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밀한 착취 : 돌봄노동
알바 갓비 지음, 전경훈 옮김 / 니케북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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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리딩투데이(@bookcafe_readingtoday)에서 지원받았습니다.  


자본주의 재생산 구조에 맞선 페미니즘 운동의 목적은 오늘날 우리가 노동이라고 하는 활동을 비노동이나 반노동으로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나는 노동 개념을 우리가 우리 자신과 다른 이들의 욕구 충족을 위해 강요받는다는 점에서 부자유하거나 비자발적인 과정을 설명하는 데 사용한다. 이는 이 과정이 우리에게 노동을 수행하도록 강요하는 조건에서 분리될 경우 비노동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친밀한 착취> / 33 p / 니케북스





'페미니즘'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뜨거운 논쟁거리입니다. 여성들이 불합리하게 겪고 있던 문제가 이제서야 수면에 점점 올라오는 것이라고 해야 할까요. 저는 아직도 페미니즘, 여성 문제에 대한 논쟁이 활발히 펼쳐져야 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기에 최근 니케북스에서 <친밀한 착취>를 출간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무척 기뻤습니다. <친밀한 착취>를 쓴 알바 갓비는 페미니즘 이론, 사회 재생산, 감정, 가족 등과 관련한 이슈들로 글을 집필해 온 지식인입니다. 또한 현대 비판연구 이론으로 석사를, 미디어 연구로 박사를 받은 작가이기 때문에 <친밀한 착취>는 결코 얕은 지식으로 집필한 책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재생산(reproduction) 노동의 정치에 대해서 말합니다. 사회적 재생산이라고 하면 요리, 청소, 세탁 뿐 아니라 환자, 장애인, 노인을 돌보는 일도 말합니다. 작가는 이러한 노동에서 '감정'에 대한 이슈가 그동안 배제되어 왔음을 이야기합니다. 우리나라도 최근 '감정노동'이 문제화된 바가 있고, 이 때문에 노동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작가는 바로 '감정'이야말로 노동력 재생산은 물론 사회성과 주체성을 형성하는 데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를 달래주고, 노인을 돌보아줄 때 반드시 필요한 '감정'은, 흔히 '사랑'이라는 말로 단순화되어 버렸는데요. 작가는 '감정'이 사회적 재생산을 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부분, 곧 재생산 노동의 핵심이라고 합니다.




작가는 바로 이러한 '감정 재생산' 노동이 그동안 '여성'에게만 부여된 노동이었음을 말합니다. 이러한 문제를 에둘러 말하지 않고 책의 초반에서 바로 지적하는 게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습니다. 우리 사회에는 여성이 가정을 위해 희생하는 것을 당연시하는 문화가 있습니다. 부모님, 남편, 남자 형제들에게 순종하고 언제나 온화한 미소를 띤 '현모양처'가 여전히 여성의 '미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여성이 감내해야만 하는 감정 노동은 '노동'으로 취급받지도 못하고, '아들'은 겪지 않아야 할 '가정 내의 감정 문제'를 오로지 '딸'들만이 겪어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저는 <친밀한 착취>가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암묵적으로 행해지는 이런 문제를 직접적으로 파고들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 책이 가지는 의의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작가는 감정노동을 잘하면 잘할수록, 그 감정 돌봄을 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에게 노동이 아닌 듯 보인다고 썼습니다. 저는 이 책의 50쪽에 나와있는 '사랑이라는 노동'이라는 부제의 글을 읽으며 크게 동의했습니다. 50쪽에서 작가는 '감정노동의 주된 기능은 좋은 느낌 만들기다. 무임금 감정노동은 물론이고, 감정 서비스를 제품의 일부로 제공하는 기업 대부분은 참여자들 가운데 적어도 한 명의 정서적 안정을 증진하는 데 목표를 둔다'라고 씁니다. 이러한 감정노동의 문제는 사회 위계의 꼭대기에 있는 사람들의 기호를 맞추려고 하는 데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53쪽에서 작가는 '여성은 자신보다 다른 사람의 정서 욕구를 우선시하거나 심지어 다른 이의 욕구 충족을 행복으로 여기라고 요구받는다.'라고 정치적 본질의 문제를 제기한 것입니다.


많은 여성들이 담당하고 있는 '감정 노동', '돌봄 노동'은 '노동'이라는 말도 부여받지 못한 채, 당연히 여성이 해야만 하는 것으로, 혹은 '사랑'이라는 이름의 탈을 쓰고 있었습니다. <친밀한 착취>는 마르크스주의, 젠더 문제를 근거 삼아 결국 이러한 돌봄 노동이 '착취'에 다름없다고 주장하는데요. 지적인 글을 쓰는 훈련을 충분히 받은 작가여서 그런지, 이러한 주장에 전혀 '과함'이 없고, 오히려 그동안 저 역시 여성의 돌봄 노동을 전혀 노동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스스로를 반성할 수 있었습니다.


여성의 노동 문제,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은 분들께 강력 추천하고 싶은 훌륭한 책입니다. 오랜만에 인문학과 사회학의 지식이 융합되어 지적인 면모를 가감없이 드러낸 책을 만나 독서를 할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제가 알지 못했던 사회의 모습을 지식인의 눈으로 잘 드러낸 책입니다. 저는 이러한 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 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꼭 읽어보았으면 합니다. 그래서 앞으로 여성들만 '감정 노동'을 힘겹게 감내하는 일이 당연시되는 문화가 없어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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