽으면 과학도 결국 완성된 정답의 집합이 아니라 의심하고, 틀리고, 다시 검증하면서 만들어진 인간의 지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무엇보다 이 책의 장점은 양자물리를 ‘나와 상관없는 기묘한 이론’에서 ‘이미 내가 매일 이용하고 있는 세계의 작동 방식’으로 바꿔준다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휴대전화 카메라의 센서는 빛의 입자성과 연결되고, 반도체는 전자의 파동성과 관련되며, 평범한 냉장고 자석에도 양자적인 원리가 숨어 있습니다. 


​<양자물리 좋아하세요?>는 저처럼 인문학적 배경을 가지고 있지만 최근 양자컴퓨터나 현대 과학에 관심이 생긴 분, 양자역학을 공부해보고 싶지만 수식부터 등장하는 책에는 부담을 느끼는 분께 특히 추천하고 싶습니다. 과학 지식을 단순히 암기하기보다 발견의 역사와 일상의 사물을 통해 이해하고 싶은 독자에게도 잘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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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쓰기 성경 : 마태복음, 마가복음, 누가복음 - 손글씨와 성경의 콜라보 ㅣ 따라쓰기 성경
스쿨존에듀 편집부 지음, 최상훈 감수, 컨텐츠연구소 수(秀) 기획 / 스쿨존에듀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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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저는 특정 종교를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종교 자체에는 오래전부터 관심이 많았습니다. 성경뿐 아니라 불교 경전이나 여러 종교의 사상과 이야기를 접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성경과 관련된 책들도 조금씩 읽고 있습니다. 다만 기독교인이 아니다 보니 성경을 읽는 일이 생각만큼 쉽지는 않았습니다. 기본적인 인물이나 유명한 이야기는 알고 있어도 성경을 직접 읽으면 낯선 용어나 시대적 배경 때문에 흐름을 놓칠 때가 있고, 익숙하게 들어본 구절도 정작 어떤 상황에서 나온 말씀인지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 제게 <따라쓰기 성경: 마태복음·마가복음·누가복음>은 성경에 조금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볼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마태복음, 마가복음, 누가복음 가운데 핵심이 되는 55구절을 골라 예수님의 탄생부터 가르침과 비유, 기적, 십자가와 부활, 승천까지 순서대로 구성한 책입니다. 세 복음서를 각각 처음부터 읽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흐름으로 엮어놓았기 때문에 성경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예수님의 생애를 따라가기 좋았습니다.





제가 이 책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필사’였습니다. 성경을 처음부터 읽으려고 하면 아무래도 분량과 낯선 표현 때문에 부담스럽습니다. 반면 하루에 한두 구절씩 직접 손으로 써본다면 훨씬 천천히 읽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 책을 펼쳐보니 먼저 연하게 인쇄된 글씨를 네모 칸에 맞춰 따라 쓰고, 아래에 같은 말씀을 다시 직접 써보는 방식입니다. 그냥 눈으로 읽을 때는 무심코 지나쳤을 단어나 문장의 구조도 손으로 쓰면 한 번 더 들여다보게 됩니다.


특히 마음에 들었던 것은 성경 필사만 덩그러니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사진에서 볼 수 있듯 각 구절에는 짧은 설명이 붙어 있어 그 말씀이 어떤 맥락에서 등장했는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회개’, ‘복음’처럼 성경을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익숙하지 않을 수 있는 낱말도 간단히 설명해줍니다. 성경을 잘 아는 사람에게는 쉬운 내용일 수 있지만, 저처럼 기독교적 배경지식이 많지 않은 독자에게는 오히려 이런 작은 설명이 꽤 유용했습니다.





한글과 영어를 함께 볼 수 있다는 것도 재미있었습니다. 한글은 개역개정, 영어는 NIV를 사용하고 중요한 영어 단어에는 뜻풀이도 붙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구하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주실 것이요”라는 익숙한 말씀 아래에는 같은 내용의 영어 문장이 함께 제시됩니다. 이미 한글로 의미를 이해한 문장을 영어로 다시 접하기 때문에 부담이 적고, 성경 영어 표현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다는 점도 좋았습니다.


또 중간중간 ‘보너스 따라쓰기’가 있고, 자신에게 기억에 남은 말씀을 골라 자유롭게 써보는 부분도 있습니다. 단순히 정해진 문장을 기계적으로 베끼는 워크북이라기보다 읽고, 쓰고, 다시 생각하는 과정까지 이어지도록 만들어져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처럼 성경에 관심은 있는데 어디서부터 읽어야 할지 막막한 비기독교인 성인에게도 꽤 괜찮은 입문서라고 느꼈습니다. 어려운 해설서를 먼저 읽기보다 매일 한 구절 정도 직접 써보면서 ‘이 말은 어떤 상황에서 나온 것일까?’ 하고 궁금한 부분을 조금씩 찾아보는 식으로 활용해보려고 합니다.


물론 세 복음서 전체를 읽는 책은 아니기 때문에 이것만으로 성경을 깊이 이해할 수는 없습니다. 대신 본격적으로 성경을 읽기 전에 주요 이야기와 말씀에 익숙해지는 징검다리로 활용하기에는 좋습니다.  


그래서 <따라쓰기 성경: 마태복음·마가복음·누가복음>은 성경을 처음 접하는 어린이와 부모님은 물론, 성경 필사를 시작하고 싶은 분, 성경을 읽어보고 싶지만 낯선 용어와 방대한 분량 때문에 망설였던 분, 저처럼 종교는 없지만 종교와 성경이라는 텍스트 자체에 관심이 있는 분께도 추천하고 싶습니다.


하루 한 페이지씩 쓰다 보면 어느 순간 성경 속 인물과 이야기들이 전보다 조금은 친숙해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일단 저는 거창하게 창세기부터 계시록까지 돌진하지 않고, 연필 한 자루 들고 55구절부터 가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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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다라 세상 모든 소리를 적는 문자 - 한글 580년, 팍스 코리아나로 가는 길
이현준 지음 / 해향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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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국어국문학을 전공하다 보면 한글에 관한 이야기는 꽤 익숙해집니다. 훈민정음의 창제 원리부터 제자 원리, <훈민정음 해례본>, 사라진 옛글자까지 여러 차례 배우게 됩니다. 그래서 <가나다라: 세상 모든 소리를 적는 문자>를 처음 펼쳤을 때는 솔직히 ‘내가 이미 아는 이야기가 꽤 많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읽다 보니 이 책의 재미는 익숙한 지식을 지금의 한국어와 세계라는 맥락에서 다시 바라보게 한다는 데 있었습니다.


저자 이현준은 25년간 외국어 교육 사업을 해온 교육사업가입니다. 영어교육회사를 창업한 뒤 여러 외국어 교육 사업을 거쳐 현재는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학습 서비스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 역시 순수한 국어학자의 시선으로 훈민정음을 분석하기보다는, 오랫동안 ‘외국어를 어떻게 배우고 가르칠 것인가’를 고민해온 사람의 시선으로 한글의 가능성을 살펴봅니다. 이 점이 책의 성격을 꽤 분명하게 만들어 줍니다.





책은 의외로 신라 이야기에서 시작합니다. 9세기 바그다드의 이븐 쿠르다지바가 기록한 신라부터 페르시아와 신라의 교류, 문자와 문명의 관계를 지나 훈민정음으로 들어갑니다. 처음에는 ‘한글 책인데 왜 여기서 시작하지?’ 싶었는데, 읽다 보면 저자가 한글을 고립된 문자로 설명하기보다 오랜 문명 교류와 문자사의 흐름 속에 놓으려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롭게 읽은 부분은 역시 훈민정음 자체를 다룬 대목이었습니다. 세종이 창제한 훈민정음은 28자였지만 현재 한글 기본 자모는 24자입니다. 그 과정에서 아래아(ㆍ), 반치음(ㅿ), 여린히읗(ㆆ), 옛이응(ㆁ)이 사라졌습니다. 국어국문학과 출신에게 이 네 글자의 존재 자체는 낯설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묻습니다. 사라진 글자와 훈민정음의 제자 원리를 현대의 외국어 발음 표기에 다시 활용할 수는 없을까?





특히 저자가 ‘훈민정자(訓民正字)’가 아니라 ‘훈민정음(訓民正音)’이라는 이름에 주목하는 부분이 재미있었습니다. 훈민정음은 단순히 우리말을 눈에 보이는 글자로 옮기는 수단만이 아니라 소리를 정교하게 분석하고 표기하려 했던 체계였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훈민정음의 기본 자음은 발음기관의 모습을 본뜨고, 획을 더해 관련된 소리를 나타내도록 만들어졌습니다. 문자를 배우면서 동시에 소리가 만들어지는 원리까지 생각하게 만드는 구조라는 점은 지금 보아도 상당히 독특합니다.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어려울 수 있는 문자사와 훈민정음 이야기를 상당히 대중적으로 풀어냈다는 점입니다. 전공서처럼 세세한 음운론적 논의를 따라가야 하는 책은 아니어서 한글에 관심은 있지만 전문적인 국어학 책은 부담스러운 독자도 비교적 편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신라와 이슬람 세계의 교류부터 세계의 문자, 훈민정음 창제, 해례본의 발견과 오늘날 한국어의 확산까지 이야기가 계속 이어져 교양서로서 읽는 재미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한글날마다 듣던 ‘한글은 과학적인 문자입니다’라는 설명에서 조금 더 나아가 보고 싶은 분께 추천하고 싶습니다. 특히 한국어와 외국어, 문자, 역사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흥미롭게 읽을 만합니다. 국어국문학을 공부한 저에게도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을 복습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지식을 전혀 다른 방향으로 연결해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매일 너무 자연스럽게 ‘가나다라’를 쓰고 있어서 오히려 이 문자가 어떤 원리로 만들어졌고, 무엇까지 표현하려 했는지는 잊기 쉽습니다. <가나다라: 세상 모든 소리를 적는 문자>를 읽고 나니 한글은 이미 완성되어 박물관에 놓인 과거의 유산이라기보다, 여전히 질문해볼 거리가 많은 문자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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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 초인 수업 - 당신 안의 초인을 깨워줄 차라투스트라의 질문들
강용수 지음 / 다산초당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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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니체를 좋아해서 그의 책을 몇 권 가지고 있습니다. 흔히 접하는 니체 해설서가 아니라 실제 번역본으로 읽어왔기 때문에, 이번 <니체 초인 수업>도 단순히 ‘니체가 이런 말을 했다’는 식의 자기계발형 해설서라면 크게 끌리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제목에 ‘수업’이라는 말이 붙어 있지만, 제가 읽기에는 니체의 말을 현대인의 성공이나 자기계발 공식으로 단순하게 바꾸기보다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중심으로 초인이라는 개념을 다시 풀어내는 책입니다. 특히 ‘초인=남보다 강하고 뛰어난 사람’이라는 익숙한 이미지를 깨뜨리고, 끊임없이 자신을 극복하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가는 인간으로 설명한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저자 강용수는 고려대학교에서 서양철학을 공부하고 독일 뷔르츠부르크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철학자이자 고려대 철학연구소 연구교수입니다. 니체 철학을 오랫동안 연구해왔으며, 박사논문 「니체의 문화철학」이 국제 니체 연구 학술지 <니체 스튜디엔>에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를 비롯해 니체와 쇼펜하우어에 관한 여러 책을 써왔고, 니체의 <유고>도 번역했습니다. 대중적인 문장으로 철학을 풀어내면서도 원전 연구를 바탕에 두고 있다는 점이 이 책의 강점으로 느껴졌습니다.





책에서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마음이 넓고 오심이 된다고 해서, 존재의 의미를 저절로 깨닫는 것은 아니다”라는 대목이었습니다. 결국 실수를 하거나 자신이 초라해지는 순간에도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 속으로 계속 들어가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니체의 자기극복은 흔히 생각하는 ‘더 나은 내가 되자’와 상당히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 유능해지고, 더 성공하고, 더 강해지는 것이 자기극복이라면 결국 현재의 자신을 끊임없이 부족한 존재로 취급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책에서 말하는 극복은 자기 자신을 버리고 다른 존재가 되는 것보다는, 오히려 불편한 부분까지 포함한 자기 자신을 끝까지 들여다보는 데서 출발합니다.


그래서 “그림자를 보지 않아도 살아지긴 한다. 다만 그것 역시 부리워할 자리엔 흘리고 싶은 허무가 찾아온다”는 취지의 부분도 오래 남았습니다. 자신의 그림자를 외면한다고 당장 인생이 무너지지는 않습니다. 얼마든지 일하고, 사람을 만나고, 사회가 요구하는 일을 하며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나는 왜 이렇게 살고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대답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또 하나 좋았던 것은 긍정을 무조건적인 낙관으로 설명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니체의 긍정을 “거센 파도가 모든 것을 휩쓸어버린 삶의 고통과 허무가 영원히 되풀이된다 해도” 다시 모래성을 쌓는 어린아이의 태도에 비유합니다.


저는 이 대목이 니체의 운명애를 꽤 직관적으로 보여준다고 느꼈습니다. 모든 일이 잘될 거라고 믿는 것이 긍정은 아닙니다. 다시 무너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또 만들어보는 것. 결과가 영원히 남지 않는다는 사실 때문에 삶 자체를 무가치하다고 여기지 않는 것. 오히려 그런 태도가 니체가 말하는 긍정에 더 가까운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니체 초인 수업>은 니체를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는 ‘초인’, ‘영원회귀’, ‘운명애’, ‘힘에의 의지’ 같은 핵심 개념으로 들어가는 비교적 편안한 입문서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반대로 저처럼 이미 니체의 번역본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원전을 대체하는 책이라기보다, 자신이 읽었던 니체를 다시 정리하고 현재의 삶에 대입해보는 보조 독서로 읽기 좋습니다. 특히 요즘 말하는 ‘성장’과 ‘자기계발’에 조금 지친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니체가 말하는 초인은 매일 어제보다 1퍼센트씩 성장해서 마침내 완벽해지는 인간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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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역 오디세이 - 놀란 감독 영화 《오디세이》 원작 대서사!!
호메로스 원작, 손길영 편저 / 스타북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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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크카페 서평단으로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오디세이>는 저에게 처음 만나는 고전은 아닙니다. 약 10년 전에 이미 한 번 읽었던 작품입니다. 당시에도 오디세우스의 모험은 재미있게 읽었지만, 솔직히 10년이 지나 다시 이렇게 주목받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그것도 영화화 소식과 함께 대중적인 관심까지 크게 높아질 줄이야. 10년 전에 읽어둔 독자로서는 약간의 뿌듯함도 생깁니다. ‘나는 진작 읽었는데?’ 하는 쓸데없는 고전 선점자의 마음이랄까요.




호메로스의 <오디세이>는 트로이 전쟁이 끝난 뒤 오디세우스가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기까지 겪는 10년간의 방랑을 다룬 서사시입니다. 하지만 막상 읽어보면 단순한 ‘영웅의 모험담’이라고 하기에는 이야기가 상당히 복잡합니다. 오디세우스의 모험뿐 아니라 고향에 남겨진 아들 텔레마코스와 아내 페넬로페의 이야기, 신들의 개입,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이야기까지 겹쳐집니다. 무엇보다 약 3천 년 전의 작품이니 현대 독자에게 낯선 신과 인물, 지명이 쉴 새 없이 등장합니다. 재미있는 이야기인 것은 분명한데 원전으로 들어가려 하면 입구에서부터 이름표 확인 작업이 시작되는 고전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번 <초역 오디세이>에서 가장 크게 느낀 장점은 이야기의 재미가 아주 선명하게 드러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미 내용을 알고 읽는데도 술술 넘어갔습니다. 칼립소의 섬에서 빠져나오는 오디세우스, 파이아케스에서 만나는 나우시카, 폴리페모스의 동굴, 키르케와 세이렌, 스킬라와 카리브디스 같은 유명한 에피소드들이 빠른 호흡으로 이어집니다. 원전을 읽으며 이야기의 구조를 어느 정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지지?’보다는 ‘이 장면을 이렇게 쉽게 풀어냈구나’ 하는 재미가 컸습니다.





아테나는 텔레마코스에게 무조건적인 용맹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젊은이가 위험 앞에서 무모하게 행동하지 않도록 충고하고, 필요할 때는 지혜와 냉정한 판단을 먼저 요구합니다. 오디세우스 역시 귀향했다고 곧바로 왕궁으로 뛰어들어 구혼자들과 싸우지 않습니다. 변장한 채 자신의 왕궁으로 들어가 상황을 살피고, 누구를 믿을 수 있는지 확인하면서 때를 기다립니다.


이런 장면들은 10년 전보다 지금 읽을 때 오히려 더 재미있었습니다. 어릴 때 영웅 이야기를 읽으면 대단한 힘이나 용기에 먼저 눈길이 가지만, 나이가 들수록 언제 움직이고 언제 참을 것인가를 판단하는 능력도 힘이라는 사실이 보입니다. 


그리고 다시 읽으며 새삼 느낀 것은 <오디세이아>가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는 이야기라는 사실입니다. 외눈박이 거인이 사람을 잡아먹고, 마녀가 사람을 돼지로 만들고, 세이렌이 노래로 사람을 죽음으로 유혹하고, 괴물이 기다리는 해협을 통과하고, 죽은 자들의 세계까지 다녀옵니다. 겨우 고향에 돌아왔더니 자기 집에는 백여 명의 구혼자가 눌러앉아 있습니다. 





다만 <초역 오디세이>는 제목 그대로 ‘초역’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읽는 편이 좋겠습니다. 제가 10년 전에 읽었던 <오디세이아>와 이번 책의 독서 경험은 꽤 달랐습니다. 원전의 문학적 표현과 서사시 특유의 호흡을 충분히 맛보는 것이 목적이라기보다는, 방대한 이야기를 현대 독자가 빠르게 따라가면서 전체 구조와 주요 에피소드, 인물의 선택을 이해하도록 문턱을 낮춘 책에 가깝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저는 이 책을 <오디세이아>에 처음 들어가는 입문서로 추천하고 싶습니다. 고전은 읽고 싶지만 두꺼운 원전부터 시작하기 부담스러운 분, 그리스 신화의 수많은 이름 때문에 몇 번이나 포기했던 분, 오디세우스와 세이렌·키르케·폴리페모스 정도는 알고 있지만 전체 이야기는 모르는 분에게 특히 잘 맞을 것 같습니다. 영화 때문에 오디세우스 이야기에 관심이 생긴 분이 먼저 읽어보는 것도 괜찮겠습니다.


반대로 저처럼 이미 <오디세이아>를 읽은 사람에게도 나름의 재미가 있습니다. 오래전에 읽었던 이야기의 기억을 빠르게 되살릴 수 있고, 예전에는 모험 자체에 집중해서 지나쳤던 인물의 판단이나 선택을 다시 보게 됩니다. 저 역시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뒤 다시 읽으면서 같은 이야기가 전과 조금 다르게 들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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