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역 오디세이 - 놀란 감독 영화 《오디세이》 원작 대서사!!
호메로스 원작, 손길영 편저 / 스타북스 / 2026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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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크카페 서평단으로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오디세이>는 저에게 처음 만나는 고전은 아닙니다. 약 10년 전에 이미 한 번 읽었던 작품입니다. 당시에도 오디세우스의 모험은 재미있게 읽었지만, 솔직히 10년이 지나 다시 이렇게 주목받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그것도 영화화 소식과 함께 대중적인 관심까지 크게 높아질 줄이야. 10년 전에 읽어둔 독자로서는 약간의 뿌듯함도 생깁니다. ‘나는 진작 읽었는데?’ 하는 쓸데없는 고전 선점자의 마음이랄까요.




호메로스의 <오디세이>는 트로이 전쟁이 끝난 뒤 오디세우스가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기까지 겪는 10년간의 방랑을 다룬 서사시입니다. 하지만 막상 읽어보면 단순한 ‘영웅의 모험담’이라고 하기에는 이야기가 상당히 복잡합니다. 오디세우스의 모험뿐 아니라 고향에 남겨진 아들 텔레마코스와 아내 페넬로페의 이야기, 신들의 개입,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이야기까지 겹쳐집니다. 무엇보다 약 3천 년 전의 작품이니 현대 독자에게 낯선 신과 인물, 지명이 쉴 새 없이 등장합니다. 재미있는 이야기인 것은 분명한데 원전으로 들어가려 하면 입구에서부터 이름표 확인 작업이 시작되는 고전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번 <초역 오디세이>에서 가장 크게 느낀 장점은 이야기의 재미가 아주 선명하게 드러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미 내용을 알고 읽는데도 술술 넘어갔습니다. 칼립소의 섬에서 빠져나오는 오디세우스, 파이아케스에서 만나는 나우시카, 폴리페모스의 동굴, 키르케와 세이렌, 스킬라와 카리브디스 같은 유명한 에피소드들이 빠른 호흡으로 이어집니다. 원전을 읽으며 이야기의 구조를 어느 정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지지?’보다는 ‘이 장면을 이렇게 쉽게 풀어냈구나’ 하는 재미가 컸습니다.





아테나는 텔레마코스에게 무조건적인 용맹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젊은이가 위험 앞에서 무모하게 행동하지 않도록 충고하고, 필요할 때는 지혜와 냉정한 판단을 먼저 요구합니다. 오디세우스 역시 귀향했다고 곧바로 왕궁으로 뛰어들어 구혼자들과 싸우지 않습니다. 변장한 채 자신의 왕궁으로 들어가 상황을 살피고, 누구를 믿을 수 있는지 확인하면서 때를 기다립니다.


이런 장면들은 10년 전보다 지금 읽을 때 오히려 더 재미있었습니다. 어릴 때 영웅 이야기를 읽으면 대단한 힘이나 용기에 먼저 눈길이 가지만, 나이가 들수록 언제 움직이고 언제 참을 것인가를 판단하는 능력도 힘이라는 사실이 보입니다. 


그리고 다시 읽으며 새삼 느낀 것은 <오디세이아>가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는 이야기라는 사실입니다. 외눈박이 거인이 사람을 잡아먹고, 마녀가 사람을 돼지로 만들고, 세이렌이 노래로 사람을 죽음으로 유혹하고, 괴물이 기다리는 해협을 통과하고, 죽은 자들의 세계까지 다녀옵니다. 겨우 고향에 돌아왔더니 자기 집에는 백여 명의 구혼자가 눌러앉아 있습니다. 





다만 <초역 오디세이>는 제목 그대로 ‘초역’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읽는 편이 좋겠습니다. 제가 10년 전에 읽었던 <오디세이아>와 이번 책의 독서 경험은 꽤 달랐습니다. 원전의 문학적 표현과 서사시 특유의 호흡을 충분히 맛보는 것이 목적이라기보다는, 방대한 이야기를 현대 독자가 빠르게 따라가면서 전체 구조와 주요 에피소드, 인물의 선택을 이해하도록 문턱을 낮춘 책에 가깝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저는 이 책을 <오디세이아>에 처음 들어가는 입문서로 추천하고 싶습니다. 고전은 읽고 싶지만 두꺼운 원전부터 시작하기 부담스러운 분, 그리스 신화의 수많은 이름 때문에 몇 번이나 포기했던 분, 오디세우스와 세이렌·키르케·폴리페모스 정도는 알고 있지만 전체 이야기는 모르는 분에게 특히 잘 맞을 것 같습니다. 영화 때문에 오디세우스 이야기에 관심이 생긴 분이 먼저 읽어보는 것도 괜찮겠습니다.


반대로 저처럼 이미 <오디세이아>를 읽은 사람에게도 나름의 재미가 있습니다. 오래전에 읽었던 이야기의 기억을 빠르게 되살릴 수 있고, 예전에는 모험 자체에 집중해서 지나쳤던 인물의 판단이나 선택을 다시 보게 됩니다. 저 역시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뒤 다시 읽으면서 같은 이야기가 전과 조금 다르게 들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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