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제12회 교보문고 스토리대상 단편 수상작품집
지다정 외 지음 / 북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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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충하초가 뭔데요?"

"학계에 한 번도 보고된 적이 없으니 동충하초라기보단동충하초류에 그나마 근접한 아목이라고 봐야겠죠동충하초 들어보신 적 있죠겨울에는 곤충이었다가 여름에는 식물로 변한다는 애들이요.“

-51 p / 지다정 <돈까스 망치 동충하초>

 


 




해마다 많은 문학상 작품집이 쏟아지는 시대입니다. 저도 문학에 한창 관심이 있을 때는 소위 권위가 있다고 여겨지는 특정한 몇몇 문학상 수상작들을 찾아 읽곤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시점부터 그러한 작품들이 무언가 답답하고 재미가 없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평론가의 해설을 보아도 잘 이해되지 않았고, ‘작가와 평론가들의 무대에서 독자는 제3자 역할 정도만 하는 것 같았지요. 문학판이 꼭 그들만의 리그인 것 같았기에, 저는 굳이 특정한 문학상 수상작을 읽기 보다는 제가 좋아하는 작품, 재미있는 작품들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발견한 것이 바로 교보문고 스토리대상 단편 수상작품집이었어요. 이 책 역시 수상작품집이라는 타이틀이 달려 있기는 하지만, 기존의 문학상 작품집과는 궤를 달리하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순문학이라고 일컬어지는 작품들만 문학상 작품집에 수록될 수 있었다면, ‘교보문고 스토리대상 단편 수상작품집가장 재미있는 장르문학으로 만들어진 책이기 때문입니다.



 

교보문고 스토리대상이 벌써 제12회를 맞았습니다. 저는 제10회 수상작을 읽고 너무 재미있어서 모든 회차 작품집을 모두 읽었는데요. 어느 회 하나 재미있지 않은 작품이 없었습니다. 장르문학이 존재하는 이유는 바로 재미인데, 이번 회에 수상한 작품들도 영화, 애니메이션보다 더 재미있습니다. 저는 장르문학 중에서 미스터리, 판타지를 좋아하는데요. 좀비물은 그다지 즐기는 편은 아닙니다. 그런데 이번 12회 교보문고 스토리대상 단편 수상작품집에 좀비가 등장하는 작품이 있어요. 바로 최홍준 작가님의 <노인 좀비를 위한 나라는 없다>라는 소설인데요. 코맥 매카시의 소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패러디했음을 알 수 있지요. 단순히 좀비가 등장해서 죽고 죽이는 잔인한 장면만 나오는 게 아니라, 과연 야생 좀비 구역을 떠도는 노인의 정체가 무엇일지 계속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었습니다. 단순한 좀비물이 아니어서 좋았어요.




 

지다정 작가님의 <돈까스 망치 동충하초>도 매우 인상적인 작품이었습니다. 제목 자체도 통통 튀지 않나요? 소설의 주인공인 는 재개발을 노리고 한 아파트에 들어가게 됩니다. 그래서 는 이 아파트에 사는 누구와도 마주친 적이 없습니다. 그건 오로지 의 노력의 결과였어요. 그게 이 집에 들어오는 중요한 조건 중의 하나였거든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밤에 수상한 소음이 들립니다. ‘는 소음의 정체를 파악하려고 하다가 거대한 동충하초가 아파트를 이미 점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주인공은 참으로 충격적이면서 공포스러운 상황과 대면하게 되는데요. 그 이후로 벌어지는 일들에 이 소설의 묘미가 있습니다. 참으로 기발하고 독특한 작품이었어요.



 

그 외에도 <청소의 신>, <장어는 어디로 가고 어디서 오는가>, <>이라는 작품도 무척 좋았습니다. 왜 교보문고 스토리대상 수상작이 되었는지 이해가 되는 작품들이었어요. 지구가 물에 잠긴 시대, 노숙자에 대한 이야기 등 우리 주변에 있거나 상상을 초월하는 멋진 이야기들로 가득한 작품집이었습니다. 뻔하고 지겨운 순문학에 질렸다면, <12회 교보문고 스토리대상 단편 수상작품집>을 읽어보실 것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스티븐 킹, 조앤 롤링 등과 같은 장르문학의 대가가 외국에만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우리나라에 장르문학 붐이 더 일어서 재미있는 작품들이 마구마구 쏟아져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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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아홉 담장을 뛰어넘는 아이들
문경보 지음 / 마음의숲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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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아홉담장을뛰어넘는아이들 #마음의숲 #문경보 #청소년 #추천도서 #상담



망설이고 있니가던 길 계속 갈까다른 쪽으로 뻗은 길로 방향을 바꿀까오던 길로 되돌아갈까그냥 멈출까그런 생각에 갇혀 에너지가 소진된 너에게 내가 사용했던 방법을 말해 볼게난 앨범을 뒤지는 버릇이 있어그동안 만나왔던 사람들가족친구들잠깐 인연을 맺었던 사람들연락을 주고받은 지 꽤 오래된 사람들과 찍은 사진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생각에 잠기곤 해.

-104 p / <열아홉담장을 뛰어넘는 아이들>

 


 

제 인생을 돌이켜 보았을 때, 고등학교 시절은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시간입니다. 재미없는 학교 수업, 눈가린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려가야 하는 입시 경쟁이 저를 너무나 지치게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을 때가 있기도 합니다. 그때 조금 더 제 자신을 들여다보았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후회가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당시에 너무나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는 경향이 강했고, 그로 인해 제가 진짜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 그리고 제가 한 번뿐인 삶에서 꼭 이루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깊게 고민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저 남들이, 사회가 좋다고 한 것을 좇아서 정확한 실체도 모르는 것을 위해 많은 시간을 허비했을 뿐입니다. 그래서 청소년기, 특히 고등학교 시절을 돌이켜보면 너무나 아련하면서도 아픕니다.




 

몇 년 전, 저는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적이 있습니다. 놀랍게도 제가 고등학교 시절이었을 때나 지금이나 학생들의 생활은 변함이 없었습니다. 소위 명문대를 가기 위한 치열한 경쟁, 입시가 세상의 전부인듯한 학생들의 생활이 어른인 저 역시도 너무나 갑갑하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그래서 저는 학교를 그만두었고, 지금은 교육과는 무관한 삶을 지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열아홉 담장을 뛰어넘는 아이들>을 읽고 나서 이 책을 조금 더 일찍 만났더라면 여전히 교육 현장에 남아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인생 선배로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아이들에게 조금 더 따뜻한 어른이 될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기 때문입니다.




 

<열아홉 담장을 뛰어넘는 아이들>은 중고등학교에서 국어 교사 및 상담 실장으로 근무하고 EBS 교사로 활동한 문경보 선생님이 지은 책입니다. 현재는 문청소년진로 연구소 소장’, ‘서울 YWCA 청소년부 자문위원’, ‘한국인성교육협회 전문 위원 및 위촉 교수’, ‘한국 독서치료 연구소 부소장등의 자리에서 마음 유통업자로 지내고 계시는데요. 이 책을 읽으며 요즘 시대에 보기 드문 참스승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학창 시절에 이런 선생님을 한 분이라도 만났더라면, 저의 인생이 달라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문경보 선생님의 책으로 인해 영향을 받고, 선생님과 같은 스승이 되었더라면 누군가도 저로 인해 좋은 인생을 살게 되었을 것입니다.

 

이 책은 아픔과 상처가 있는 청소년기 아이들을 따뜻하게 보듬어주는 선생님의 이야기입니다. 아이들은 겉으로 보았을 때는 멀쩡해 보이지만, 사실 속으로는 곪아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입시지옥에 시달리면서 자존감이 깎여나가는 아이가 있는 반면, 공부를 잘해서 부모님이 의대에 입학하기를 희망하지만 정작 자신은 조금은 미래가 불투명할 수 있는 심리학과에 가고 싶어하는 아이가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이들의 모습입니다. <열아홉 담장을 뛰어넘는 아이들>은 이러한 아이들을 직접 겪고, 그 부모님과 상담까지 진행하며 아이들이 어떻게 성장하는지를 지켜보았던 작가님이 그러한 사정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쓴 책입니다. 읽다보면 울컥해서 눈물이 나는 구절도 있고, 10대 시절 만났던 제 친구들의 고민, 그리고 제가 남몰래 아파했던 일들이 책 속에 펼쳐지는 것만 같았습니다. 아마도 10대 후반에 겪는 성장통이란 다들 비슷비슷한 것 같습니다.




 

각양각색의 사연이 소개된 후에는 선생님의 따뜻한 조언이 붙어 있습니다. 저는 책을 읽으면서 이 조언이 가장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교과서에서는, 단순한 지식으로는 절대 알 수 없는 인생경험자의 진정한 조언이었기 때문입니다. 세상에서 자신이 가장 초라하다고 느낄 때, 인간관계에서 많은 상처를 받았을 때 등 선생님의 조언은 비단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이 읽어도 따뜻함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내용들입니다. 이 책은 힘든 청소년기를 보내고 있는 아이들 뿐만 아니라, 주변에 10대 후반의 청소년들이 있는 어른들이 보아도 참 멋지고 좋은 책입니다. 많은 분들이 이 책을 읽고 10대 후반 청소년들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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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라는 길 위에서 - 송정 김복태 자서전
김복태 지음 / 어깨위망원경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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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를 내자 누군가 다가와 돈을 건네며 하나만 꺼내달라고 했다장사를 시작하고 이뤄낸 첫 성과였다신기했다내가 파는 물건을 사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마냥 신기하고 고마웠다그곳은 고향이 아닌 서울이었다서울이라는 곳의 북적거리는 길 위에서 내가 물건을 팔아 돈을 벌 수 있다는 게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109 p / <인생이라는 길 위에서>

 


 




최근 나갔던 독서모임에서 한 회원분이 자서전읽는 것을 좋아한다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자서전에는 작가의 인생이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저도 그 이야기를 듣고, 좋은 자서전 한 권을 2025년 상반기가 끝나기 전에 읽어보아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2025년도 어느덧 상반기가 마무리되어 가는 시점에 왔는데, 저는 올해 초 다짐했던 일들을 제대로 실천하고 있지 못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벌써 마음이 헤이해졌다고 할까요. 이런 저의 마음을 다잡고 본받을 만한 인물이 자서전을 읽으며 자극을 받기 위해 좋은 책이 있을까 찾고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 마침 어깨 위 망원경 출판사에서 송정 김복태 작가님의 <인생이라는 길 위에서>가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김복태 작가님은 택시운전사로 일하다 운수회사를 차린 입지전적인 인물입니다. 무려 삼십 대에 삼우운수를 인수하고, 1993년에는 동일운수를 합병, 2012년에는 검단교통까지 인수했습니다. 원래부터 금수저였다면 이런 인생의 여정이 당연한 결과였겠지만, 온갖 힘든 일을 하면서 올라온 분이라 그런지 그 분의 자서전을 꼭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자서전은 말 그대로 자기(自己)가 쓴 자기(自己)의 전기(傳記)입니다. 하지만 성공한 사람들의 자서전을 읽어보면 과연 작가 본인이 쓴 글일까하는 의문을 떨쳐버릴 수 없을 때가 있습니다. 대필작가의 글처럼 느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성공한 사람들은 글을 쓸 시간이 없기 때문에 자서전 작업을 대필작가에게 맡기는 경우도 흔합니다. 아무래도 전문 작가의 손을 거치면 훨씬 더 좋은 글이 나오겠지만, 작가가 직접 썼을 때 느낄 수 있는 감동과 솔직함은 훨씬 더 떨어지게 됩니다.

 

 

다행히 <인생이라는 길 위에서>는 김복태 작가님이 직접 한 글자, 한 글자 진솔하게 쓴 글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작가님은 가난이 자신과 가족 모두를 힘들게 했다고 고백합니다. 많은 사람들은 가난에 좌절을 하지만, 작가님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친구들이 한글을 배울 나이에 지게를 짊어지고, 소가 먹을 풀도 베어야 하고, 땔나무도 산에 올라 직접 구해야 했지만 자신이 짊어진 삶에 대해 불평을 하지 않았습니다. 불평을 할 시간에 희망을 보았고 피나는 노력을 했습니다. 작가님이 지나온 삶을 읽고 있다가 저도 모르게 가슴이 찡해져서 눈물이 흘렀습니다. 이게 인생을 고군분투하며 노력해온 사람의 시간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작가님의 아버지는 남의 집 머슴을 살았고, 어머니는 불철주야 일에 매달렸지만 생활에 큰 변화가 없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작가님은 큰 결심을 하게 되는데요. 바로 서울로 올라가기로 한 것입니다. 아무리 열심히 꼴을 베어 남의 송아지를 애지중지 키워준다고 한들 성공할 수 없고, 아무리 애써서 지게에 땔나무를 실어 날라도 성공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작가님은 큰 꿈을 안고 서울로 가야한다고 판단합니다. 그리고 이 결심이 작가님의 인생을 바꾸어 놓습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 서울로 올라가서 순탄한 인생이 펼쳐질 리는 없습니다. 오히려 더 냉혹한 현실을 마주하게 되지요. 작가님은 서울 구석구석 돌아다니지 않은 곳이 없고 이것저것 안 해본 일이 없다고 합니다. 길에서 자는 일도 있었고, 밤새도록 벌레에 몸을 뜯기는 일도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누군가 버리거나 흘린 음식을 주워먹은 일도 많았다고 하는데요. 이렇게 열악한 조건과 환경을 딛고 성공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을까하는 생각에 저도 모르게 책을 읽는 동안 숙연해졌습니다.

 

저는 노력을 통해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을 여전히 믿습니다. 물론 주어진 환경에 따라 누군가는 인생을 쉽게 살 수도 있고, 누군가는 그 환경을 극복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저는 송정 김복태님 작가님처럼 저를 둘러싼 모든 것을 극복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인생이라는 길 위에서>는 느슨하고 나태해진 저에게 따끔한 회초리같은 책이었습니다. 무료한 인생을 살고 있다면, 큰 감동과 자극을 받고 싶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시기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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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골을 찾아서 샘터어린이문고 83
김송순 지음, 클로이 그림 / 샘터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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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줘우리 할아버지 보물이라니까!”

나는 양손을 벌리며 더벅머리 앞에 다가섰다하지만 녀석은 나를 흘끔 쳐다보기만 하고는 주머니를 거꾸로 들고 흔들었다금세 녀석의 손바닥 위로 사진 한 장과 나무 팔찌 하나가 쏟아졌다.

에계이런 게 무슨 보물이야?”

-119 / <바람골을 찾아서>

 




 

샘터 출판사에서 출간한 아동문학 신간 <바람골을 찾아서>를 읽었습니다. 이 동화는 새벗문학상과 아이세상창작동화상을 받으며 동화 작가가 된 김송순 작가님의 책인데요. 역시 이번 신간도 저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훌륭한 작품이었습니다. 이 동화는 ‘6.25 전쟁의 비극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2025년 현재 기준으로 6.25가 일어난 지 벌써 70년째가 되었다고 합니다. 꽤 많은 세월이 흘렀으니, 아마 요즘 어린이들은 6.25가 무척 낯설 것입니다. 그래서 이 동화에서는 어린이들이 잘 모르는 6.25에 대해 무작정 알려주고 있는 것이 아니라 역사 판타지 형식으로 자연스럽게 어린이 독자들이 몰두할 수 있도록 이야기 속으로 이끌고 있어요. 저 역시 6.25를 책, 영상 등 간접적으로만 알고 있었던터라 평소에 큰 관심이 없었는데 이 동화를 통해 전쟁의 비극과 당시 6.25를 겪었던 사람들의 아픔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동화의 주인공은 현준이라는 5학년 어린이입니다. 동화의 도입부에서는 현준이의 이야기가 아닌, 현준이의 할아버지 이야기가 나옵니다. 현준이의 할아버지는 어느 순간부터 현준이의 아빠, 엄마도 알아보지 못하고 잠만 주무십니다. 그리고 잠이 깨면 바람골로 보물을 찾으러 간다고 하시는데요. 현준이는 할아버지에게 보물을 찾아줄테니 보물이 어디에 있냐고 묻습니다. 할아버지는 간신히 확독이라는 말을 해줍니다. 그렇지 않아도 현준이의 아빠와 엄마는 할아버지의 고향이라고 추측되는 바람골에 방문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준이는 할아버지의 보물을 찾기 위해 아빠와 함께 바람골로 떠납니다. 엄마는 현준이에게 맛있는 간식을 잔뜩 사서 주지요.





 

바람골은 상당히 먼 곳에 있었습니다. 대중교통도 잘 다니지 않을뿐더러 택시 한 대 지나가지 않는 장소였지요. 겨우 겨우 현준이와 현준이 아빠는 바람골과 가까운 노각나무 숲으로 가게 되는데요. 아빠가 전화를 하러 간 사이, 현준이는 노각나무 숲에서 거북 바위를 발견합니다. 그리고 6.25가 발발했던 과거의 시간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현준이는 과거의 시간에서 더벅머리 소년, 새 형을 만납니다. 새 형은 정찰병에게 쫓기는 신세인데요. 마을 사람들과 더벅머리 소년은 새 형의 출신을 묻지 않고 지켜주기 위해 노력합니다. 현준이는 그들을 통해 6.25라는 아픈 역사를 마주하게 되고, 소년병으로 끌려가 슬픔과 고통을 겪어야만 했던 할아버지의 마음도 이해하게 됩니다. 할아버지와 손자 사이에는 세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지만, 이렇게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통해 현준이는 할아버지를 이전보다 더 잘 알게 되고, 독자들 역시 현준이처럼 잘 알지 못했던 비극적인 역사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 동화는 6.25라는 전쟁이 남긴 상처가 무엇인지를 잘 그려낸 훌륭한 작품입니다. 어린이들이 읽어도 좋고, 어른 독자가 읽어도 무척 진한 감동을 남기는 동화입니다. 앞으로도 이런 역사 동화가 많이 출간되어 잊혀져가는 역사를 아이들이 마주 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컬처블룸 #컬처블룸리뷰단 #샘터 #바람골을찾아서 #김송순 #동화 #아동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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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모으는 생쥐
소중애 지음, 이강훈 그림 / 열림원어린이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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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모으는생쥐 #소중애 #열림원어린이 #아동문학 #동화 #추천도서



“어려운 시간도 잘 지내면 좋은 추억이 되는군요.”

할머니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어. ‘채근담’이라는 책에는 ‘모든 생명을 귀히 여기며 쥐를 위해서 늘 밥을 남겨 두라.’라고 했는데 나는 생쥐에게 줄 밥풀 하나도 없었어. 그게 오랫동안 마음에 걸렸어.”

-85 p / <시간을 모으는 생쥐>





<시간을 모으는 생쥐>는 제목부터 호기심이 생기게 만드는 동화입니다. ‘정말 생쥐가 시간을 모은단 말이야?’라는 의문을 가지고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정말 시간을 모으는 재주를 가지고 있는 생쥐가 등장합니다. 이 생쥐는 할머니와 함께 빨간 스웨터 안에서 살고 있는데, 할머니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알고 할머니를 위하여 이곳저곳으로 시간을 모으러 다닙니다. 자신의 시간이 빨리 지나가기를 바라는 사람들의 시간을 말이지요. 저는 시간을 빨리 보내고 싶은 사람과 시간을 모으고 싶은 생쥐라는 설정이 무척 특이하고 재미있었습니다. 생쥐는 시간 자루를 가지고 시간을 모으기 위해 집을 떠납니다.






저도 굉장히 힘들고 지루한 시간을 지날 때는 ‘이 시간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지만, 즐겁고 행복한 시간은 1분 1초도 아깝고 아쉽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면서 한편으로는 같은 의미로 다가오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과연 시간을 모으러 다니는 생쥐는 할머니를 위한 시간을 잘 모을 수 있을지 궁금한 마음을 가지고 책을 계속 읽어나갔습니다.





생쥐는 먼저 책을 읽기 싫어하는 웅이라는 아이에게 책을 읽어야 하는 시간을 가져갑니다. 웅이는 책을 다 읽어야만 엄마가 갈비를 사준다고 했습니다. 웅이는 책은 읽기 싫지만, 갈비는 빨리 먹고 싶어합니다. 그리고 연습생 시절을 힘들게 보내고 있는 누나에게서도 시간을 가져갑니다. 누나는 연습생을 거치지 않고 빨리 데뷔를 하고 싶었거든요. 말썽꾸러기 쌍둥이를 키우는 엄마가 힘들어보여서, 생쥐는 엄마에게 20년이라는 시간을 가져가기도 합니다. 쌍둥이가 20년 뒤에는 말썽을 피우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병에 걸려 곧 세상을 떠나게 될 할아버지의 남은 시간도 가져갑니다. 할아버지는 할머니 곁으로 빨리 가고 싶어했으니까요.





이렇게 생쥐는 시간이 필요 없어보이는 것 같은 사람들에게 시간을 가져다가 할머니에게 가져다 드립니다. 하지만 세상에 쓸모없는 시간이 있을까요? 불행하고 힘든 시간이 없어진다면 늘 즐겁고 행복한 날만 남게 될까요? 이 동화는 독자들에게 시간이 과연 사람에게 무슨 의미인지를 생각하게 만들어 줍니다. 처음에는 그저 재미있는 판타지 동화인 줄 알았는데, 성인 독자인 저도 깊게 고민하게 만드는 부분이 있는 동화여서 독서를 한 보람을 느꼈습니다. 아직 시간의 소중함을 잘 모르는 어린이들이 읽는다면, 좋은 교훈을 줄 만한 동화입니다.


<시간을 모으는 생쥐>는 자신에게 주어지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해줍니다. 그리고 앞으로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할지도 고민하게 해줍니다. 이 책이 많은 독자들을 만나서 허투루 시간을 낭비하는 사람들이 적어졌으면 합니다. 오랜만에 좋은 교훈을 주는 동화를 만나 즐거운 독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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