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흔
데라오 데쓰야 지음, 김소희 옮김 / 드롬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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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하게 남는 강렬한 소설 <탄흔>을 읽고








<탄흔>은 처음부터 편안하게 읽히는 소설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불쾌하고, 기묘하고, 때로는 인물들에게서 한 발 물러서고 싶어집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계속 읽게 됩니다. 인물들이 너무 극단적이어서가 아니라, 그들의 욕망과 열등감, 자기혐오와 불안 속에서 현실의 감정이 언뜻언뜻 보이기 때문입니다. 표지에 적힌 “불쾌하고 소름 끼친다. 하지만 홀린 듯이 읽게 된다!”라는 문장이 꽤 정확한 책이었습니다.


저자 데라오 데쓰야는 1988년생 타이완 작가로, 본명은 차오성하오입니다. 타이완대학교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구글 엔지니어로 8년간 마운틴뷰, 타이베이, 도쿄에서 근무했습니다. 2019년 <주간 고속도로>로 제15회 린룽싼 문학상을 받았고, 이후 타이완 문학상 금전상과 신인상을 동시에 수상했습니다. 엘리트 교육과 글로벌 IT 기업의 세계를 직접 경험한 작가라는 이력은 <탄흔>을 읽을 때 꽤 중요하게 다가옵니다. 작품 속 성공한 엘리트들의 세계가 막연한 상상이라기보다 그 내부를 오래 들여다본 사람의 시선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탄흔>에는 서로 연결되는 아홉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중심에 있는 제헝은 타이완대학교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커리어를 쌓은, 겉으로 보기에는 성공한 사람입니다. 그러나 그의 내부에는 우이샹을 향한 오랜 욕망과 억압된 감정, 자기혐오와 허무가 뒤엉켜 있습니다. 다른 인물들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좋은 대학, 뛰어난 능력, 높은 연봉처럼 사회가 성공이라고 부르는 것들을 손에 넣거나 그것을 향해 달려가지만, 그것이 삶의 만족이나 행복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등장인물들이 끊임없이 자신과 타인을 비교한다는 점이었습니다. 누군가는 돈을 벌면서도 “난 그저 복수하고 싶을 뿐이야”라고 말하고, 누군가는 집값과 회사 버스 같은 사소해 보이는 대화 속에서도 자신의 위치를 확인합니다. 경쟁은 시험이나 취업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연봉, 집, 직장, 능력, 관계로 모습을 바꾸며 계속됩니다. 결국 이들에게 성공은 목적지가 아니라 또 다른 비교를 시작하는 출발점처럼 보였습니다.





저 역시 살면서 ‘어디까지 가야 충분한가’를 생각했던 적이 많습니다. 공부를 할 때도, 일을 할 때도 하나를 이루고 나면 잠시 기쁠 뿐 곧 다음 기준이 생겼습니다. 다른 사람보다 뒤처진 것 같으면 불안했고, 무언가를 이루어도 그것이 생각했던 만큼 나를 행복하게 해주지 않을 때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소설의 인물들이 낯설면서도 완전히 남처럼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탄흔>은 읽고 나서 마음이 따뜻해지는 소설은 아닙니다. 인간을 아름답게 그리는 작품도 아닙니다. 대신 성공한 삶이 정말 행복한 삶인지, 내가 원하는 것은 정말 나의 욕망인지 아니면 사회가 심어놓은 기준인지, 경쟁에서 이긴 뒤에는 무엇이 남는지 묻습니다. 저에게도 결국 “나는 무엇을 얻기 위해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가?”라는 질문이 돌아왔습니다.


성공과 경쟁에 지친 분, 사회가 말하는 좋은 인생의 기준에 의문을 품어본 분, 인간의 욕망과 자기혐오를 날것 그대로 다루는 소설을 좋아하는 분께 <탄흔>을 추천합니다. 특히 깔끔한 교훈보다 읽은 뒤 오래 불편하게 남아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을 좋아한다면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습니다. 조금 기분 나쁘고, 조금 소름 끼치는데 자꾸 다음 페이지를 넘기게 되는 책. <탄흔>은 바로 그 불편함을 이용해 우리가 애써 외면하고 있던 삶의 모습을 들여다보게 하는 소설이었습니다.


#탄흔 #데라오데쓰야 #링크북스 #대만문학 #타이완문학 #소설추천 #해외문학 #소설집 #독서기록 #책추천 #신간도서 #컬처블룸 #컬처블룸리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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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의 뇌 - 갑질, 괴롭힘, 공격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뇌과학
가토 토시노리 저자, 박은주 역자 / 링크북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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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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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학창 시절 따돌림을 당한 경험이 있습니다. 시간이 꽤 흘렀지만 그때의 경험은 사람을 바라보는 방식에 오래 영향을 미쳤습니다. 사람을 쉽게 믿지 않게 되었고, 새로운 관계에서도 먼저 경계하는 편이 되었습니다. 누군가와 가까워져 상처받느니 애초에 거리를 두는 것이 편하다고 생각할 때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의 뇌>라는 제목을 처음 보았을 때부터 궁금했습니다. 도대체 사람은 왜 다른 사람을 괴롭히는지, 상대가 상처받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왜 멈추지 않는지 알고 싶었습니다.





저자 가토 도시노리는 뇌과학과 MRI 뇌 영상 진단을 연구해 온 의학박사로, 1만 명 이상의 뇌를 진단하고 치료해 왔습니다. 이 책에서는 따돌림이나 직장 내 괴롭힘, 갑질, 정서적 학대, 질투와 보복 등을 단순히 ‘나쁜 성격’의 문제로만 설명하지 않습니다. 저자는 괴롭힘이 일어나는 상태를 ‘가해 모드’라는 개념으로 설명하고, 그때 사람의 감정과 사고, 행동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뇌과학의 관점에서 살펴봅니다.





책에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괴롭히는 사람과 대화하면 언제나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믿음에 의문을 제기한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갈등이 생기면 흔히 “서로 이야기해 보면 되지”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감정이 격앙되고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는 사람에게 논리적인 설명이 반드시 통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더 많이 설명하고 더 많이 양보하는 과정에서 상대의 공격에 계속 끌려갈 수도 있습니다.


이 대목을 읽으며 과거의 저를 떠올렸습니다. 따돌림을 당하면 피해자는 이상할 정도로 자기 자신에게서 원인을 찾게 됩니다. ‘내가 뭔가 잘못했나?’, ‘내 성격에 문제가 있나?’라는 질문을 반복합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모든 괴롭힘에 피해자가 납득할 만한 원인을 제공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생각했습니다. 타인의 공격을 이해하기 위해 무조건 나부터 의심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이 책을 읽고 ‘나를 괴롭힌 사람들이 문제였고 나는 아무 문제가 없다’라는 결론만 내리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반대였습니다. 책에는 가해 모드에 빠진 사람이 자신의 행동을 자각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내용이 나옵니다. 이 부분에서 저 자신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누군가를 적극적으로 괴롭히는 사람은 아닙니다. 하지만 상처받지 않기 위해 사람을 미리 밀어내고 관계 자체를 차단하는 행동 역시 언제나 바람직한 것인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과거의 경험 때문에 만들어진 방어가 현재의 관계까지 지배하게 둘 필요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의 뇌>는 제게 단순히 ‘이상한 사람 피하는 법’을 알려주는 책은 아니었습니다. 인간이 왜 공격하고, 왜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며, 왜 때로는 타인의 마음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지를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습니다. 동시에 사람의 뇌와 행동을 이해하는 일이 상대방을 무조건 용서하라는 뜻은 아니라는 점도 좋았습니다. 이해와 허용은 다른 문제입니다. 상대의 상태를 파악하되 필요하다면 거리를 두고 나를 지키는 것도 관계에서 중요한 선택입니다.





후반부에는 직장 내 괴롭힘, 정서적 학대, 악성 민원, 감정이 격앙된 사람 등에 대한 대처법과 함께 스스로 가해 모드에 빠지지 않기 위한 방법도 제시합니다. 저 역시 타인에게 받은 상처 때문에 모든 사람을 경계하는 사람이 되기보다, 가까이할 사람과 거리를 둘 사람을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거 인간관계에서 상처를 받아 “왜 그 사람은 나에게 그랬을까?”라는 질문을 오래 품고 있는 분, 직장이나 가족·연인 관계에서 반복적인 공격에 지친 분께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의 뇌>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중요한 것은 모든 사람을 믿는 것도, 모든 사람을 밀어내는 것도 아니라 누구와 가까워지고 누구와 거리를 둘 것인지 판단하는 힘이라는 생각이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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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랭이는 억울해! 1 - 그게 어떻게 된 거냐면 ㅣ 작은책마을 65
노수미 지음, 한연진 그림 / 웅진주니어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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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랭이는억울해 #노수미 #초등동화 #웅진주니어 #미디어리터러시 #미자모 @woongjin_junior





독서논술학원에서 초등학교 3학년 아이들과 함께 읽을 동화책을 찾다가 <호랭이는 억울해! 1>을 발견했습니다. 단군 신화 속 호랑이가 사실은 억울한 누명을 쓴 피해자였다는 설정부터 재미있었습니다. 우리가 너무 잘 알고 있는 이야기를 완전히 반대로 뒤집어 놓았으니까요. 실제로 아이들과 함께 읽어 보니 예상대로 반응이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호랭이 캐릭터를 좋아했습니다. 무섭고 용맹한 호랑이가 아니라 침대에서 “억울해!”를 외치며 이불을 차고, 인간 세상에서는 인형 탈을 쓴 사람으로 오해받는 모습이 아이들에게는 꽤 웃겼던 모양입니다.





이야기는 호랭이의 억울함에서 시작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단군 신화에서 호랑이는 쑥과 마늘을 먹으며 버티지 못하고 동굴을 뛰쳐나간 동물입니다. 그런데 <호랭이는 억울해! 1>은 여기서 장난스럽게 질문합니다. ‘그 이야기가 사실이 아니라면?’ 호랭이의 주장에 따르면 자신은 쑥과 마늘이 싫어서 도망친 것이 아닙니다. 곰 꼬미 때문에 동굴 밖으로 나가게 되었고, 그 결과 수천 년 동안 ‘참을성 없는 호랑이’라는 억울한 평판을 뒤집어쓰게 된 것이지요.





이 설정이 재미있는 이유는 단순히 단군 신화를 통쾌하게 재해석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기에 좋은 질문이 자연스럽게 생겨납니다. 우리가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이야기라고 해서 반드시 한쪽의 관점만 존재하는 걸까요? 누군가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 확인하지 않고 믿어도 될까요? 호랭이는 스마트폰으로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검색하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 굳어진 이미지에 충격을 받습니다. 요즘 아이들이 인터넷과 영상, SNS를 통해 수많은 정보를 접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공감이 많이 되었습니다.





실제로 수업에서도 아이들은 제각각 다른 이야기를 했습니다. 호랭이가 정말 억울하다는 의견도 있었고, 등장인물의 행동을 나름의 기준으로 판단하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같은 이야기를 읽었는데 받아들이는 지점이 조금씩 다른 모습을 보는 것이 재미있었습니다. 저는 오히려 그것이 이 책의 큰 장점이라고 느꼈습니다. ‘가짜 뉴스는 나쁘다’라는 정답을 가르치는 데 그치지 않고, 아이가 스스로 “그런데 누구 말이 진짜지?”, “왜 사람들은 이 이야기를 믿었을까?”라고 묻게 하기 때문입니다. 초등 저학년에게 필요한 미디어 리터러시의 시작도 거창한 정보 판별 기술보다는 이런 의심과 질문에 가까울 것 같습니다.


노수미 작가는 KB 창작 동화제 대상과 다새쓰 방정환 문학 공모전 우수상 등을 수상했고, <도깨비 치유사>, <AI 디케>, <으라차차 달고나 권법> 등 여러 어린이책을 썼습니다. 이번 작품에서도 재치가 돋보입니다. 특히 호랭이를 억울한 일에 끝까지 목소리를 내는 캐릭터로 만든 점이 좋았습니다. 그림 역시 호랭이의 표정과 행동을 생생하게 살려 주어서 긴 글 읽기가 아직 익숙하지 않은 아이도 부담 없이 이야기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1권을 읽고 나니 자연스럽게 다음 이야기도 궁금해졌습니다. 학교로 향한 호랭이와 꼬미의 본격적인 대결은 어떻게 이어질지, 4천 년 동안 굳어 버린 자신의 이미지를 과연 호랭이가 뒤집을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호랭이는 억울해! 1>은 초등학교 저학년, 특히 2~4학년 아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재미있는 캐릭터와 빠른 사건 전개를 좋아하는 아이에게는 이야기 자체로 충분히 즐겁고,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함께 읽는다면 가짜 뉴스, 소문, 오해, 사실 확인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기도 좋습니다. 저 역시 아이들과 읽으며 ‘무엇이 정답인지 알려주는 책’보다 ‘정말 그런가?’라고 한 번 더 묻게 하는 책이 토론하기 좋은 동화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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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물리 좋아하세요? - 평범한 아침에 만나는 열한 번의 양자 수업 ㅣ 프린키피아 12
채드 오젤 지음, 하인해 옮김 / 21세기북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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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저는 인문학을 전공했습니다. 자연스럽게 문학이나 철학, 역사 분야의 책을 많이 읽어왔고, 과학은 제 전공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분야였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일부러 과학책도 찾아 읽고 있습니다. 특히 양자컴퓨터 연구가 빠르게 발전하면서 ‘양자’라는 말이 뉴스나 산업 분야에서도 자주 등장하다 보니, 양자컴퓨터를 이해하려면 그 바탕이 되는 양자물리부터 조금은 알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제는 역시 진입장벽이었습니다. 양자역학이라고 하면 슈뢰딩거의 고양이, 불확정성 원리 정도의 이름은 들어봤지만, 그것이 실제로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선뜻 설명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제목부터 대놓고 질문을 던지는 <양자물리 좋아하세요?>를 읽게 되었습니다.





저자인 채드 오젤은 미국 유니온 칼리지의 물리학 교수로, 메릴랜드대학교에서 화학물리학 박사학위를 받고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에서 레이저 냉각 원자 충돌 연구를 했습니다. <1초의 탄생>, <우리집 강아지에게 양자역학 가르치기> 등 일반 독자에게 물리학을 설명하는 책을 꾸준히 써온 저자이기도 합니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양자물리를 설명하는 출발점입니다. 저자는 거대한 입자가속기나 우주 같은 특별한 공간으로 독자를 데려가지 않습니다. 대신 아침에 눈을 뜨고 집을 나설 때까지 우리가 매일 반복하는 일상에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알람 시계, 전기레인지, 휴대전화 카메라, 인터넷, 냉장고 자석, 토스터, 연기 감지기 같은 익숙한 물건들이 차례로 등장합니다. 


목차 구성도 재미있습니다. 일출에서는 중력·전자기력·강한 상호작용·약한 상호작용을 다루고, 빨갛게 달아오른 발열체에서는 플랑크의 양자 가설로 넘어갑니다. 디지털 사진에서는 광전 효과를, 알람 시계에서는 원자와 시간 측정을, 인터넷에서는 레이저를 만납니다. 이후 후각, 고체 물질, 컴퓨터 칩, 자석, 연기 감지기, 양자 암호까지 이어집니다. 즉 ‘양자역학 제1장, 제2장’ 식으로 이론을 쌓아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실제로 만지는 사물을 따라가면서 필요한 개념을 하나씩 꺼내는 방식입니다. 





인문학을 공부한 제게는 이 방식이 특히 잘 맞았습니다. 저는 공식 자체보다 어떤 질문에서 하나의 개념이 태어났는지,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을 바꾸어왔는지를 따라갈 때 훨씬 재미를 느끼는 편입니다. 이 책에는 수식이 등장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과학적 내용을 단순한 비유로 얼버무리지 않습니다. 이중 슬릿 실험이나 광전 효과, 프라운호퍼선, 행렬 역학처럼 실제 물리학의 발견 과정을 따라가면서 ‘무엇이 정답인가’보다 ‘인간은 어떻게 이것을 알아냈는가’를 보여줍니다. 

​특히 기억에 남았던 것은 과학자들이 처음부터 정답을 알고 있던 천재들로 그려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플랑크는 자신의 양자 가설을 임시적인 수학적 방법처럼 여겼고, 밀리컨은 실험으로 아인슈타인의 이론을 뒷받침하고도 그 이론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아인슈타인·포돌스키·로젠의 주장은 훗날 틀린 것으로 밝혀졌지만, 그 문제 제기가 양자 얽힘 연구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런 대목을 읽으면 과학도 결국 완성된 정답의 집합이 아니라 의심하고, 틀리고, 다시 검증하면서 만들어진 인간의 지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무엇보다 이 책의 장점은 양자물리를 ‘나와 상관없는 기묘한 이론’에서 ‘이미 내가 매일 이용하고 있는 세계의 작동 방식’으로 바꿔준다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휴대전화 카메라의 센서는 빛의 입자성과 연결되고, 반도체는 전자의 파동성과 관련되며, 평범한 냉장고 자석에도 양자적인 원리가 숨어 있습니다. 


​<양자물리 좋아하세요?>는 저처럼 인문학적 배경을 가지고 있지만 최근 양자컴퓨터나 현대 과학에 관심이 생긴 분, 양자역학을 공부해보고 싶지만 수식부터 등장하는 책에는 부담을 느끼는 분께 특히 추천하고 싶습니다. 과학 지식을 단순히 암기하기보다 발견의 역사와 일상의 사물을 통해 이해하고 싶은 독자에게도 잘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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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쓰기 성경 : 마태복음, 마가복음, 누가복음 - 손글씨와 성경의 콜라보 ㅣ 따라쓰기 성경
스쿨존에듀 편집부 지음, 최상훈 감수, 컨텐츠연구소 수(秀) 기획 / 스쿨존에듀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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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저는 특정 종교를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종교 자체에는 오래전부터 관심이 많았습니다. 성경뿐 아니라 불교 경전이나 여러 종교의 사상과 이야기를 접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성경과 관련된 책들도 조금씩 읽고 있습니다. 다만 기독교인이 아니다 보니 성경을 읽는 일이 생각만큼 쉽지는 않았습니다. 기본적인 인물이나 유명한 이야기는 알고 있어도 성경을 직접 읽으면 낯선 용어나 시대적 배경 때문에 흐름을 놓칠 때가 있고, 익숙하게 들어본 구절도 정작 어떤 상황에서 나온 말씀인지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 제게 <따라쓰기 성경: 마태복음·마가복음·누가복음>은 성경에 조금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볼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마태복음, 마가복음, 누가복음 가운데 핵심이 되는 55구절을 골라 예수님의 탄생부터 가르침과 비유, 기적, 십자가와 부활, 승천까지 순서대로 구성한 책입니다. 세 복음서를 각각 처음부터 읽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흐름으로 엮어놓았기 때문에 성경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예수님의 생애를 따라가기 좋았습니다.





제가 이 책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필사’였습니다. 성경을 처음부터 읽으려고 하면 아무래도 분량과 낯선 표현 때문에 부담스럽습니다. 반면 하루에 한두 구절씩 직접 손으로 써본다면 훨씬 천천히 읽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 책을 펼쳐보니 먼저 연하게 인쇄된 글씨를 네모 칸에 맞춰 따라 쓰고, 아래에 같은 말씀을 다시 직접 써보는 방식입니다. 그냥 눈으로 읽을 때는 무심코 지나쳤을 단어나 문장의 구조도 손으로 쓰면 한 번 더 들여다보게 됩니다.


특히 마음에 들었던 것은 성경 필사만 덩그러니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사진에서 볼 수 있듯 각 구절에는 짧은 설명이 붙어 있어 그 말씀이 어떤 맥락에서 등장했는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회개’, ‘복음’처럼 성경을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익숙하지 않을 수 있는 낱말도 간단히 설명해줍니다. 성경을 잘 아는 사람에게는 쉬운 내용일 수 있지만, 저처럼 기독교적 배경지식이 많지 않은 독자에게는 오히려 이런 작은 설명이 꽤 유용했습니다.





한글과 영어를 함께 볼 수 있다는 것도 재미있었습니다. 한글은 개역개정, 영어는 NIV를 사용하고 중요한 영어 단어에는 뜻풀이도 붙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구하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주실 것이요”라는 익숙한 말씀 아래에는 같은 내용의 영어 문장이 함께 제시됩니다. 이미 한글로 의미를 이해한 문장을 영어로 다시 접하기 때문에 부담이 적고, 성경 영어 표현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다는 점도 좋았습니다.


또 중간중간 ‘보너스 따라쓰기’가 있고, 자신에게 기억에 남은 말씀을 골라 자유롭게 써보는 부분도 있습니다. 단순히 정해진 문장을 기계적으로 베끼는 워크북이라기보다 읽고, 쓰고, 다시 생각하는 과정까지 이어지도록 만들어져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처럼 성경에 관심은 있는데 어디서부터 읽어야 할지 막막한 비기독교인 성인에게도 꽤 괜찮은 입문서라고 느꼈습니다. 어려운 해설서를 먼저 읽기보다 매일 한 구절 정도 직접 써보면서 ‘이 말은 어떤 상황에서 나온 것일까?’ 하고 궁금한 부분을 조금씩 찾아보는 식으로 활용해보려고 합니다.


물론 세 복음서 전체를 읽는 책은 아니기 때문에 이것만으로 성경을 깊이 이해할 수는 없습니다. 대신 본격적으로 성경을 읽기 전에 주요 이야기와 말씀에 익숙해지는 징검다리로 활용하기에는 좋습니다.  


그래서 <따라쓰기 성경: 마태복음·마가복음·누가복음>은 성경을 처음 접하는 어린이와 부모님은 물론, 성경 필사를 시작하고 싶은 분, 성경을 읽어보고 싶지만 낯선 용어와 방대한 분량 때문에 망설였던 분, 저처럼 종교는 없지만 종교와 성경이라는 텍스트 자체에 관심이 있는 분께도 추천하고 싶습니다.


하루 한 페이지씩 쓰다 보면 어느 순간 성경 속 인물과 이야기들이 전보다 조금은 친숙해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일단 저는 거창하게 창세기부터 계시록까지 돌진하지 않고, 연필 한 자루 들고 55구절부터 가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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