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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제12회 교보문고 스토리대상 단편 수상작품집
지다정 외 지음 / 북다 / 2025년 4월
평점 :
이 포스팅은 컬처블룸을 통해 제품을 제공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동충하초가 뭔데요?"
"학계에 한 번도 보고된 적이 없으니 동충하초라기보단, 동충하초류에 그나마 근접한 아목이라고 봐야겠죠. 동충하초 들어보신 적 있죠? 겨울에는 곤충이었다가 여름에는 식물로 변한다는 애들이요.“
-51 p / 지다정 <돈까스 망치 동충하초>

해마다 많은 문학상 작품집이 쏟아지는 시대입니다. 저도 문학에 한창 관심이 있을 때는 소위 ‘권위’가 있다고 여겨지는 특정한 몇몇 문학상 수상작들을 찾아 읽곤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시점부터 그러한 작품들이 무언가 답답하고 재미가 없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평론가의 해설을 보아도 잘 이해되지 않았고, ‘작가와 평론가들의 무대’에서 독자는 제3자 역할 정도만 하는 것 같았지요. 문학판이 꼭 그들만의 리그인 것 같았기에, 저는 굳이 특정한 문학상 수상작을 읽기 보다는 제가 좋아하는 작품, 재미있는 작품들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발견한 것이 바로 ‘교보문고 스토리대상 단편 수상작품집’이었어요. 이 책 역시 ‘수상작품집’이라는 타이틀이 달려 있기는 하지만, 기존의 문학상 작품집과는 궤를 달리하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순문학’이라고 일컬어지는 작품들만 문학상 작품집에 수록될 수 있었다면, ‘교보문고 스토리대상 단편 수상작품집’은 ‘가장 재미있는 장르문학’으로 만들어진 책이기 때문입니다.

교보문고 스토리대상이 벌써 제12회를 맞았습니다. 저는 제10회 수상작을 읽고 너무 재미있어서 모든 회차 작품집을 모두 읽었는데요. 어느 회 하나 재미있지 않은 작품이 없었습니다. 장르문학이 존재하는 이유는 바로 ‘재미’인데, 이번 회에 수상한 작품들도 영화, 애니메이션보다 더 재미있습니다. 저는 장르문학 중에서 미스터리, 판타지를 좋아하는데요. 좀비물은 그다지 즐기는 편은 아닙니다. 그런데 이번 “제12회 교보문고 스토리대상 단편 수상작품집”에 좀비가 등장하는 작품이 있어요. 바로 최홍준 작가님의 <노인 좀비를 위한 나라는 없다>라는 소설인데요. 코맥 매카시의 소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패러디했음을 알 수 있지요. 단순히 좀비가 등장해서 죽고 죽이는 잔인한 장면만 나오는 게 아니라, 과연 야생 좀비 구역을 떠도는 노인의 정체가 무엇일지 계속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었습니다. 단순한 좀비물이 아니어서 좋았어요.

지다정 작가님의 <돈까스 망치 동충하초>도 매우 인상적인 작품이었습니다. 제목 자체도 통통 튀지 않나요? 소설의 주인공인 ‘나’는 재개발을 노리고 한 아파트에 들어가게 됩니다. 그래서 ‘나’는 이 아파트에 사는 누구와도 마주친 적이 없습니다. 그건 오로지 ‘나’의 노력의 결과였어요. 그게 이 집에 들어오는 중요한 조건 중의 하나였거든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밤에 수상한 소음이 들립니다. ‘나’는 소음의 정체를 파악하려고 하다가 거대한 ‘동충하초’가 아파트를 이미 점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주인공은 참으로 충격적이면서 공포스러운 상황과 대면하게 되는데요. 그 이후로 벌어지는 일들에 이 소설의 묘미가 있습니다. 참으로 기발하고 독특한 작품이었어요.

그 외에도 <청소의 신>, <장어는 어디로 가고 어디서 오는가>, <톡>이라는 작품도 무척 좋았습니다. 왜 교보문고 스토리대상 수상작이 되었는지 이해가 되는 작품들이었어요. 지구가 물에 잠긴 시대, 노숙자에 대한 이야기 등 우리 주변에 있거나 상상을 초월하는 멋진 이야기들로 가득한 작품집이었습니다. 뻔하고 지겨운 순문학에 질렸다면, <제12회 교보문고 스토리대상 단편 수상작품집>을 읽어보실 것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스티븐 킹, 조앤 롤링 등과 같은 장르문학의 대가가 외국에만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우리나라에 장르문학 붐이 더 일어서 재미있는 작품들이 마구마구 쏟아져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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