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리 뒤낭, 그가 진 십자가 - 최초 노벨 평화상 수상자의 일대기
코린 샤포니에르 지음, 이민주 옮김 / 이소노미아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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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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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선택론이 제대로 작용한 것이 아닌가, 별로 쓸모가 없는 이들은 죽어나갔고, 불운이 겹치다 보니 게으른 자들도 떠나갔다. 이제는 인간의 본성이 개선되기를, 또 나쁜 운세가 끼어드는 일이 더 이상 없기만을 바라는 수밖에.


-91 p /앙리 뒤낭, 그가 진 십자가/코린 샤포니에르





놀랍고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책을 만났습니다. 이소노미아에서 출간된 <앙리 뒤낭, 그가 진 십자가>라는 책입니다. 이 책은 스위스-캐나다 국적의 작가이자 제네바 대학교 문학 박사인 코린 샤포니에르가 쓴 최초 노벨 평화상 수상자의 일대기입니다. 이 책의 장점은 마치 소설책처럼 가독성이 좋다는 것입니다. 앙리 뒤낭이라는 한 사람의 일생에 초점을 맞추어 유년 시절부터 차근차근 읽다보면 어느새 그의 삶 속에 깊숙이 들어가게 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평범한 삶을 살아오면서 남들보다 특별히 더 많은 사람을 만난 것은 아니지만, 사람에 대해 환멸을 느낀 적이 많습니다. 그래서 나이를 먹을수록 사람과 선뜻 사귀지 못하게 되었는데요. 그래도 세상에는 선한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어제보다 더 나아지는 것 같습니다. 앙리 뒤낭의 일대기를 읽으며 이토록 탁월한 식견을 가지고 겸허하고도 선한 사람이 있었기에 이기적이고 못된 사람들이 많아도 여전히 세상에는 희망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앙리 뒤낭이 욕심, 탐욕 등으로 괴로워하는 보통의 인간들보다 훨씬 순수하고 초월적인 인물은 아니었음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그저 보통의 인간들과 같은 욕망을 가진 평범한 인물이었지요. 이 책을 쓴 코린 샤포니에르 작가님은 앙리 뒤낭이 독실했던 청년 시절을 보낸 후 세상에 대한 야심이 우위를 차지하기 시작하면서 이웃 사랑은 점점 뒷전으로 밀려났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솔페리노의 참화를 체험한 후 앙리 뒤낭의 자비로운 성향이 발휘되기는 합니다. 그러나 이때 뒤낭은 더 이상 5년전과 같이 그리스도에게 헌신하는 주의 종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경력을 쌓아가고 인맥을 넓혀 사업권을 따내려고 동분서주하는 사업가였던 것이지요. 그렇지만 작가님은 뒤낭의 행보를 분석하면서 오히려 이런 점이 더 다행이었다고 씁니다. 만약 앙리 뒤낭이 전쟁터에서 부상당한 형제들을 보기 위해 복음주의 연합 소속의 열성 신도로 이탈리아에 갔었다면 분명 현장에서는 선한 일을 행했을 것이고, <솔페리노의 회상>을 집필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 책을 50부 정도 인쇄하여 가족과 복음주의 협회 친구들에게 배포한 후, 뒤푸르 장군에게 보내드리는 정도로 끝났을 것이라는 추측을 내놓습니다. 물론 추측일 뿐이지만, 저도 작가님의 의견에 어느 정도 동의를 합니다.




앙리 뒤낭의 야심을 자극한 건 세상에서 누리는 영예와 명성, 사회적인 위신이었으나 오히려 뒤낭의 야심이 아니었더라면 적십자가 탄생하지도 않았을 것이라는 점을 읽으며 인생이란 참으로 알 수 없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앙리 뒤낭의 삶은 예측 불가능한 일 투성이였기 때문에 한 편의 소설과도 같습니다. 엉뚱한 행보가 좋은 결과를 낳은 경우도 있고, 좌절하고 실패한 일이 또 다른 기회를 만들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최초의 노벨 평화상 수상자라고 해서 인생의 굴곡이 많을 것이라고는 예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앙리 뒤낭의 삶은 그 자체로 많은 사람들에게 큰 희망과 위로가 되어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보통 사람들은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자기 자신만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마치 롤러코스터와 같은 앙리 뒤낭의 일생을 읽는다면, 자신의 불행은 굉장히 작다고 느낄지도 모르겠습니다.


많은 불행, 불의를 겪으면서도 끝내 적십자를 포기하지 않았던 앙리 뒤낭의 일대기를 읽으며, 평범하면서도 비범했던 한 위대한 인간에게 경외감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 삶을 지금보다 더 치열하고 보람차게 꾸려 나가야 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비록 힘든 일이 있더라도 앞으로 씩씩하게 나아가면서 끝내 목표를 이루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 멋진 책의 리뷰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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