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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골을 찾아서 ㅣ 샘터어린이문고 83
김송순 지음, 클로이 그림 / 샘터사 / 2025년 4월
평점 :
이 포스팅은 컬처블룸을 통해 제품을 제공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어서 줘! 우리 할아버지 보물이라니까!”
나는 양손을 벌리며 더벅머리 앞에 다가섰다. 하지만 녀석은 나를 흘끔 쳐다보기만 하고는 주머니를 거꾸로 들고 흔들었다. 금세 녀석의 손바닥 위로 사진 한 장과 나무 팔찌 하나가 쏟아졌다.
“에계, 이런 게 무슨 보물이야?”
-119 / <바람골을 찾아서>

샘터 출판사에서 출간한 아동문학 신간 <바람골을 찾아서>를 읽었습니다. 이 동화는 새벗문학상과 아이세상창작동화상을 받으며 동화 작가가 된 김송순 작가님의 책인데요. 역시 이번 신간도 저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훌륭한 작품이었습니다. 이 동화는 ‘6.25 전쟁의 비극’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2025년 현재 기준으로 6.25가 일어난 지 벌써 70년째가 되었다고 합니다. 꽤 많은 세월이 흘렀으니, 아마 요즘 어린이들은 6.25가 무척 낯설 것입니다. 그래서 이 동화에서는 어린이들이 잘 모르는 6.25에 대해 무작정 알려주고 있는 것이 아니라 역사 판타지 형식으로 자연스럽게 어린이 독자들이 몰두할 수 있도록 이야기 속으로 이끌고 있어요. 저 역시 6.25를 책, 영상 등 간접적으로만 알고 있었던터라 평소에 큰 관심이 없었는데 이 동화를 통해 전쟁의 비극과 당시 6.25를 겪었던 사람들의 아픔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동화의 주인공은 ‘현준’이라는 5학년 어린이입니다. 동화의 도입부에서는 현준이의 이야기가 아닌, 현준이의 할아버지 이야기가 나옵니다. 현준이의 할아버지는 어느 순간부터 현준이의 아빠, 엄마도 알아보지 못하고 잠만 주무십니다. 그리고 잠이 깨면 바람골로 보물을 찾으러 간다고 하시는데요. 현준이는 할아버지에게 보물을 찾아줄테니 보물이 어디에 있냐고 묻습니다. 할아버지는 간신히 ‘확독’이라는 말을 해줍니다. 그렇지 않아도 현준이의 아빠와 엄마는 할아버지의 고향이라고 추측되는 바람골에 방문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준이는 할아버지의 보물을 찾기 위해 아빠와 함께 바람골로 떠납니다. 엄마는 현준이에게 맛있는 간식을 잔뜩 사서 주지요.

바람골은 상당히 먼 곳에 있었습니다. 대중교통도 잘 다니지 않을뿐더러 택시 한 대 지나가지 않는 장소였지요. 겨우 겨우 현준이와 현준이 아빠는 바람골과 가까운 노각나무 숲으로 가게 되는데요. 아빠가 전화를 하러 간 사이, 현준이는 노각나무 숲에서 거북 바위를 발견합니다. 그리고 6.25가 발발했던 과거의 시간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현준이는 과거의 시간에서 더벅머리 소년, 새 형을 만납니다. 새 형은 정찰병에게 쫓기는 신세인데요. 마을 사람들과 더벅머리 소년은 새 형의 출신을 묻지 않고 지켜주기 위해 노력합니다. 현준이는 그들을 통해 6.25라는 아픈 역사를 마주하게 되고, 소년병으로 끌려가 슬픔과 고통을 겪어야만 했던 할아버지의 마음도 이해하게 됩니다. 할아버지와 손자 사이에는 세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지만, 이렇게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통해 현준이는 할아버지를 이전보다 더 잘 알게 되고, 독자들 역시 현준이처럼 잘 알지 못했던 비극적인 역사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 동화는 6.25라는 전쟁이 남긴 상처가 무엇인지를 잘 그려낸 훌륭한 작품입니다. 어린이들이 읽어도 좋고, 어른 독자가 읽어도 무척 진한 감동을 남기는 동화입니다. 앞으로도 이런 역사 동화가 많이 출간되어 잊혀져가는 역사를 아이들이 마주 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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