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피는 고래
김형경 지음 / 창비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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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없이 맞게 된 '죽음' 때문에 방황하던 시절이 있었다.

 

낡은 방 장판 틈에서 나와 줄을 지어 모여드는 개미를 잡다가,

하찮다고 느꼈던 개미의 '죽음'이 문득 무섭게 다가와

부들부들 울며 떨었던 날이 있었다.

 

공중 화장실에서 똥을 누다가,

그 사람이 죽었는데 나는 여전히

먹고 싸며 살아있다는 사실이 기가 막혀서

울음소리가 아닌 꺽 꺽 소리를 토해내며

가슴을 치던 날이 있었다.

 

유관순에게 묻고 싶은 말이 있는 니은이처럼

여섯살 때 엄마와 아빠를 잃은 우리 엄마가

어떻게 지금까지 그렇게 씩씩하게 살아 왔는지

이해가 되지 않던 날이 있었다.

 

드러내 놓고 슬퍼할 자격도 없다고 생각했던 나는

꿈에조차 나타나주지 않는 것에 대한 서운함과

그와 더 가까웠던 사람들에 대한 질투를 뒤섞어

공연히 죽은이에게 토라지기도 했었다.

 

나는 니은이보다 열 세 살이나 더 먹었지만

그 일을 겪은 뒤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죽음' 이라는 것 앞에서는

소설 끝무렵의 니은이 만큼이라도 어른이 되었는지 아닌지 모르겠다.

 

나도 니은이처럼 왕고래집 아줌마를 떠올리며

매일 조금씩 더 씩씩해지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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