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지충의 만화로 보는 동양철학 8 : 한비자 - 현실의 정치학 채지충의 만화로 보는 동양철학 8
채지충 지음, 이신지 옮김 / 들녘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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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한비자는 '현실적인 정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유가가 내세우는 인애를 바탕으로 한 덕치 정치를 비판했다. 한비자는 유가 사상에 대해 "현실의 정치에 대해 말하기는 서툴면서, 고대의 요순 시절에 대해서만 말하기를 좋아한다. 마치 개나 말을 그리는 데 서툰 화가가, 귀신이나 도깨비만 쉽게 그리는 것과 같다. 귀신과 도깨비는 눈에 보이지 않아 아무렇게나 괴이하게 그려도 남에게 그럴듯하게 보여줄 수는 있지만, 개나 말은 눈앞에 보여서 비슷하게라도 그리지 않으면 안 되므로 그리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4 p /채지충의 만화로 보는 동양철학 8 한비자 / 들녘




동양철학에 관심이 많은 분들께서 무척 반가워할 뉴스를 전해드립니다. 채지충 작가님의 동양철학 시리즈가 들녘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는 소식인데요. 채지충 작가님은 수식이 필요없는 세계적인 만화가이죠. 제자백가를 비롯해서 다양한 동양 사상, 중국 설화, 기담을 재창조한 작품을 발표하여 무려 4천만 권을 판매했고, 45개국에 번역되어 수억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설화나 기담은 나름대로 재미있는 측면이 있지만, 동양 사상은 전공자가 아니라면 접근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런데 채지충 작가님은 남녀노소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만화'로 어려운 동양 사상을 한 권에 쏙 담아 놓았습니다. 대단한 재능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제가 이번에 읽은 '채지충의 만화로 보는 동양철학' 시리즈의 8권인 <한비자>는 사실 우리나라에 많이 소개된 책은 아닙니다. 우리나라에 주로 소개되는 동양철학은 논어, 맹자, 중용, 대학과 같은 '유교'와 관련된 책이 대다수입니다. 그래서 유교 철학 이외의 제자백가는 상대적으로 찾아보기 힘든데요. 저도 한문학을 공부하면서 한비자 번역본을 찾았을 때, 생각보다 번역본이 많지 않아서 놀란 경험이 있습니다. 게다가 전공자가 아니라면 읽기 힘든 책이어서 독자들이 한비자를 안다는 게 힘들겠구나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사실 한비자만큼 명쾌하고 현실 논리에 정확히 들어맞는 철학이 흔한 편도 아닌데 말이에요.




한비자는 기원전 298년경 한나라의 왕족으로 태어나 '현실적인 정치'를 주장한 인물입니다. 비록 말을 더듬었지만, 글솜씨만큼을 탁월하여 진나라의 시황제가 한비자의 글에 감탄했다고 합니다. 마침 한비자가 진나라에 사신으로 오자 시황제는 그를 무척 반겨주었는데요. 한비자와 동문수학했던 이사가 이를 시기하여 한비자를 모함에 빠뜨려 옥에 가둔 뒤 죽게 만듭니다. 법, 술, 세라는 세 가지 개념으로 현실정치를 이야기하는 뛰어난 두뇌를 가졌음에도 어처구니없는 죽음을 맞이한 것이지요. 그럼에도 그가 남긴 책은 여전히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많은 깨달음을 주고 있습니다.


채지충 작가님은 <한비자>에서 핵심적인 내용을 만화로 잘 표현해 놓았습니다. 이 얇고 가벼운 책 한 권만 읽어도 분명 <한비자>의 핵심적인 내용은 이해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저는 <한비자>의 원문, 번역문도 모두 읽고 난 후 채지충 작가님의 책을 읽었는데 확실히 전공자 수준만큼 한비자의 핵심을 명확하게 파악하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먼 불로 가까운 불을 끌 수 없다', '책을 불태워버린 왕수', '쓸모없는 조롱박'은 다시 읽어보아도 한비자의 통찰에 감탄하게 됩니다.




유교 정치가 '이상'에 가깝다면 한비자의 정치는 냉철한 '현실'입니다. 상벌을 확실히 하고, 법으로 엄격하게 다스릴 것을 권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대사회는 법치주의이기 때문에, 제자백가의 여러 사상들 중 결국 한비자의 사상이 승리한 셈입니다. 법치주의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라면 <한비자>를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법치주의는 완전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법을 철저하게 만들어도 법망을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니까요. 그런 점에서 본다면 <한비자>는 법치주의의 한계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만듭니다. 동양철학은 왠지 구태의연할 것 같은 느낌을 주지만, <한비자>는 매우 현실과 가까워서 읽는 내내 눈을 뗄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만화의 내용이나 그림도 깔끔해서 머릿 속에 쏙쏙 잘 들어옵니다. 만화, 동양철학을 좋아하는 분들께 강력추천하는 훌륭한 책입니다.


이 포스팅은 컬처블룸을 통해 제품을 제공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한비자 채지충 #정치학 #들녘 #동양철학 #컬처블룸 #컬처블룸리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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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캐롤
찰스 디킨스 지음, Daniel Choi 옮김 / 찜커뮤니케이션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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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롤>은 아마 남녀노소 누구나 재미있고 감명깊게 읽을 수 있는, 흔치 않은 소설일 것입니다. 저 역시 <크리스마스 캐롤>을 7살 무렵 처음 접한 뒤로 그 환상적이면서 으스스한 세계에 푹 빠져 한동안 헤어나오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대학에 들어간 후에는 찰스 디킨스의 소설들을 읽으며 그의 엄청난 문학적 재능에 감탄하고 그가 쓴 작품들을 모두 좋아하는 애독가가 되었지요. 그래서인지 최근 찜커뮤니케이션에서 출간된 <크리스마스 캐롤>을 보았을 떄 저도 모르게 '와!'하고 탄성을 내질렀습니다. 새롭게 번역된 버젼이어서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아무리 예전에 번역이 된 작품이라도 계속 새롭게 번역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독자여서, <크리스마스 캐롤>을 이렇게 또 한 번 번역을 해 준 출판사에게 고마운 마음까지도 들었습니다.




비록 크리스마스는 지났지만, 크리스마스를 떠올리게 만드는 <크리스마스 캐롤>을 읽으면서 다시 한 번 크리스마스의 설렘으로 푹 빠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모두 다 알고 있는 것처럼 이 소설은 크리스마스의 낭만을 쓰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말리의 죽음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되면서 조금 으스스한 느낌을 줍니다. 그 후로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유령이 차례로 스크루지를 방문하며 공포가 더해지는데요. 






하지만 영국의 풍경이 자세히 나와 있어서 호기심이 많은 제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부분이 많았고, 유령이 단순히 무서운 존재가 아니라 스크루지에게 깨달음을 주는 역할을 하고 있어서인지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구두쇠의 기질이 악독할 정도로 심했던 스크루지는 평생 돈을 모으는 데만 열중하며 살았던 인물입니다. 어릴 적에 <크리스마스 캐롤>을 읽었을 때만 해도 스크루지가 참으로 특이하고 이상한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는데요. 어른이 되어 다시 읽어보니 스크루지와 같은 사람이 의외로 많다는 생각에 씁쓸해졌습니다. 일단 저부터 스크루지처럼 탐욕스럽고 돈만을 바라보며 사는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되네요. <크리스마스 캐롤>은 크리스마스의 상징적인 소설이지만, 꼭 크리스마스가 아니어도 시간이 된다면 꼭 한 번 누구나 원본 번역을 다시 한 번 읽어보아야 할 훌륭한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좋은 작품을 다시 만나게 되어 기쁩니다. 표지도 예뻐서 친구들에게 생일 선물로 주고 싶은 책입니다. 앞으로 짬커뮤니케이션에서 출간될 소설들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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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뒤낭, 그가 진 십자가 - 최초 노벨 평화상 수상자의 일대기
코린 샤포니에르 지음, 이민주 옮김 / 이소노미아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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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북유럽 #앙리뒤낭그가진십자가 #노벨평화상 #추천도서 #신간 #이소노미아




자연선택론이 제대로 작용한 것이 아닌가, 별로 쓸모가 없는 이들은 죽어나갔고, 불운이 겹치다 보니 게으른 자들도 떠나갔다. 이제는 인간의 본성이 개선되기를, 또 나쁜 운세가 끼어드는 일이 더 이상 없기만을 바라는 수밖에.


-91 p /앙리 뒤낭, 그가 진 십자가/코린 샤포니에르





놀랍고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책을 만났습니다. 이소노미아에서 출간된 <앙리 뒤낭, 그가 진 십자가>라는 책입니다. 이 책은 스위스-캐나다 국적의 작가이자 제네바 대학교 문학 박사인 코린 샤포니에르가 쓴 최초 노벨 평화상 수상자의 일대기입니다. 이 책의 장점은 마치 소설책처럼 가독성이 좋다는 것입니다. 앙리 뒤낭이라는 한 사람의 일생에 초점을 맞추어 유년 시절부터 차근차근 읽다보면 어느새 그의 삶 속에 깊숙이 들어가게 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평범한 삶을 살아오면서 남들보다 특별히 더 많은 사람을 만난 것은 아니지만, 사람에 대해 환멸을 느낀 적이 많습니다. 그래서 나이를 먹을수록 사람과 선뜻 사귀지 못하게 되었는데요. 그래도 세상에는 선한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어제보다 더 나아지는 것 같습니다. 앙리 뒤낭의 일대기를 읽으며 이토록 탁월한 식견을 가지고 겸허하고도 선한 사람이 있었기에 이기적이고 못된 사람들이 많아도 여전히 세상에는 희망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앙리 뒤낭이 욕심, 탐욕 등으로 괴로워하는 보통의 인간들보다 훨씬 순수하고 초월적인 인물은 아니었음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그저 보통의 인간들과 같은 욕망을 가진 평범한 인물이었지요. 이 책을 쓴 코린 샤포니에르 작가님은 앙리 뒤낭이 독실했던 청년 시절을 보낸 후 세상에 대한 야심이 우위를 차지하기 시작하면서 이웃 사랑은 점점 뒷전으로 밀려났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솔페리노의 참화를 체험한 후 앙리 뒤낭의 자비로운 성향이 발휘되기는 합니다. 그러나 이때 뒤낭은 더 이상 5년전과 같이 그리스도에게 헌신하는 주의 종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경력을 쌓아가고 인맥을 넓혀 사업권을 따내려고 동분서주하는 사업가였던 것이지요. 그렇지만 작가님은 뒤낭의 행보를 분석하면서 오히려 이런 점이 더 다행이었다고 씁니다. 만약 앙리 뒤낭이 전쟁터에서 부상당한 형제들을 보기 위해 복음주의 연합 소속의 열성 신도로 이탈리아에 갔었다면 분명 현장에서는 선한 일을 행했을 것이고, <솔페리노의 회상>을 집필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 책을 50부 정도 인쇄하여 가족과 복음주의 협회 친구들에게 배포한 후, 뒤푸르 장군에게 보내드리는 정도로 끝났을 것이라는 추측을 내놓습니다. 물론 추측일 뿐이지만, 저도 작가님의 의견에 어느 정도 동의를 합니다.




앙리 뒤낭의 야심을 자극한 건 세상에서 누리는 영예와 명성, 사회적인 위신이었으나 오히려 뒤낭의 야심이 아니었더라면 적십자가 탄생하지도 않았을 것이라는 점을 읽으며 인생이란 참으로 알 수 없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앙리 뒤낭의 삶은 예측 불가능한 일 투성이였기 때문에 한 편의 소설과도 같습니다. 엉뚱한 행보가 좋은 결과를 낳은 경우도 있고, 좌절하고 실패한 일이 또 다른 기회를 만들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최초의 노벨 평화상 수상자라고 해서 인생의 굴곡이 많을 것이라고는 예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앙리 뒤낭의 삶은 그 자체로 많은 사람들에게 큰 희망과 위로가 되어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보통 사람들은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자기 자신만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마치 롤러코스터와 같은 앙리 뒤낭의 일생을 읽는다면, 자신의 불행은 굉장히 작다고 느낄지도 모르겠습니다.


많은 불행, 불의를 겪으면서도 끝내 적십자를 포기하지 않았던 앙리 뒤낭의 일대기를 읽으며, 평범하면서도 비범했던 한 위대한 인간에게 경외감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 삶을 지금보다 더 치열하고 보람차게 꾸려 나가야 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비록 힘든 일이 있더라도 앞으로 씩씩하게 나아가면서 끝내 목표를 이루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 멋진 책의 리뷰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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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작은 것들로 - 장영희 문장들
장영희 지음 / 샘터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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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쓴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체크카페 #체크카페리뷰단 #삶은작은것들로 #장영희 #신간


어쩌면 우리 삶 자체가 시험인지 모른다. 우리 모두 삶이라는 시험지를 앞에 두고 정답을 찾으려고 애쓴다. 그것은 용기의 시험이고, 인내와 사랑의 시험이다. 그리고 어떻게 시험을 보고 얼마만큼의 성적을 내는가는 우리들의 몫이다.


-79쪽 / 삶은 작은 것들로 / 장영희





2025년 새 해가 되어도 작년과 변함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보통의 사람들처럼 돈과 시간에 허덕이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을 하면서 마음의 여유를 잃어버린 지 오래입니다. 그러던 제가, 힘든 출퇴근 시간에 틈틈이 읽은 책이 있습니다. 샘터에서 출간된 <삶은 작은 것들로>라는 산문집입니다. 대중들에게 익히 잘 알려져있는 서강대 영문과 고 장영희 교수님이 쓴 글입니다. 작가님은 잘 알려진 것처럼 어릴 적 소아마비에 걸려 보통의 사람들보다 조금 불편한 삶을 살았습니다. 그럼에도 <삶은 작은 것들로>는 세상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 찬 책입니다. 미움, 원망, 한탄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보다는 지금 이 순간을 즐기지 못하는 자신에게 채찍질하는 글들이 많아서 읽는 내내 마음이 밝아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이 책의 표지는 제가 좋아하는 레몬색입니다. 본문의 종이도 가 쪽은 모두 레몬색입니다. 책 사이즈도 별로 크지 않고, 마치 '시'처럼 글 한 편의 분량이 짧은 편이어서 들고 다니면서 읽기도 좋습니다. 저는 출퇴근길에 틈틈이 이 책을 읽었습니다. 혼잡한 지하철에서도 읽는 데 어려움이 없었고, 책장을 넘길 때마다 저 자신을 괴롭혀왔던 힘든 마음의 짐들이 벗겨지는 것 같았습니다. 아마 이 책의 대부분이 독자들이 저와 같은 느낌을 받았을 것입니다.




<삶은 작은 것들로>는 제목 그대로 삶이란 무언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작은 것들'로 이루어진 것이라는 말을 하고 싶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위대하고 대단한 사람이 되어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것도 좋은 삶일 것입니다. 그러나 작가님은 조금 서툴고 늦고 별로 내세울 것이 없더라도 작은 것을 소중히 여길 줄 안다면 그것이야말로 행복이 아니겠는가라고 씁니다. 저도 이 책을 읽으며 그동안 얼마나 헛된 욕심에 사로잡혀 세상을 원망하고 저 자신을 괴롭혀왔는지를 돌이켜 보았습니다. 마음을 조금만 더 내려놓았더라면 소소한 행복을 느끼면서 살아왔을텐데 말이에요. 지금이라도 이 책을 읽으면서 제 삶의 방향성을 다시 설정할 수 있어 다행입니다.


작가님은 사랑, 희망, 자연, 사람에 대한 관심을 이 책에서 보여줍니다. 보통의 학자들이나 교수들이 쓴 책처럼 대중과 유리된 어려운 문학 이론이 등장하지 않아서 편하게 읽을 수 있다는 게 이 책의 장점입니다. 술술 읽히지만, 인생의 진리를 담고 있는 글들이 모인 책이어서 가슴을 찡하게 만듭니다. 그동안 바쁘다는 이유로 자연을 감상하지 못하고, 누군가를 제대로 사랑해본 적이 없는 삶이라면 그것만큼 불행한 삶도 없을 것입니다. 세속적인 성공을 했더라해도 결국 그것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작가님은 단순히 자신의 삶에 만족하면서 살라고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누리고 있는 것에 일단 감사한 마음을 느낄 줄 알아야 한다고 합니다.




이 책에 실린 모든 글이 한 편, 한 편 소중하지만 저는 70페이지에 있는 글이 유독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이제는 쌍꺼풀 수술은 성형 수술에 들어가지도 못할 만큼 성형이 대중들에게도 일반화되었는데요. 그만큼 '외모'에 대한 강박관념이 우리사회에 팽배해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성형기술이 발전할수록 '못생긴 사람'과 '잘생긴 사람'의 구분은 점점 더 심화되겠지요. 슬픈 현실입니다. 하지만 작가님은 '생긴 거야 어떻든 내 눈, 코, 입이 제자리에 있어서 제 기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그리고 우리 인체란 생긴 그대로 너무나 아름답고 신비로워서,'라고 썼습니다. 무언가 속이 후련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도대체 잘난 외모, 못난 외모의 기준은 누가 만드는 것일까요? 성형외과 의사가 정해준 것일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앞으로 누군가의 기준에 따라 열등감을 만들지 않고 건강하게 태어난 것에 감사하며 살아갈 것입니다.


자신이 불행하다고 느끼는 분들, 우울한 마음에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는 분들께 <삶은 작은 것들로>를 추천드립니다. 세상이 '잘났다'라고 정한 기준에서 엇나가면 어떤가요. 건강하고 행복하고 사랑할 줄 아는 삶을 살아간다면 누군가를 부러워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이 책을 읽고 많은 분들이 자신의 삶은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으며 항상 빛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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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신춘문예 시 깊게 읽기
민용태.박태만 지음 / 지식과감성#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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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쓴 리뷰입니다.

#2024신춘문예시깊게읽기 #지식과감성 #추천도서 #인문학 #비평 #신간 #베스트셀러



요즘 시중에서 훌륭한 시인이나 좋은 작품이 없다는 소리를 가끔 듣는다. 그런 소리를 하는 사람들을 가만히 살펴보면 시집 한 권도 읽지 않는 사람들이다. 뒤집어 보면 훌륭한 작가가 없는 것도 아니고, 좋은 작품이 없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런 시인이나 작품을 알아보는 양질의 민중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양질의 민중이 없다는 것은 좋아하고 선택할 줄 아는 고상한 엘리트 민중이 형성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2024 신춘문예 시 깊게 읽기>, 지식과 감성, 9 p


 



'신춘문예'는 문인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축제라 불릴만큼 해마다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어마어마한 경쟁률을 뚫고 당선된 작품들을 보면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다른 분야는 몰라도 '시'는 책을 꽤나 읽는 사람들도 어렵다고 느끼는 장르입니다. 더군다나 신춘문예에 당선된 시는 유독 난해하고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독자들이 많은 편입니다. 저 역시 문학을 전공한 지인들이 '신춘문예 시는 아마 작가조차 자신이 무엇을 썼는지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라며 우스개소리를 하는 것을 종종 듣곤 했습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신춘문예에 당선된 시라면 분명 낙선된 시들과는 다른 차별점이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신춘문예 당선작을 본격적으로 공부하는 문예창작과가 아니라면, 신춘문예 시에 대해 제대로 알기 힘든 게 현실입니다. 저는 해마다 신춘문예 당선 시집을 읽곤 하는데,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시들이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누군가가 시 해설을 명쾌하게 해 준다면 참 좋을 텐데'하는 생각을 했는데요. 마침 신춘문예 시를 제대로 분석해준 책이 있어 소개해 드리려 합니다.


 



바로 지식과 감성# 출판사의 신간 <2024 신춘문예 시 깊게 읽기>라는 책입니다. 일단 신춘문예는 '트렌드'를 파악하는 게 필수적입니다. 1999년에 당선된 작품을 읽는 것도 물론 필요하지만, 아무래도 최근 당선작을 아는 게 훨씬 더 중요하지요. 이 책은 2024년에 당선된 11편의 시를 민용태 시인님과 박태만 시인님이 '시인'의 눈으로 '무엇 때문에 이 시가 당선되었는가'를 아주 철저하게 분석하고 설명합니다. 대학 강의처럼 수준이 높으면서도 술술 잘 읽히는 문장이어서 마치 문학 강의를 듣는 기분이었습니다. 어려운 문학 이론이나 용어를 모른다고 해도 이 책을 읽는 데 어려움은 없습니다. 문학 평론가의 대중과 유리된 화려한 평론이 아닌, 신춘문예 시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이나 신춘문예를 겨냥하여 시를 쓰고자 하는 예비 문인들을 독자들을 위한 책이어서 무척 실용적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책을 쓴 시인님들은 '내가 이 시에 대해서 이 만큼 알고 있다'를 뽐내는 것이 아니라 '당선된 시는 이렇게 쓰였으니 독자 여러분들도 쓸 수 있다'를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난해하고 어렵게만 느꼈던 신춘문예 시들의 비밀을 낱낱이 알게 된 기분이 들었습니다. 저 역시 문학을 전공하고 오랫동안 공부했지만, 시 만큼은, 특히 신춘문예 시는 쉽게 접근할 수 없는 분야라는 편견을 늘 갖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서 신춘문예에 당선되는 시의 패턴을 알게 되고, 시인들이 시를 어떻게 창작했는지 그 방법을 공부할 수 있어서 이전에 비해 '시'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예전에는 어려운 문학 이론서, 원래 작품보다 더 어렵게 쓴 문학 평론을 읽으며 머리가 지끈거렸는데, <2024 신춘문예 시 깊게 읽기>를 만나고 나니 오히려 시가 다른 장르보다 더 재미있고 흥미롭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 책을 일찍 알았더라면 저도 시인이 되기 위해 도전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할 정도였으니까요.


 



순문학 그 중에서도 '시'가 대중에게 점점 괴리되어 가고 있는 시대에, <2024년 신춘문예 시 깊게 읽기>는 출판계의 보물과도 같은 책입니다. 저처럼 신춘문예 시를 알고 싶은 독자들에게는 '소장 가치'가 충분합니다. 한 편 한 편, 정성껏 분석하고 최대한 쉽게 독자들에게 시의 즐거움을 알려주려고 노력하는 게 독자들의 눈에도 충분히 보일 정도입니다. 소위 문학 지식인들만 시를 쓰고 즐기는 세상에서 이렇게 대중에게 시를 보는 눈을 키워주는 책을 만나게 되어 무척 기쁩니다. 앞으로도 이 책을 쓰신 두 시인님들께서 2025년 신춘문예 시, 2026년 신춘문예 시 등 해마다 당선작들을 깊게 읽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을 쓰셨으면 좋겠습니다. 일단 제가 열렬한 독자로서 책의 출간을 기다릴 것입니다. 신춘문예 시를 알고 싶은 모든 분들께 이 책을 강력하게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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