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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랭이는 억울해! 1 - 그게 어떻게 된 거냐면 ㅣ 작은책마을 65
노수미 지음, 한연진 그림 / 웅진주니어 / 2026년 9월
평점 :
#호랭이는억울해 #노수미 #초등동화 #웅진주니어 #미디어리터러시 #미자모 @woongjin_junior

독서논술학원에서 초등학교 3학년 아이들과 함께 읽을 동화책을 찾다가 <호랭이는 억울해! 1>을 발견했습니다. 단군 신화 속 호랑이가 사실은 억울한 누명을 쓴 피해자였다는 설정부터 재미있었습니다. 우리가 너무 잘 알고 있는 이야기를 완전히 반대로 뒤집어 놓았으니까요. 실제로 아이들과 함께 읽어 보니 예상대로 반응이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호랭이 캐릭터를 좋아했습니다. 무섭고 용맹한 호랑이가 아니라 침대에서 “억울해!”를 외치며 이불을 차고, 인간 세상에서는 인형 탈을 쓴 사람으로 오해받는 모습이 아이들에게는 꽤 웃겼던 모양입니다.

이야기는 호랭이의 억울함에서 시작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단군 신화에서 호랑이는 쑥과 마늘을 먹으며 버티지 못하고 동굴을 뛰쳐나간 동물입니다. 그런데 <호랭이는 억울해! 1>은 여기서 장난스럽게 질문합니다. ‘그 이야기가 사실이 아니라면?’ 호랭이의 주장에 따르면 자신은 쑥과 마늘이 싫어서 도망친 것이 아닙니다. 곰 꼬미 때문에 동굴 밖으로 나가게 되었고, 그 결과 수천 년 동안 ‘참을성 없는 호랑이’라는 억울한 평판을 뒤집어쓰게 된 것이지요.

이 설정이 재미있는 이유는 단순히 단군 신화를 통쾌하게 재해석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기에 좋은 질문이 자연스럽게 생겨납니다. 우리가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이야기라고 해서 반드시 한쪽의 관점만 존재하는 걸까요? 누군가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 확인하지 않고 믿어도 될까요? 호랭이는 스마트폰으로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검색하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 굳어진 이미지에 충격을 받습니다. 요즘 아이들이 인터넷과 영상, SNS를 통해 수많은 정보를 접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공감이 많이 되었습니다.

실제로 수업에서도 아이들은 제각각 다른 이야기를 했습니다. 호랭이가 정말 억울하다는 의견도 있었고, 등장인물의 행동을 나름의 기준으로 판단하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같은 이야기를 읽었는데 받아들이는 지점이 조금씩 다른 모습을 보는 것이 재미있었습니다. 저는 오히려 그것이 이 책의 큰 장점이라고 느꼈습니다. ‘가짜 뉴스는 나쁘다’라는 정답을 가르치는 데 그치지 않고, 아이가 스스로 “그런데 누구 말이 진짜지?”, “왜 사람들은 이 이야기를 믿었을까?”라고 묻게 하기 때문입니다. 초등 저학년에게 필요한 미디어 리터러시의 시작도 거창한 정보 판별 기술보다는 이런 의심과 질문에 가까울 것 같습니다.
노수미 작가는 KB 창작 동화제 대상과 다새쓰 방정환 문학 공모전 우수상 등을 수상했고, <도깨비 치유사>, <AI 디케>, <으라차차 달고나 권법> 등 여러 어린이책을 썼습니다. 이번 작품에서도 재치가 돋보입니다. 특히 호랭이를 억울한 일에 끝까지 목소리를 내는 캐릭터로 만든 점이 좋았습니다. 그림 역시 호랭이의 표정과 행동을 생생하게 살려 주어서 긴 글 읽기가 아직 익숙하지 않은 아이도 부담 없이 이야기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1권을 읽고 나니 자연스럽게 다음 이야기도 궁금해졌습니다. 학교로 향한 호랭이와 꼬미의 본격적인 대결은 어떻게 이어질지, 4천 년 동안 굳어 버린 자신의 이미지를 과연 호랭이가 뒤집을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호랭이는 억울해! 1>은 초등학교 저학년, 특히 2~4학년 아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재미있는 캐릭터와 빠른 사건 전개를 좋아하는 아이에게는 이야기 자체로 충분히 즐겁고,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함께 읽는다면 가짜 뉴스, 소문, 오해, 사실 확인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기도 좋습니다. 저 역시 아이들과 읽으며 ‘무엇이 정답인지 알려주는 책’보다 ‘정말 그런가?’라고 한 번 더 묻게 하는 책이 토론하기 좋은 동화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