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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의 뇌 - 갑질, 괴롭힘, 공격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뇌과학
가토 토시노리 저자, 박은주 역자 / 링크북스 / 2026년 9월
평점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저는 학창 시절 따돌림을 당한 경험이 있습니다. 시간이 꽤 흘렀지만 그때의 경험은 사람을 바라보는 방식에 오래 영향을 미쳤습니다. 사람을 쉽게 믿지 않게 되었고, 새로운 관계에서도 먼저 경계하는 편이 되었습니다. 누군가와 가까워져 상처받느니 애초에 거리를 두는 것이 편하다고 생각할 때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의 뇌>라는 제목을 처음 보았을 때부터 궁금했습니다. 도대체 사람은 왜 다른 사람을 괴롭히는지, 상대가 상처받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왜 멈추지 않는지 알고 싶었습니다.

저자 가토 도시노리는 뇌과학과 MRI 뇌 영상 진단을 연구해 온 의학박사로, 1만 명 이상의 뇌를 진단하고 치료해 왔습니다. 이 책에서는 따돌림이나 직장 내 괴롭힘, 갑질, 정서적 학대, 질투와 보복 등을 단순히 ‘나쁜 성격’의 문제로만 설명하지 않습니다. 저자는 괴롭힘이 일어나는 상태를 ‘가해 모드’라는 개념으로 설명하고, 그때 사람의 감정과 사고, 행동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뇌과학의 관점에서 살펴봅니다.

책에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괴롭히는 사람과 대화하면 언제나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믿음에 의문을 제기한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갈등이 생기면 흔히 “서로 이야기해 보면 되지”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감정이 격앙되고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는 사람에게 논리적인 설명이 반드시 통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더 많이 설명하고 더 많이 양보하는 과정에서 상대의 공격에 계속 끌려갈 수도 있습니다.
이 대목을 읽으며 과거의 저를 떠올렸습니다. 따돌림을 당하면 피해자는 이상할 정도로 자기 자신에게서 원인을 찾게 됩니다. ‘내가 뭔가 잘못했나?’, ‘내 성격에 문제가 있나?’라는 질문을 반복합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모든 괴롭힘에 피해자가 납득할 만한 원인을 제공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생각했습니다. 타인의 공격을 이해하기 위해 무조건 나부터 의심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이 책을 읽고 ‘나를 괴롭힌 사람들이 문제였고 나는 아무 문제가 없다’라는 결론만 내리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반대였습니다. 책에는 가해 모드에 빠진 사람이 자신의 행동을 자각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내용이 나옵니다. 이 부분에서 저 자신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누군가를 적극적으로 괴롭히는 사람은 아닙니다. 하지만 상처받지 않기 위해 사람을 미리 밀어내고 관계 자체를 차단하는 행동 역시 언제나 바람직한 것인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과거의 경험 때문에 만들어진 방어가 현재의 관계까지 지배하게 둘 필요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의 뇌>는 제게 단순히 ‘이상한 사람 피하는 법’을 알려주는 책은 아니었습니다. 인간이 왜 공격하고, 왜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며, 왜 때로는 타인의 마음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지를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습니다. 동시에 사람의 뇌와 행동을 이해하는 일이 상대방을 무조건 용서하라는 뜻은 아니라는 점도 좋았습니다. 이해와 허용은 다른 문제입니다. 상대의 상태를 파악하되 필요하다면 거리를 두고 나를 지키는 것도 관계에서 중요한 선택입니다.

후반부에는 직장 내 괴롭힘, 정서적 학대, 악성 민원, 감정이 격앙된 사람 등에 대한 대처법과 함께 스스로 가해 모드에 빠지지 않기 위한 방법도 제시합니다. 저 역시 타인에게 받은 상처 때문에 모든 사람을 경계하는 사람이 되기보다, 가까이할 사람과 거리를 둘 사람을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거 인간관계에서 상처를 받아 “왜 그 사람은 나에게 그랬을까?”라는 질문을 오래 품고 있는 분, 직장이나 가족·연인 관계에서 반복적인 공격에 지친 분께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의 뇌>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중요한 것은 모든 사람을 믿는 것도, 모든 사람을 밀어내는 것도 아니라 누구와 가까워지고 누구와 거리를 둘 것인지 판단하는 힘이라는 생각이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