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흔
데라오 데쓰야 지음, 김소희 옮김 / 드롬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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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하게 남는 강렬한 소설 <탄흔>을 읽고








<탄흔>은 처음부터 편안하게 읽히는 소설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불쾌하고, 기묘하고, 때로는 인물들에게서 한 발 물러서고 싶어집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계속 읽게 됩니다. 인물들이 너무 극단적이어서가 아니라, 그들의 욕망과 열등감, 자기혐오와 불안 속에서 현실의 감정이 언뜻언뜻 보이기 때문입니다. 표지에 적힌 “불쾌하고 소름 끼친다. 하지만 홀린 듯이 읽게 된다!”라는 문장이 꽤 정확한 책이었습니다.


저자 데라오 데쓰야는 1988년생 타이완 작가로, 본명은 차오성하오입니다. 타이완대학교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구글 엔지니어로 8년간 마운틴뷰, 타이베이, 도쿄에서 근무했습니다. 2019년 <주간 고속도로>로 제15회 린룽싼 문학상을 받았고, 이후 타이완 문학상 금전상과 신인상을 동시에 수상했습니다. 엘리트 교육과 글로벌 IT 기업의 세계를 직접 경험한 작가라는 이력은 <탄흔>을 읽을 때 꽤 중요하게 다가옵니다. 작품 속 성공한 엘리트들의 세계가 막연한 상상이라기보다 그 내부를 오래 들여다본 사람의 시선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탄흔>에는 서로 연결되는 아홉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중심에 있는 제헝은 타이완대학교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커리어를 쌓은, 겉으로 보기에는 성공한 사람입니다. 그러나 그의 내부에는 우이샹을 향한 오랜 욕망과 억압된 감정, 자기혐오와 허무가 뒤엉켜 있습니다. 다른 인물들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좋은 대학, 뛰어난 능력, 높은 연봉처럼 사회가 성공이라고 부르는 것들을 손에 넣거나 그것을 향해 달려가지만, 그것이 삶의 만족이나 행복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등장인물들이 끊임없이 자신과 타인을 비교한다는 점이었습니다. 누군가는 돈을 벌면서도 “난 그저 복수하고 싶을 뿐이야”라고 말하고, 누군가는 집값과 회사 버스 같은 사소해 보이는 대화 속에서도 자신의 위치를 확인합니다. 경쟁은 시험이나 취업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연봉, 집, 직장, 능력, 관계로 모습을 바꾸며 계속됩니다. 결국 이들에게 성공은 목적지가 아니라 또 다른 비교를 시작하는 출발점처럼 보였습니다.





저 역시 살면서 ‘어디까지 가야 충분한가’를 생각했던 적이 많습니다. 공부를 할 때도, 일을 할 때도 하나를 이루고 나면 잠시 기쁠 뿐 곧 다음 기준이 생겼습니다. 다른 사람보다 뒤처진 것 같으면 불안했고, 무언가를 이루어도 그것이 생각했던 만큼 나를 행복하게 해주지 않을 때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소설의 인물들이 낯설면서도 완전히 남처럼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탄흔>은 읽고 나서 마음이 따뜻해지는 소설은 아닙니다. 인간을 아름답게 그리는 작품도 아닙니다. 대신 성공한 삶이 정말 행복한 삶인지, 내가 원하는 것은 정말 나의 욕망인지 아니면 사회가 심어놓은 기준인지, 경쟁에서 이긴 뒤에는 무엇이 남는지 묻습니다. 저에게도 결국 “나는 무엇을 얻기 위해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가?”라는 질문이 돌아왔습니다.


성공과 경쟁에 지친 분, 사회가 말하는 좋은 인생의 기준에 의문을 품어본 분, 인간의 욕망과 자기혐오를 날것 그대로 다루는 소설을 좋아하는 분께 <탄흔>을 추천합니다. 특히 깔끔한 교훈보다 읽은 뒤 오래 불편하게 남아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을 좋아한다면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습니다. 조금 기분 나쁘고, 조금 소름 끼치는데 자꾸 다음 페이지를 넘기게 되는 책. <탄흔>은 바로 그 불편함을 이용해 우리가 애써 외면하고 있던 삶의 모습을 들여다보게 하는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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