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있는 곳에 있어줘
이치호 미치 지음, 최혜수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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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쓴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빛이있는곳에있어줘 #서점대상 #나오키상 #썸 #비밀 #사춘기 #퀴어 





유즈를 매일 만날 수 있다. 일주일에 한 번, 수요일 딱 30분이 아니라 평일 아침부터 방과 후까지 유즈와 같은 장소에서 같은 일을 하며 지낼 수 있다. 치사 씨의 말로 표현하자면, 꿈처럼 동경했던 미래가 드디어 찾아온 것이 실감 났다. 몸이 부르르 떨린다.


-90 p / 이치호 미치 / 빛이 있는 곳에 있어줘


이치호 미치 작가님의 신작 <빛이 있는 곳에 있어줘>를 읽었습니다. 470쪽 분량의 꽤나 긴 장편소설이지만, 책장이 술술 넘어가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습니다. 소감부터 간단히 말하자면 단연 2024년 발행된 장편소설 중 최고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굉장한 작품이었습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치호 미치 작가님이 쓰는 소설은 평범하지 않습니다. 작가님은 순문학이 아닌 라이트 노벨로 데뷔하여 BL장르를 주로 집필하신 분입니다. 저는 순문학보다는 라이트 노벨, 웹소설을 더 좋아하는 편이라 예전부터 이치호 미치 작가님의 번역되지 않은 작품들도 읽곤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번 신작이 더욱 기대되기도 했습니다. 이번 신작에서도 작가님의 역량이 충분히 발휘되었고,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애절한 감정선이 잘 나온 것 같아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이치호 미치 작가님을 잘 모르는 분들을 위해 간단히 소개하면, 일본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나오키상 뿐만 아니라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 신인상, 시즈오카 서점대상 등을 수상한 경력이 있는 작가입니다. 저는 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이라고 해서 무조건 읽거나 좋은 작품이다라는 맹목적인 믿음이 있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제가 읽어온 이치호 미치 작가님의 작품들은 설령 문학상 수상작이라는 딱지가 붙어 있지 않더라도 반드시 성공했을 법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훌륭했습니다. 원래 라이트 노벨을 쓰신 경력이 있으니 대중들이 좋아하는 이야기를 잘 알고 있으며, 독자들이 읽고 싶어하는 작품을 쓰는 작가님이기 때문입니다.


<빛이 있는 곳에 있어줘>는 유즈와 카논이라는 두 여성의 이야기입니다. 두 사람은 7살, 15살, 29세에 만나고 헤어짐을 반복하는데요. 재미있는 것은 유즈와 카논이 서로 다른 환경에 처해 있다는 사실입니다. 유즈는 물질적으로 풍족한 생활을 하면서 살아왔습니다. 반면 카논은 아버지 없이 어머니와 지내는데, 무척 가난합니다. 임대 아파트에 살면서 아이들에게 따돌림까지 당하지요. 어떻게 보면 유즈와 카논은 전혀 접점이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유즈는 유복한 환경임에도 늘 관심과 사랑이 부족했고, 이는 카논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서 둘은 가까워질 수 있었지만, 곧 멀어지는 것을 반복하게 됩니다.




저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저의 학창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저도 유즈와 카논처럼 눈부시게 순수하던 사춘기 시절, 참으로 좋아하던 친구가 있었는데요. 그게 우정이었는지 사랑이었는지 지금도 잘 모르겠습니다. 유즈와 카논의 관계를 그 무엇으로도 말할 수 없는 것처럼 말입니다. 세상에는 남녀 간의 사랑만 있는 게 아닙니다. 여성들 혹은 남성들 사이에서도 애틋한 감정이 생길 수 있지요. 그런데 이런 내용을 다룬 소설은 거의 음지에서만 있었습니다. 대형 출판사에서 퀴어 스타일의 소설이 출간되었다는 게 놀라웠고, 또한 기뻤습니다.




사춘기 시기의 애틋한 사랑, 추억이 들어있는 <빛이 있는 곳에 있어줘>를 읽으며 내내 행복했습니다. 유즈와 카논의 이야기는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입니다. 드라마나 영화로 제작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았습니다. 이 소설이 더욱 더 널리 알려져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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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있는 곳에 있어줘
이치호 미치 지음, 최혜수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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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두 여자의 애틋한 이야기가 담긴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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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불행한 아이 문지 푸른 문학
유니게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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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보다불행한아이 #유니게 #나보다불행한아이_서평단 #문학과지성사



두려움에 찬은 눈을 질끈 감았다. 맥박은 속도를 늦출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수학 문제집을 펼쳤다. 문제를 풀다 보면 다 잊어버리지 않을까 생각했다. '잘난 놈'이라며 자신을 매섭게 노려보던 형의 얼굴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찬은 문제집을 탁 덮어버렸다. 조용히 방문을 열어보았다. 아빠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찬은 신발을 꿰신고 집을 나왔다.


-61쪽 / <나보다 불행한 아이> / 유니게





2006년 경인일보 신춘문예로 데뷔하여 청소년 문학 소설을 계속 써오고 계시는 유니게 작가님의 신작 장편소설이 출간되었습니다. <나보다 불행한 아이>라는 제목의 장편소설입니다. 저는 올 초까지 고등학교에서 근무하며 다양한 배경을 가진 학생들을 만났습니다. 학교에서 근무하면서 알게 된 것은 정말 상상도 할 수 없이 불행한 환경에 놓여있는 학생들도 의외로 많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이 소설의 제목을 보자마자 괜히 가슴이 먹먹해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과연 어떤 아이가 이 소설의 주인공일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기대가 되기도 하면서 한 편으로는 눈물이 날 것 같은 기분으로 책을 읽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은 보통 자신보다 불행한 환경에 놓여있는 사람을 보고 위로를 받습니다. 그리고 살아갈 용기도 얻습니다. 저도 제가 가진 게 늘 부족하다고 생각하여 의도적으로 저보다 더 불행한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살았던 적이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느껴지는 묘한 우월감 때문에 오히려 더 마음이 좋지 않았는데요. 이 소설은 바로 이러한 사람들의 보편적인 생각을 잘 써놓았습니다. 미혼모의 딸로 태어난 달아는 늘 자신이 불행하다고 생각하면서 살아가는 아이입니다. 금요일 저녁이면 언제나 운동화를 깨끗하게 빠는 게 달아의 습관입니다. 달아의 가정 환경을 모르는 친구들은 달아가 마치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아 늘 하얀 운동화를 신고다니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지요.


달아에게 새아빠가 생기지만, 새아빠는 엄마와 불화를 겪고 집을 나가버립니다. 달아의 환경은 더 좋지 않은 상태가 되어 버리고 더욱 새침하고 예민하게 행동합니다. 그러던 중 달아는 찬을 알게 됩니다. 찬은 교회의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이입니다. 찬은 눈치가 빠르고 새 부모님이 좋아할만한 행동을 하기 위해 언제나 노력합니다. 찬은 사랑이란 그 사람이 원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하지만 찬의 형은 찬의 그런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부모님에게 잘보이기 위한 모습이 꼴사나울 뿐이었지요.




달아와 찬은 각기 처한 상황이 다르지만 모두 불행하다는 데서 공통점을 갖습니다. 하지만 두 아이는 신세한탄만 하지 않습니다. 어떠한 사건을 계기로 하여 더욱 성장하게 되지요. 조금 더 내용을 쓰면 스포가 되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은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결국 이 소설은 천하제일불행대회의 우승자가 누구일까를 다루는 게 아니라, 비록 불행한 환경에 처해 있더라도 성장을 하고 치유하는 과정을 말하고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찬의 성장이 감동적이었습니다. 부모님의 말씀을 잘 듣는 것이 부모님의 사랑을 받는 길이라고 여기며 살아왔지만, 사실 자신은 부모님의 사랑을 믿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행동을 해왔다는 것을 깨닫게 되거든요. 그때서야 찬은 한층 더 성장할 수 있게 됩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사랑만 듬뿍 받아도 모자랄 청소년 시기에 결핍을 느끼고 늘 자신을 불행하다고 여긴다면, 이보다 슬픈 삶이 또 어디있을까요. 아이들의 마음에 깊이 공감을 하며 책장을 넘길 때마다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그럼에도 달아와 찬은 주저앉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서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릅니다. 두 아이는 결국 자신의 삶을 살아가리라고 믿습니다. 자신이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청소년들, 공감과 치유가 필요한 독자들에게 <나보다 불행한 아이>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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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세인 나는 왜 도전을 멈추지 않는가?
김재윤 지음 / 두드림미디어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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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추천도서 #73세인나는왜도전을멈추지않는가 #두드림미디어 #추천도서 #베스트셀러 #독서




도전의 끝에서 나는 언제나 성취를 맛보았다. 그러나 그 성취는 결코 쉽게 얻어진 것이 아니었다. 내 삶에는 여러 번의 위기가 찾아 왔고, 그 도전의 길은 험난했다. 언제나 높은 벽이 나를 막았고, 그 벽을 넘기 위해 나는 끊임없이 노력했다. 하지만 그 노력이 쌓일 때마다, 나는 그 벽 너머에 있는 성취의 기쁨을 경험할 수 있었다.


41 p / <73세인 나는 왜 도전을 멈추지 않는가?> / 김재윤 / 두드림미디어





요즘은 흔히 100세 시대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만큼 오래 건강하게 사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것이겠지요. 그렇다면 73세는 어떤 위치에 놓여있는 나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사회에서는 '노인'이라고 칭하는 나이겠지만, 저는 아직 창창한 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무언가에 선뜻 도전하기에는 망설이지 않을 수 없는 나이이기도 하지요. 우리 사회는 여전히 '나이'에 선을 긋고, 30세 이후에 새로운 것에 도전을 하는 사람에게 '늦었다'라는 말을 서슴없이 합니다. 그런데 <73세인 나는 왜 도전을 멈추지 않는가?>를 쓴 김재윤 작가님은 미국 50세부터 73세까지 청년들도 도전하기 어려운 일들에 도전하며 당당히 성공을 거머쥔 분입니다. 참으로 멋진 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흔히 '도전'이라고 하면 현재의 역량으로 뛰어넘기에는 힘든 목표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작가님은 자신의 인생이 '도전의 연속'이었다고 고백합니다. 늘 자신의 한계치를 뛰어넘어야 살 수 있었던 환경은 작가님께 시련과 함께 용기 및 끈기도 선물해 주었던 것입니다. 작가님은 중학교 진학조차 꿈꿀 수 없을 정도로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끝까지 공부의 끈을 놓지 않고 검정고시에 합격합니다. 그리고 여수상고에 지원해 무려 수석으로 입학하여 은행에 입사하는 성과를 얻습니다. 작가님은 많은 노력 끝에 카이스트 박사 과정에도 지원하지만, 불합격을 하게 되는데요. "야간고, 야간대, 야간대를 졸업한 배경으로는 카이스트 박사과정을 따라가기에 어렵다"는 말을 면접에서 듣게 되었다고 합니다. 만약 제가 그 면접장에 있었더라면 자존심이 상하고 불쾌해서 다시는 어떤 도전도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작가님은 그 후로도 공인 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하며 계속하여 도전에 도전을 거듭합니다.




작가님은 도전은 단순히 목표를 달성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고 씁니다. 도전은 단순히 목표를 달성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는 것입니다. 저도 제가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을 생각해보면, 도전의 결과를 떠나 도전하지 않았던 일에 더 아쉬움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도전을 해서 실패한 일들은 물론 마음이 아프지만, 오히려 속이 후련한 기분이 들게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제가 잘 하지 못하는 일은 무엇인지 알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으니까요. 오히려 실패한 경험이 제 인생의 방향을 더 잘 잡아준 격이라고 해야할까요. 하지만 도전하지도 못한 일은 제가 잘 할 수 있었는지, 더이상 진행하지 말았어야 하는 일인지조차 알 수 없었기에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73세까지도 계속 도전을 하는 작가님의 용기가 부러웠습니다. 동시에 작가님의 행보는 현재 도전을 멈추고 현실에 안주해 있는 저에게 큰 자극이 되어 주었습니다.


작가님은 50세에 미국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 51세에 공인중개사 시험에 합격, 56세에 공인재무설계사와 영어 강사가 되는 데 성공, 65세에 손해평가사가 되는 데 성공, 72세에 법인영업 컨설턴트가 되는 데 성공, 63세에 나무의사 시험에 도전, 73세에 작가와 강사가 되고 기술지도사 자격증을 재등록하는 데 성공합니다. 그야말로 놀랍고 대단한 업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30대 이후에 도전을 멈출 것입니다. 40대가 되면 그저 현실에 안주하여 돈을 모으는 데만 급급할 것입니다. 그러나 작가님은 계속 새로운 도전을 하며 자신의 한계를 없애고 있습니다. 멋지고 존경스러워서 책을 읽는 내내 감탄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이 단순히 작가님의 업적만을 내세우는 내용만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작가님은 '나도 이렇게 도전하고 있으니 당신도 할 수 있다'라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그래서 5060세대가 왜 도전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차분하게 설명하고, 어떻게 도전을 해야 성공할 수 있는지를 알려줍니다. 작가님의 경험에서 우러난 진실된 조언이라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도전에서 장애물들을 마주할 수 있지만 어떻게 장애물을 뛰어넘을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들도 밑줄을 그으며 읽었습니다. 도전을 지속할 수 있는 10가지 방법은 다이어리에 적어놓으며 언제나 읽어둘 생각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도전을 우스운 것으로 폄하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의견에 쉽게 좌절하고 도전을 멈추는 사람이 많은 건, 바로 타인의 평가를 의식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작가님은 오로지 자신을 믿고 나아갈 것을 이야기합니다. 50대, 60대는 100세 시대에서 한창의 나이인데, 주저앉아 있지 말라고 격려합니다.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잃은 분들, 은퇴 후 무엇을 해야하는지 막막한 분들, 나이가 걸림돌이 되는 것 같아 자존감을 잃은 분들께 <73세인 나는 왜 도전을 멈추지 않는가?>를 강력추천합니다. 많은 분들이 이 책을 읽고 자신의 경쟁력을 높이고 마음껏 능력을 펼쳤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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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밀한 착취 : 돌봄노동
알바 갓비 지음, 전경훈 옮김 / 니케북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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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리딩투데이(@bookcafe_readingtoday)에서 지원받았습니다.  


자본주의 재생산 구조에 맞선 페미니즘 운동의 목적은 오늘날 우리가 노동이라고 하는 활동을 비노동이나 반노동으로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나는 노동 개념을 우리가 우리 자신과 다른 이들의 욕구 충족을 위해 강요받는다는 점에서 부자유하거나 비자발적인 과정을 설명하는 데 사용한다. 이는 이 과정이 우리에게 노동을 수행하도록 강요하는 조건에서 분리될 경우 비노동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친밀한 착취> / 33 p / 니케북스





'페미니즘'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뜨거운 논쟁거리입니다. 여성들이 불합리하게 겪고 있던 문제가 이제서야 수면에 점점 올라오는 것이라고 해야 할까요. 저는 아직도 페미니즘, 여성 문제에 대한 논쟁이 활발히 펼쳐져야 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기에 최근 니케북스에서 <친밀한 착취>를 출간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무척 기뻤습니다. <친밀한 착취>를 쓴 알바 갓비는 페미니즘 이론, 사회 재생산, 감정, 가족 등과 관련한 이슈들로 글을 집필해 온 지식인입니다. 또한 현대 비판연구 이론으로 석사를, 미디어 연구로 박사를 받은 작가이기 때문에 <친밀한 착취>는 결코 얕은 지식으로 집필한 책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재생산(reproduction) 노동의 정치에 대해서 말합니다. 사회적 재생산이라고 하면 요리, 청소, 세탁 뿐 아니라 환자, 장애인, 노인을 돌보는 일도 말합니다. 작가는 이러한 노동에서 '감정'에 대한 이슈가 그동안 배제되어 왔음을 이야기합니다. 우리나라도 최근 '감정노동'이 문제화된 바가 있고, 이 때문에 노동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작가는 바로 '감정'이야말로 노동력 재생산은 물론 사회성과 주체성을 형성하는 데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를 달래주고, 노인을 돌보아줄 때 반드시 필요한 '감정'은, 흔히 '사랑'이라는 말로 단순화되어 버렸는데요. 작가는 '감정'이 사회적 재생산을 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부분, 곧 재생산 노동의 핵심이라고 합니다.




작가는 바로 이러한 '감정 재생산' 노동이 그동안 '여성'에게만 부여된 노동이었음을 말합니다. 이러한 문제를 에둘러 말하지 않고 책의 초반에서 바로 지적하는 게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습니다. 우리 사회에는 여성이 가정을 위해 희생하는 것을 당연시하는 문화가 있습니다. 부모님, 남편, 남자 형제들에게 순종하고 언제나 온화한 미소를 띤 '현모양처'가 여전히 여성의 '미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여성이 감내해야만 하는 감정 노동은 '노동'으로 취급받지도 못하고, '아들'은 겪지 않아야 할 '가정 내의 감정 문제'를 오로지 '딸'들만이 겪어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저는 <친밀한 착취>가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암묵적으로 행해지는 이런 문제를 직접적으로 파고들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 책이 가지는 의의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작가는 감정노동을 잘하면 잘할수록, 그 감정 돌봄을 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에게 노동이 아닌 듯 보인다고 썼습니다. 저는 이 책의 50쪽에 나와있는 '사랑이라는 노동'이라는 부제의 글을 읽으며 크게 동의했습니다. 50쪽에서 작가는 '감정노동의 주된 기능은 좋은 느낌 만들기다. 무임금 감정노동은 물론이고, 감정 서비스를 제품의 일부로 제공하는 기업 대부분은 참여자들 가운데 적어도 한 명의 정서적 안정을 증진하는 데 목표를 둔다'라고 씁니다. 이러한 감정노동의 문제는 사회 위계의 꼭대기에 있는 사람들의 기호를 맞추려고 하는 데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53쪽에서 작가는 '여성은 자신보다 다른 사람의 정서 욕구를 우선시하거나 심지어 다른 이의 욕구 충족을 행복으로 여기라고 요구받는다.'라고 정치적 본질의 문제를 제기한 것입니다.


많은 여성들이 담당하고 있는 '감정 노동', '돌봄 노동'은 '노동'이라는 말도 부여받지 못한 채, 당연히 여성이 해야만 하는 것으로, 혹은 '사랑'이라는 이름의 탈을 쓰고 있었습니다. <친밀한 착취>는 마르크스주의, 젠더 문제를 근거 삼아 결국 이러한 돌봄 노동이 '착취'에 다름없다고 주장하는데요. 지적인 글을 쓰는 훈련을 충분히 받은 작가여서 그런지, 이러한 주장에 전혀 '과함'이 없고, 오히려 그동안 저 역시 여성의 돌봄 노동을 전혀 노동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스스로를 반성할 수 있었습니다.


여성의 노동 문제,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은 분들께 강력 추천하고 싶은 훌륭한 책입니다. 오랜만에 인문학과 사회학의 지식이 융합되어 지적인 면모를 가감없이 드러낸 책을 만나 독서를 할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제가 알지 못했던 사회의 모습을 지식인의 눈으로 잘 드러낸 책입니다. 저는 이러한 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 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꼭 읽어보았으면 합니다. 그래서 앞으로 여성들만 '감정 노동'을 힘겹게 감내하는 일이 당연시되는 문화가 없어지기를 바랍니다.


 #친밀한착취 #돌봄노동 #알바갓비 #니케북스 #독서카페 #리딩투데이 #리투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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