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피는 고래
김형경 지음 / 창비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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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없이 맞게 된 '죽음' 때문에 방황하던 시절이 있었다.

 

낡은 방 장판 틈에서 나와 줄을 지어 모여드는 개미를 잡다가,

하찮다고 느꼈던 개미의 '죽음'이 문득 무섭게 다가와

부들부들 울며 떨었던 날이 있었다.

 

공중 화장실에서 똥을 누다가,

그 사람이 죽었는데 나는 여전히

먹고 싸며 살아있다는 사실이 기가 막혀서

울음소리가 아닌 꺽 꺽 소리를 토해내며

가슴을 치던 날이 있었다.

 

유관순에게 묻고 싶은 말이 있는 니은이처럼

여섯살 때 엄마와 아빠를 잃은 우리 엄마가

어떻게 지금까지 그렇게 씩씩하게 살아 왔는지

이해가 되지 않던 날이 있었다.

 

드러내 놓고 슬퍼할 자격도 없다고 생각했던 나는

꿈에조차 나타나주지 않는 것에 대한 서운함과

그와 더 가까웠던 사람들에 대한 질투를 뒤섞어

공연히 죽은이에게 토라지기도 했었다.

 

나는 니은이보다 열 세 살이나 더 먹었지만

그 일을 겪은 뒤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죽음' 이라는 것 앞에서는

소설 끝무렵의 니은이 만큼이라도 어른이 되었는지 아닌지 모르겠다.

 

나도 니은이처럼 왕고래집 아줌마를 떠올리며

매일 조금씩 더 씩씩해지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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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버스
존 고든 지음, 유영만.이수경 옮김 / 쌤앤파커스 / 2007년 1월
구판절판


모든 일에는 다 이유가 있답니다. 우리가 만나는 사람, 우리가 겪는 일들, 타이어가 펑크 나는 것, 모두 다 그렇죠. 단지 그 모든 것들을 '그냥 그런가보다'하고 지나칠 건지, 아니면 '왜 내게 그런 일들이 일어난 걸까' 그 까닭을 깊이 생각해보고 그것으로 부터 무언가를 배울 건지를 선택하는 건 우리들 각자의 몫이지요. <갈매기의 꿈>을 쓴 리쳐드 바크가 그랬던가요? '그 어떤 문젯거리도 당신에게 줄 선물을 함께 들고 오게 마련'이라고. -24쪽

한 제자가 붓다에게 물었습니다.
"제 안에는 마치 두 마리 개가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 마리는 매사에 긍정적이고 사랑스러우며 온순한 놈이고, 다른 한 마리는 아주 사납고 성질이 나쁘며 매사에 부정적인 놈입니다. 이 두 마리가 항상 제 안에서 싸우고 있습니다. 어떤 녀석이 이기게 될까요?"
붓다는 생각에 잠긴 듯 잠시 침묵을 지켰습니다. 그러고는 아주 짧은 한 마디를 건넸습니다.
"네가 먹이를 주는 놈이다."-79쪽

E┼P=O
E는 삶에서 일어나는 사건(Event)이에요. P는 그것을 받아들이는 태도(Perception), O는 결과(Outcome)를 뜻합니다. 인생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우리가 통제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태도'는 우리가 결정할 수 있어요. 그러니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는 결국 우리의 태도뿐이라는 것이죠."-73쪽

당신의 심장은 너무 오랫동안 닫혀 있었기 때문에, 차갑고 부정적이고 딱딱해져 있어요. 그렇게 닫힌 심장은 하루아침에 열기 힘들답니다. 요사이 우리가 같이 만들었던 변화를 통해서 당신의 심장은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어요. 아주 좋은 일이죠. '신은 우리의 심장이 열릴 때까지 우릴 아프게 하신다'는 말이 있대요. 모든 고난과 도전, 역경은 우리가 자신의 심장에, 진실한 자아에, 진정한 자기 모습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게 해주죠.-140-14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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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강아지가 요즘 뜸하구나...

왈왈 열심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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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할머니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나라 요시토모 그림,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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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아직 책은 읽지 못했다.

책을 기다리는 동안은, 요시모토 바나나의 신작에, 나라 요시모토의 그림까지... 달콤한 초콜렛 상자를 기다리는 기분이었다.

 책을 받아들고, 처음에는 그 두께에 의아했다. 제본상의 실수로, 몇십페이지를 빼먹은 게 아닐까...? 그런데 차례를 보니 80페이지 정도의 본문 한가지뿐이고 앞 뒤 어디에도 작가의 후기나 옮긴이의 글 그런 것도 없다.

 몇 년 전에 나온 'N.P'의 작가 후기에서 나름대로 마음에 와닿아 오래 오래 기억하는 부분이 있어서 작가 후기도 나름 기다려지는 요소였는데 달랑 본문뿐이라니. 하긴 'N.P' 에는 무라카미류의 작품해설까지 있었으니 'N.P'는 참 많은 정성을 들인 작품이었구나 하게 된다.

 사실은 원래 이런 건지, 알라딘 고객센터에 문의도 했다. 원래 그런거란다...

 다른 중단편 몇 개 더 써서 묶어서 출간했으면 좋았을텐데 아쉬운 생각도 들었지만, 어쩔 수 없는 건... 그 성의 없음이 황당하기도 하지만,  그 얇팍한 책 한 권이 왜 그리도 설레이도록 반가운지 어제 깜빡하고 직장에 두고 왔는데, 휴일에.. 다시 가지러 가고 싶은 충동이 들 정도로 끌린다는 것이다.

 엉뚱한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나를 홀딱 반하게 했던 '달빛 그림자' 하나로, 나는 그녀를 다 용서할 수 있다.  ^^

 그리고 작가 후기는... 나중에라도 받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런 일이 가능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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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leBlueEyes 2007-04-23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이 그러는데, 책을 읽지 않고 쓰면 리뷰가 아니란다. 그렇지- 마이페이퍼로 이동.
 
천 개의 공감 - 김형경 심리 치유 에세이
김형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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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마음 속에 꽁꽁 동여매어 놓은 상처가 있을 것이다. 그 상태로 나 자신을 사랑하기는 또 얼마나 힘이 드는지. 그렇게 상처를 가진 사람들이 부대끼고 살다 보면 또 서로가 서로에게 얼마나 많은 상처들을 남기고, 상처를 받는지.

나를 힘들게 하는 어떤 이유를, 나와 나의 인간관계의 모든 문제점의 근원을 발견하는 것은 나의 정신건강에, 또한 내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 큰 도움이 된다.

많은 이들이 사소하게 생각하는 어떤 일에 지나치게 크게 화가 나거나 마음의 동요를 일으킨다면, 그것이 바로 본인의 컴플렉스일것이다.

보기 싫고, 인정하기 싫고, 죽어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을 덮어버리고 회피하고 싶겠지만 그것은 자신을 위하는 일이 아니다. 아이러니하지만, 바로 그것을 마주하는 것, 가장 도망치고 싶은 것에 직면하는 것이 마음의 진정한 평화를 가져온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작가는 이 책에서 그에게 도움을 청하는 수많은 이들의 상처에 공감하며, 비슷한 상처를 이미 겪었고, 그 고통에서 벗어난 경험자로서 언니처럼, 누나처럼, 엄마처럼 상처를 어루만져주면서 그 마음을 다루는 방법을 조심스럽게 알려주고 있다.

소설가로서 심리상담류의 글을 쓰는 것에 대한 약간의 망설임이나 머뭇거림이 '책머리에' 드러나있다.

"저도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하고 있습니다."

그녀가 심리학 전공이 아니라는 것, 전문 상담가가 아니라는 것은 우리에게 아무 상관이 없다. 우리는 일상속에서 이미 친구, 가족, 선후배 등 수많은 비전문가들과의 비전문적인 상담을 통해 삶의 조언을 얻고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공감해보지 않은 이들의 객관적인 조언은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다. 그녀가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녀의 책을 읽는 이들이 공감하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큰 위안이다. 힘들었던 한 해가 끝나가는 요즘 그 동안 수고 많았다고, 다 알고 있다고 어깨를 토닥거려주는 듯한, 마치 크리스마스 선물같이 나타난 고마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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