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지충의 만화로 보는 동양철학 8 : 한비자 - 현실의 정치학 채지충의 만화로 보는 동양철학 8
채지충 지음, 이신지 옮김 / 들녘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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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한비자는 '현실적인 정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유가가 내세우는 인애를 바탕으로 한 덕치 정치를 비판했다. 한비자는 유가 사상에 대해 "현실의 정치에 대해 말하기는 서툴면서, 고대의 요순 시절에 대해서만 말하기를 좋아한다. 마치 개나 말을 그리는 데 서툰 화가가, 귀신이나 도깨비만 쉽게 그리는 것과 같다. 귀신과 도깨비는 눈에 보이지 않아 아무렇게나 괴이하게 그려도 남에게 그럴듯하게 보여줄 수는 있지만, 개나 말은 눈앞에 보여서 비슷하게라도 그리지 않으면 안 되므로 그리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4 p /채지충의 만화로 보는 동양철학 8 한비자 / 들녘




동양철학에 관심이 많은 분들께서 무척 반가워할 뉴스를 전해드립니다. 채지충 작가님의 동양철학 시리즈가 들녘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는 소식인데요. 채지충 작가님은 수식이 필요없는 세계적인 만화가이죠. 제자백가를 비롯해서 다양한 동양 사상, 중국 설화, 기담을 재창조한 작품을 발표하여 무려 4천만 권을 판매했고, 45개국에 번역되어 수억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설화나 기담은 나름대로 재미있는 측면이 있지만, 동양 사상은 전공자가 아니라면 접근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런데 채지충 작가님은 남녀노소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만화'로 어려운 동양 사상을 한 권에 쏙 담아 놓았습니다. 대단한 재능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제가 이번에 읽은 '채지충의 만화로 보는 동양철학' 시리즈의 8권인 <한비자>는 사실 우리나라에 많이 소개된 책은 아닙니다. 우리나라에 주로 소개되는 동양철학은 논어, 맹자, 중용, 대학과 같은 '유교'와 관련된 책이 대다수입니다. 그래서 유교 철학 이외의 제자백가는 상대적으로 찾아보기 힘든데요. 저도 한문학을 공부하면서 한비자 번역본을 찾았을 때, 생각보다 번역본이 많지 않아서 놀란 경험이 있습니다. 게다가 전공자가 아니라면 읽기 힘든 책이어서 독자들이 한비자를 안다는 게 힘들겠구나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사실 한비자만큼 명쾌하고 현실 논리에 정확히 들어맞는 철학이 흔한 편도 아닌데 말이에요.




한비자는 기원전 298년경 한나라의 왕족으로 태어나 '현실적인 정치'를 주장한 인물입니다. 비록 말을 더듬었지만, 글솜씨만큼을 탁월하여 진나라의 시황제가 한비자의 글에 감탄했다고 합니다. 마침 한비자가 진나라에 사신으로 오자 시황제는 그를 무척 반겨주었는데요. 한비자와 동문수학했던 이사가 이를 시기하여 한비자를 모함에 빠뜨려 옥에 가둔 뒤 죽게 만듭니다. 법, 술, 세라는 세 가지 개념으로 현실정치를 이야기하는 뛰어난 두뇌를 가졌음에도 어처구니없는 죽음을 맞이한 것이지요. 그럼에도 그가 남긴 책은 여전히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많은 깨달음을 주고 있습니다.


채지충 작가님은 <한비자>에서 핵심적인 내용을 만화로 잘 표현해 놓았습니다. 이 얇고 가벼운 책 한 권만 읽어도 분명 <한비자>의 핵심적인 내용은 이해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저는 <한비자>의 원문, 번역문도 모두 읽고 난 후 채지충 작가님의 책을 읽었는데 확실히 전공자 수준만큼 한비자의 핵심을 명확하게 파악하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먼 불로 가까운 불을 끌 수 없다', '책을 불태워버린 왕수', '쓸모없는 조롱박'은 다시 읽어보아도 한비자의 통찰에 감탄하게 됩니다.




유교 정치가 '이상'에 가깝다면 한비자의 정치는 냉철한 '현실'입니다. 상벌을 확실히 하고, 법으로 엄격하게 다스릴 것을 권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대사회는 법치주의이기 때문에, 제자백가의 여러 사상들 중 결국 한비자의 사상이 승리한 셈입니다. 법치주의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라면 <한비자>를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법치주의는 완전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법을 철저하게 만들어도 법망을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니까요. 그런 점에서 본다면 <한비자>는 법치주의의 한계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만듭니다. 동양철학은 왠지 구태의연할 것 같은 느낌을 주지만, <한비자>는 매우 현실과 가까워서 읽는 내내 눈을 뗄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만화의 내용이나 그림도 깔끔해서 머릿 속에 쏙쏙 잘 들어옵니다. 만화, 동양철학을 좋아하는 분들께 강력추천하는 훌륭한 책입니다.


이 포스팅은 컬처블룸을 통해 제품을 제공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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