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저택의 기막힌 탈출 집사TV 오리지널 스토리북 시즌2 2
권수영 그림, 김지균 글, 집사TV 원작 / 서울문화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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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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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가 걸어가는 자리마다 시커먼 액체가 아래로 떨어졌다. 사내는 집사가 뒤따라가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는 것 같았다. 육중한 몸을 기우뚱거리며 천천히 한 발씩 걸어갔다. 집사가 바닥에 웅크리고 사내가 흘린 검은 액체를 만져 보았다. 굳기 전의 콜타르처럼 끈적끈적했다. 집사가 액체를 찍어 맛을 보았다.

31 p / <대저택의 기막힌 탈출>







요즘 집사TV 오리지널 스토리북을 읽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판타지가 드문 아동문학판에서 정말 귀한 책이라고 할 수 있어요. 아이들도 무척 좋아하고, 어른인 제가 읽어도 '와, 이거 진짜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도 되겠는데?'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최근 집사TV 오리지널 스토리북 시즌2의 신간 <대저택의 기막힌 탈출>도 예측불허의 이야기로 독자의 시선을 한 눈에 사로잡습니다. 단순히 재미만 있는 게 아니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무엇일까? 세상 사람들이 가장 소중하게 여겨야 할 가치는 무엇일까?'라는 철학적인 질문도 던지게 만드는 책이라 더욱 좋았습니다. 사실 판타지 동화에서 이렇게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는 게 쉽지 않잖아요. 그런데 <대저택의 기막힌 탈출>에서는 지옥에서 탈출한 세 명의 사람을 통해서 독자들에게 인생에서 진정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를 묻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생각하게 만듭니다.





집사TV를 좋아하는 분들은 모두 잘 알겠지만 실질적인 주인공은 집사입니다. 집사는 지옥에서 추방당한 악마예요. 그래서 이번 이야기도 지옥, 루시퍼와 관련이 되어 있습니다. 집사를 대저택에서 몰아내려는 계략이 있고, 집사는 그 계략이 휘말리게 되지요. 하지만 집사에게는 로희, 또이, 푸딩제리, 현이머, 멜로우, 료미와 같은 아주 든든한 동료가 있습니다. 이들은 집사와 함께 대저택에 살고 있어요. 비록 가족은 아니지만, 가족처럼 끈끈한 관계에 놓여 있습니다. 그래서 지옥에서 탈출한 사람들을 다시 잡기 위해 집사의 동료들이 큰 활약을 합니다. 저는 이번 이야기를 읽을 때 왜 뛰어난 화가, 빼어난 미인, 부자가 지옥에 떨어졌던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어쨌든 표면적으로 보면 보통 사람들보다 월등히 좋은 면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아, 이 사람은 지옥에 갈 수밖에 없겠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마 어린이 독자들도 마찬가지일거예요. '재능이 있고, 미모가 출중하고, 돈이 많으면 엄청 좋은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보다 더 소중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이 책에서는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저는 집사TV 오리지널 스토리북을 읽을 때마다 잔잔한 감동을 받습니다. 그리고 상상을 초월하는 특별한 모험, 판타지적 요소에 늘 감탄을 합니다. 사실 우리나라는 성인문학이든 아동문학이든 전민희 작가, 이영도 작가 외에는 판타지 장르가 굉장히 드물잖아요. 판타지 매니아인 저는 우리나라 문학을 그래서 썩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이렇게 집사TV 오리지널 스토리북이 계속 발간되어 무척 기쁩니다. 아이도 해리포터 시리즈만큼이나 이 시리즈가 재미있다고 해서 계속 이 책을 모으고 있어요. 판타지를 좋아하는 분들, 집사TV의 팬분들, 단순한 재미 외에도 생각할거리나 감동이 있는 이야기를 원하는 분들께 <대저택의 기막힌 탈출>을 추천합니다. 정말 즐거운 독서 체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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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옛 도시를 걷다 - 오랜 기억을 간직한 옛 도시에서 마주한 시간과 풍경
여홍기 지음 / 청아출판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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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허왕릉유지는 안양 샤오툰춘을 중심으로 북쪽과 남서쪽의 강촌 일대에 있다상나라 왕 반경이 기원전 14세기 무렵 지금의 안양인 은으로 도읍을 옮긴 이후 이곳에는 마지막 주왕에 이르기까지 여러 왕이 존재했었다현재까지 13기의 대형 왕릉과 1,400여 개의 제사갱이 발굴되었고같은 지역에서 약 3,000여 기의 평민 묘도 함께 발견되었다.

-20 p <세계 옛 도시를 걷다>

 




 

저는 여행 에세이를 좋아합니다. 제가 여행을 좋아해서 여행 에세이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여행을 싫어해서 여행 에세이를 즐겨 읽는 편이라고 해야 맞는 표현일 것입니다. 저는 평범한 직장인이어서 여행 일정을 잡는 것도 사실 힘든 편이고, 쉬는 날에는 여행보다 집에서 혼자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는 편이 더 좋습니다. 그럼에도 마음 속에는 늘 새로운 곳에 대한 동경, 낯선 곳에 대한 호기심이 있다보니 작가들의 여행 에세이를 자연스레 찾게 되는 것 같습니다. 비록 저는 여행을 싫어할 뿐만 아니라 여건 상 여행을 다닐 수 있는 형편은 되지 않지만, 저 대신 누군가가 멋진 곳을 여행하고 소개를 해줄 때 대리만족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출간된 여홍기 작가님의 신간 <세계 옛 도시를 걷다>는 여행 에세이 매니아인 저에게 굉장히 의미있는 책입니다. 보통 여행 에세이라고 하면 주로 관광지 소개, 맛집 소개, 지도 등이 전부인데 이 책에는 말 그대로 세계 옛 도시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여홍기 작가님은 단국대 대학원 사학과를 졸업하고 동아시아의 고대 도시를 두루 방문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단순한 여행 에세이를 넘어서 역사가 담긴 여행 에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처럼 인문학, 특히 그중에서도 역사에 흥미를 가지고 있는 분들은 이 책을 아마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입니다.



 

작가님은 화려하고 유명한 관광지로서가 아니라 오랜 기억을 품은 장소로서의 도시를 마주하고 싶은 이들을 위한 인문 기행을 쓰고 싶었다고 합니다. 보통 관광을 하면 화려한 도시에서 먹고 마시고 즐기는 정도에서만 끝내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을 읽다보면 진정으로 한 도시를 보고 체험하는 게 무엇일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도시 속에 숨어 있는 이야기를 이 책을 통해 읽다보면 도시란 그저 사람들의 단순한 삶의 터전이 아닌, 하나의 문화이고 예술이고 또한 치열한 삶의 현장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왕조를 연 도시, 그대로의 모습을 지닌 도시, 삶을 엮은 공간과 도시, 사람과 자연의 도시라는 테마로 다양한 도시들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저는 룩셈부르크, 에보라, 오카야마의 이야기가 특히 감명깊고 인상적이었습니다.

 

<세계 옛 도시>에는 작가님이 오랫동안 공부해온 역사에 대한 지식, 안목이 담겨 있어서 책을 읽으며 지적인 즐거움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올컬러로 도시의 사진들이 다양하게 들어 있기 때문에 마치 작가님과 직접 도시를 탐방하는 기분도 느낄 수 있습니다. 정말 잘 만든 책이고, 도시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든다는 점에서 인문학적이며 지적인 여행 에세이라고 할 수 있어요. 청소년 이상의 독자라면 꼭 읽어보라고 추천해주고 싶은 대단하고 멋진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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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튼 동물기 1 - 홀로 남은 회색곰 왑의 눈물
함영연 엮음, 지연리 그림, 어니스트 톰슨 시튼 원작 / 열림원어린이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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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치백'이라고 불리는 회색곰들이 있습니다. 비터루트 지역에 사는 회색곰들입니다. 이 곰들은 어찌나 약았는지 모릅니다. 나이가 많은 로치백은 만물박사입니다. 덫에 대해 사냥꾼보다 더 잘 알았습니다. 식물에 대해서도 식물학자보다 더 잘 알았습니다. 그러한 로치백들의 영리함에 번번이 사냥꾼들은 골탕을 먹었습니다.

-140 p / <시튼 동물기 1 : 홀로 남은 회색곰 왑의 눈물>


열림원 어린이에서 출간된 <시튼 동물기> 시리즈는 전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책입니다. 저도 초등학생 시절 이 책을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았는데, 어른이 된 후로는 이 책의 존재를 잊고 살았습니다. 그러다가 최근 예쁜 삽화, 읽기 좋은 편집으로 열림원 어린이에서 <시튼 동물기>가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어릴적 친구를 다시 만난 것처럼 기쁘고 반가웠습니다. <시튼 동물기>의 서막을 알리는 1권 "홀로 남은 회색곰 왑의 눈물>이 배송되자마자 아이와 함께 즐겁게 읽기 시작했습니다. 어릴 때 느꼈던 슬픔, 감동을 여전히 고스란히 느끼게 되어, 시튼 동물기가 왜 고전 중의 고전인지도 느끼게 되었습니다.





어니스트 톰슨 시튼은 실존 인물입니다. 그는 자연 속에서 생활하며 야생의 동물들을 관찰하고 기록한 글과 그림들을 모았는데요. 우리는 보통 이를 <시튼 동물기>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스스로 야생에서 관찰한 사실적 내용에 기반하면서도 동화와 같은 각색 내용이 풍부해서, 자연의 생태 및 문학적인 위대함을 갖춘 작품으로 평가받는다는 사실이 이 책의 177쪽에 소개되어 있습니다. <시튼 동물기>에는 시튼의 생태학적인 관찰이 담긴 자연 보고서이자 문학적인 스토리와 감동이 있어서 다른 책들과 변별되는 아주 색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저는 1권 "홀로 남은 회새곰 왑의 눈물"을 마치 한 편의 곰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처럼 읽다가도 또 한편으로는 동화를 읽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1권에는 회색곰 왑의 생애가 잔잔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물론 잔잔하다는 것이 왑의 생애가 잔잔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왑은 일찍 가족을 잃고 홀로서기를 해야만 했으니까요. 왑의 어린 시절부터 죽음에 이르는 과정에 독자는 자연스레 이입을 하게 됩니다. 보통 야생곰의 일생이라고 하면 무언가 나와 동떨어진 이야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이 책을 읽다보면 이 한 마리 곰의 이야기가 결국 사람의 일생과 얼마나 차이가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게 만듭니다. 왑은 어릴적 엄마곰의 보호를 받고 형제들과 행복하고 즐거운 나날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엄마곰과 형제들이 총에 맞아 죽는 일이 생기자 왑은 정신없이 홀로 달아나 어쩔 수 없이 거친 숲 속에서 홀로서기를 하게 됩니다. 곰은 상위포식자이긴 하지만, 아기곰일 때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사방 모든 동물이 적이니까요.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왑의 모습을 보며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기도 했고, 왑을 응원하기도 했습니다.





아이도 왑이 불쌍하다며 눈물을 글썽이며 읽다가 중반쯤 지나 왑이 점점 강해지고 자립심도 생겨나갈 때는 멋있다며 칭찬을 해주었습니다. 정말 곰과 인간의 생애가 크게 다를 바가 없는 것 같아 저 역시 어린이 책임에도 불구하고 정말 몇 시간동안 집중해서 읽을 수 있었습니다. 거대한 자연의 이야기, 그리고 그 속에서 치열하게 살아갔던 회색곰 왑의 일생이 이 한 권의 책에 담겨 있다는 것도 참으로 놀랍고 대단한 일 같습니다. 어릴 적 가지고 있었던 동물과 자연에 대한 호기심을 잃어버리고 세상 모든 일이 지루한 어른들, 그러나 여전히 동물과 자연을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이 책을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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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보는 1분 철학 관계수업
서정욱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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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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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인관계는 본질적으로 이런 상대성 위에 서 있습니다그런데 여기에 절대적인 잣대를 들이댄다면 어떻게 될까요분명 협상이나 계약처럼 명확한 기준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절대적 기준이 중요하지만일상의 대화나 감정의 교류에서는 오히려 유연하고 상대적인 시각이 더 도움이 됩니다.

-37 p <만화로 보는 1분 철학 관계수업>

 


 





파격적이고 재미있고 실용적인 철학책이 출간되었습니다. 바로 서정욱 작가님의 <만화로 보는 1분 철학 관계수업>입니다. 일단 이 책에는 철학자 프로타고라스, 제논, 아리스토텔레스, 아우렐리우스, 볼테르, 칸트, 쇼펜하우어, 니체, 사르트르, 레비나스의 철학적인 담론이 등장합니다. 무려 10명의 철학자, 철학을 전공하지 않은 일반인들에게는 어마어마한 무게가 느껴지는 철학자들인데요. 사실 이 철학자들의 철학을 공부한다고 하면 책 한 권으로는 부족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 책은 철학자들의 사상을 고리타분하고 어렵게 나열하지 않습니다. 이들이 어떻게 이 복잡한 세상에서 현명하게 살아가기 위해 어떤 태도를 취했는지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보통 철학이라고 하면 현실 세계와 동떨어진 형이상학 정도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에서는 인간관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서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사실 인간관계만큼 어려운 것도 없으니까요. 그리고 이 책은 올컬러판 만화입니다. 마치 웹툰을 보는 것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저도 철학책이 만화로 출간된 건 처음 봤는데, 글밥이 많이 없음에도 핵심적인 내용이 들어 있어서 , 정말 편집을 잘 한 책이다라고 감탄했습니다.




 

작가님은 철학 자체는 혼자의 행위가 아닌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뜻한다고 썼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인간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은 인간은 인간과 어떤 관계를 맺고 사는 존재인가라는 질문과 같다고 이야기합니다. 사실 저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 프로타고라스가 말재주만 있는 소피스트 정도인 줄 알았습니다. 프로타고라스 편을 읽다보니, 그가 생각한 인간관계의 상대성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상대적인 것이 무조건 나쁜 것이 아니라 유연한 시각이 될 수 있기에 프로타고라스의 인간관을 저도 한 번 일상에서 적용해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제논의 이야기도 저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제논은 쾌락을 멀리했습니다. 보통 쾌락을 멀리한다고 하면 너무 금욕주의자가 아닌가 싶을 것입니다. 저 역시 그런 생각으로, 조금은 제논의 주장이 극단적은 것은 아닌가하고 책을 읽어나갔는데요. 제논은 쾌락이 우리 영혼을 흐리게 한다고 보았습니다. 쾌락이 중심이 되면 이성의 판단이 흐려지고, 인간관계도 금세 이기적인 거래가 되어버리기 때문에 쾌락을 멀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참으로 납득할만한 논리입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저의 인간관계에 대해 다시금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학창시절에도 공부보다 더 힘든 게 친구관계였고, 사회에 나가보니 역시 많은 사람들을 대하는 게 결코 만만치 않다는 것을 느낍니다. 그때마다 <만화로 보는 1분 철학 관계 수업>에서 읽었던 내용들을 떠올리며 좀 더 현명한 입장을 취할 계획입니다. 철학이 단순히 상아탑에서나 논의되는 고고한 인문학이 아니라, 이렇게 인간관계에서도 많은 깨달음을 주게 하는 것을 알게 한 서정욱 작가님께도 감사드립니다. 어려운 인간관계를 철학자들의 깊이있는 사상으로 생각해 보고 싶은 분들에게 <만화로 보는 1분 철학 관계수업>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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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조리를 향해 쏴라
최인 지음 / 글여울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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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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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밤을 끝으로 모든 일이 잘 풀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명우도 비슷한 생각을 하는지 하염없이 불꽃을 들여다보았다. 장작불은 이제 불꽃을 길게 내뿜으며 활활 타올랐다. 나는 외투 안주머니를 뒤져 얄팍한 지갑을 꺼냈다. 명우가 자조적인 표정으로 내 움직임을 지켜보았다.


<부조리를 향해 쏴라> / 35 p






강렬한 제목의 소설을 한 권 읽었습니다. 바로 최인 작가님의 <부조리를 향해 쏴라>라는 책인데요. 외국의 철학적인 소설을 연상하게 하는 제목이긴 하지만, 가독성이 무척 좋습니다. 두꺼운 장편소설임에도 저는 출퇴근길을 이용하여 3일만에 다 읽었습니다.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소설이라 '와, 요즘도 이런 소설이 나오는구나!'하고 감탄을 했어요. 이 책을 쓴 최인 작가님은 199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편 소설 <비어 있는 방>으로 등단하여 지금까지 7권의 작품을 발표했습니다. 






확실히 한국의 대표적인 중견 작가이셔서 그런지 이번 신작 <부조리를 향해 쏴라>도 저의 기대에 부응하는 아주 훌륭한 작품이었습니다. 솔직히 요즘 한국문학을 보면 이야기는 없고 우울한 감정만 나열하는 정도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역사에 관한 소설은 거의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지요. 이런 세태에 역사 소설, 그것도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이 등장하는 소설이 혜성같이 등장한 것입니다. 그동안 한국문학은 식상하다, 재미없다라는 편견을 깨줄만한 소설이 나온 것이지요.





작가의 말에도 나와 있듯이, <부조리를 향해 쏴라>의 주인공은 부조리한 사회에 열심히 적응하기도 하고, 치열하게 삶을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대학시절의 대정부투쟁, 비상계엄으로 탄생한 유신정권에 항거하다가 수배자가 되기도 하고, 평범한 일반인으로 살다가, 사법고시에 도전하기도 하지요. 주인공은 부조리한 삶에 대항하고, 부조리한 사회를 거부합니다. 그리고 부조리한 역사에 반기를 들기도 합니다. 그리고 소설의 순서가 역순이라는 점도 특이하고 재미있는 부분입니다. 챕터가 12에서 시작해서 11, 10, ... 1로 가지요. 부조리한 역사, 부조리한 사회, 부조리한 인간이 역순의 시간 속에서 너무나 잘 드러납니다. 작가님이 의도적으로 잘 배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 사람의 일생에서 저는 아픈 현대사를 보았고, 결국 부조리한 삶은 인간의 삶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세계의 부조리, 체제의 부조리는 영원히 사라질 수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 소설에서는 이러한 것들을 '인정'하자는 쪽으로 주제가 흘러갑니다. 작가님은 '부조리한 삶이 없음은 곧 부조리한 사회가 없음을 의미하고, 부조리한 사회가 없음은 곧 부조리한 역사가 없음을 의미한다'라고 썼습니다. 저는 올해 읽은 장편소설 중에서 <부조리를 향해 쏴라>이 가장 흥미로웠습니다. 일단 제가 관심있는 현대사가 생생하게 그려져서 좋았고, 주인공의 갈등에 몰입하기도 좋았습니다. 장편소설을 좋아하는 분들께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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