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석산의 서양 철학사 - 더 크고 온전한 지혜를 향한 철학의 모든 길
탁석산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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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는 홉스를 몹시 싫어했나 봅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요 주장을 매섭게 반박하니까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장을 부인합니다. 오히려 그 반대라는 거지요. 즉 인간은 사회적으로 만들어져야만 한다는 겁니다. 인간의 사회성이 타고난 본능에 가깝다는 옛날의 주장을 전면 부인하면서, 홉스는 정치 체제가 자연산이 아니라 인위라고 주장합니다.

287 p / <탁석산의 서양 철학사>






'철학'에 대한 대중의 이미지는 조금 극단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먼저 첫째는 '철학'을 일상 생활에서는 전혀 쓸모없는 학문, 학자들이나 연구하는 지나치게 형이상학 학문이라는 이미지인데요. 아마도 대부분의 철학책이 공부를 하지 않고 읽으면 너무나 난해하고 어렵기 때문에 그런 이미지가 생긴 것 같습니다. 게다가 강단 철학에서 나오는 논문들은 학자 외에는 거의 읽지 않지요. 하지만 철학이 우리 일상에서 반드시 필요다고 보는 입장도 있습니다. 그래서 한때 출판계에 '인문학 열풍'이 불기도 했고, 그 중심에 철학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중 철학은 '일상'이라는 키워드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철학을 '생활 철학' 쯤으로 치부해버린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너무 가벼운 내용이 위주였던 것이지요. 이론에 치중한 철학은 너무 어려워서 문제였고, 대중의 눈높이에 맞춘 철학은 너무 가볍고 본연의 철학이 가진 학문적인 깊이를 드러내지 못한다는 게 한계였습니다. 그런데 최근 열린책들에서 펴낸 <탁석산의 서양 철학사>는 매우 독특합니다. 바로 대중의 눈높이에 맞추어 풀어낸 철학책이면서 동시에 서양 철학사라는 맥을 짚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철학에 대한 지식도 빠르게 쌓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론과 대중의 눈높이를 모두 충족시키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서양 철학사'라는 제목을 가진 책이 그동안 발행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철학 전공자가 읽기에도 너무 어렵고 지루했기 때문에, 저 역시 서양철학사 책을 사놓고 읽지 않은지가 벌써 10년은 훨씬 넘어갑니다. 다행히도 <탁석산의 서양 철학사>라는 책은 엄청나게 방대한 책임에도 마치 인문교양 강좌를 듣는 것처럼 책장이 술술 넘어갑니다. 그러면서도 깊이는 놓치지 않습니다. 탁석산 작가님은 철학 박사 학위 소지자 이기도 하고, 그동안 꾸준히 책을 쓰고 강연하며 대중과 함께해온 내공이 있기 때문입니다. 작가님은 이 책의 머리말에서 '이 책에서 창의성을 찾을 수 없다'라고 직진고백을 합니다. '철학사의 내용을 충실하게 전달하는 바가 목적이기에, 창의적인 해석이나 분석은 당연히 기대할 수 없다'라는 것이지요. 그런데 저는 오히려 이 점이 이 책의 강력한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이렇게 방대한 서양 철학을 단 한 권으로 쉽게 설명한 책은 단언컨대 없었습니다. 있다고 해도 내용이 너무 어렵거나 전공자가 쓴 책이 아니어서 전문성도 떨어지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기본에 충실합니다. 철학 주제가 아니라 철학자 위주로 소개하고 있기 때문에 이해도 쉽습니다. 그리고 철학을 모르는 사람도 쉽게 이해할 수 있을만큼, 술술 풀어서 써준 책이어서 읽을 때 무척 편했습니다.





작가님은 철학사를 읽으면 자기 생각이 어디쯤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데요. 이 책에서 정리된 철학은 고대, 중세, 근대, 근대 계몽주의 이후, 현대로 이어지고 있어서 철학사의 맥락을 잡기도 좋고, 자신의 생각이 어디쯤에 머물고 있는지 확인하는 데도 안성맞춤입니다. 특히 한창 유행했던 '페미니즘'도 제6부에 잘 소개되어 있어서 공부하는 게 수월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근대 계몽주의 이후의 프랑스 계몽주의, 칸트, 헤겔 쪽을 집중적으로 읽었습니다. 사실 예전에 철학을 공부할 때 헤겔 원전 독해를 읽다가 포기한 적이 있었는데, <탁석산의 서양 철학사>를 읽고 나니, 그때 제가 포기했던 내용들이 다시 조금씩 이해되는 기분이었습니다. 이 책은 그만큼 철학 입문서로 매우 훌륭합니다. 철학을 공부하고 싶은 분들께는 꼭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서양 철학의 역사는 굉장히 오래되었고, 철학의 내용 또한 단일하지 않기에 책 한권으로 정리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탁석산 작가님은 그 작업을 이 책 한권으로 해냈습니다. 인문학의 기초, 철학 공부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이 책을 소장하고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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