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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게무의 여름 - 제73회 소학관 아동출판문화상 수상작, 제71회 산케이 아동출판문화상 수상작 ㅣ 다산어린이문학
모가미 잇페이 지음, 마메 이케다 그림, 고향옥 옮김 / 다산어린이 / 2025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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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는 물속에 손을 넣어 휘젓더니 뭔가를 꺼냈다. 바로 파인애플 맛 사이다였다. 할아버지가 돌 위에 있던 병따개로 뚜껑을 따서 우리에게 한 병씩 건네주었다.
"자, 마셔라!"
사이다는 손이 얼얼할 정도로 차가웠다. 목이 말랐던 나는 병째로 재빨리 한 모금 들이켰다.
51 p / <주게무의 여름>

어린 시절의 추억이 떠오르는 감성 동화, <주게무의 여름>을 읽었습니다. 다산어린이 출판사에서 펴낸 이 동화는 모가미 잇페이 작가님의 글입니다. 저는 성인임에도 일본 아동문학을 즐겨 읽는 편인데, 일본 아동문학만의 특유한 감성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판타지적인 요소가 없어도 지브리 스타일의 따뜻한 느낌을 주는 동화가 많아서인지, 일단 일본 아동문학이라면 믿고 읽는 편인데요. 이번에 읽은 <주게무의 여름> 역시 기대 이상으로 아름답고 따뜻한 내용이었습니다. 이 동화에는 네 명의 어린이들이 등장합니다. 가쓰, 야마, 슈, 아킨이 바로 그들인데요. 모두 초등학교 4학년으로, 작은 시골 마을에 같이 살면서 같은 학교를 다니고 끈끈한 우정을 보여줍니다. 이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의 4학년은 전부 아홉 명 뿐입니다. 그 중 네 명이 천신 마을에 몰려있는데 바로 이 아이들이지요. <주게무의 여름>은 바로 이 아이들이 여름방학을 맞는 시점부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저는 어린 시절, 좋은 기억이 유독 많았는데 특히 방학 전에는 늘 묘한 설렘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 동화에서는 이렇게 잊고 지냈던 어린 시절의 추억, 설렘이 잘 드러나 있어서 읽는 내내 독자의 입가에 계속 웃음을 만들어줍니다.

이 동화가 다른 동화와 달리 조금 더 특별하게 다가왔던 이유는 이렇게 따뜻하고 감성적인 내용이 들어있기도 했지만, 등장 인물 중 한 명이 특이했기 때문입니다. 바로 '가쓰'라는 아이입니다. 가쓰는 '근위축증'이라는 병을 앓고 있는 아이입니다. 이 병은 근육이 점점 약해지는 병으로, 유치원 시절에는 뛰어다닐 수 있었지만, 지금은 몸을 양옆으로 흔들거리면서 천천히 걷는 것으로 나옵니다. 보통 이런 아이들은 또래 집단에서 소외되기 마련인데, 이 동화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야마, 슈, 아킨은 가쓰를 소외시키고 놀리거나 무안을 주기는 커녕, 무심하게 잘 챙겨주는 속깊은 아이들입니다. 가쓰가 괜히 자신들이 신경쓰는 것을 눈치챌까봐 뒤에 늦게 따라오면 장난을 치면서 속도를 늦춰주고, 다이빙이나 언덕을 오르는 일처럼 불가능한 일에 도전을 할 때에도 묵묵히 도와줍니다. <주게무의 여름>이 감동으로 다가오는 건 바로 이러한 내용이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초등학교 4학년임에도 참으로 속이 깊고 따뜻한 아이들이 나와서 어른 독자 역시 참으로 배울 점이 많다고 느끼게 됩니다.

이 동화에는 <병아리와 파인애플 맛 사이다>, <주게무의 여름>, <요괴 칠엽수> 세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장편 동화가 아니여서 각각 이야기의 독립성은 있지만, 연작 소설처럼 이야기가 조금은 연결되는 듯한 느낌이 있으니 첫 작품부터 천천히 읽어나가는 편을 추천드립니다. 아이들 스스로 모험을 하고 고정관념을 깨며 용기와 지혜를 터득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읽으면서 잔잔한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초등학생 독자가 읽으면 성숙하고 멋진 시선과 내면의 성장을 가져올 수 있는 이야기이고, 어른이 읽는다면 초등학교 4학년 때의 감성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책입니다. 어른과 아이 모두 즐겁게 볼 수 있는 <주게무의 여름>을 올 여름 추천도서로 강력하게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