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다. 이렇게 많은 아줌마 얘기들이라니. 몇몇 아줌마들이 주, 조연으로 함께 만들어가는 긴 소설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작가가 어느 인터넷 사이트에 정기적으로 연재했던 아줌마들의 짧은 이야기들을 모은 책이다. 어떻게 보면 주부생활, 여성중앙 같은 잡지의 짧은 기사들을 모아둔 것처럼 짧고 재미난, 또한 읽기에 부담없는 남의 사는 얘기들이 총망라되어있다. 알파벳 순으로 정리되어있는 아줌마들의 이야기는 하나같이 대단하다. 즉 스탠다드~하니 평범한 여자의 삶보다는 막장드라마 뺨치는 엄청난 이야기들이, 그러나 또 너무나도 담담히 또한 속도감있게 군더더기 없이 기록되어있다. 작가가 지어낸 것 아닐까. 어떻게 이런 인생스토리들이 있나. 하나 둘도 아니고..싶어 다시금 작가의 약력과 서문을 되짚어보게 될 정도이다. 어느정도의 픽션은 있다 하더라도 기본 뼈대는 사실인 듯 싶다.하긴..드라마보다 현실이 더 엄청난 경우도 세고 세지 않았나. 읽다보면..남자와 세상에 시달리며 웃다울다 하는 그녀들의 치열하고 처절한 드라마에 푹 빠지게 된다. 책 중간에 삽입된 찰리 채플린의 말이 의미심장하다. -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 남의 인생에 대해 아무리 이해가 가지 않더라도 "어떻게 저렇게 살수 있어? 저 여자 골빈거 아냐? 나라면 차라리 죽겠다."등등 이런 류의 소리는 함부로 하면 안된다. 어떤 상황이든 자신이 그 입장에 처해있지 않는다면 꽃은 아닐지언정 돌을 던질 자격은 없지 않을까. 진상부터 역전의 여왕까지 가지가지 삶의 주인공들이 다양하게 포진하고 있는 이책은 한가지 공통된 특징을 가졌다. 삶에 대한 주인공들의 적극성이다. 아주 일부는 아니더라도 이책의 그녀들은 어떠한 상황에서든 살려는, 일어서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그것만으로도 그녀들은 주인공이 될 자격이 충분하다. 하지만 불어난 강물에서 동동거리며 흘러가는 자의 생존만을 위한 자맥질이 아닌, 살려는 의미를 찾은 몸짓으로 거듭나길 기원해본다. 그래서 아줌마 X가 아닌 자신의 이름으로 다시금 꽃처럼 피어나길....! 읽다가 표지그림을 다시보니 꽤 잘 맞는다. 하얀 드레스 아래 운동화끈을 꽉 조여묶는 신부의 다부진 두손. 결혼과 동시에 삶과 투쟁하게 되는 여자들의 삶, 반드시 이겨라 ,특수요원-아줌마 X !!
가슴이 아릿하다. 오래간만에 마음을 적시는 소설을 만났다. 천국에서 한걸음. 어리지만 또한 강인해 보이는 검은머리의 소녀가 밤하늘을 보며 서있다. 외로워보이지만 당당해보인다. 책소개를 보니 아메리칸 드림을 갖고 이민을 가게된 소녀 영주가 겪는 미국에서의 삶이라는데 가정과 학교친구들 사이에서 겪는 문화적 갈등과 좌절을 폭력으로 풀어내는 아버지와의 갈등 등 녹록치 않은 삶의 이야기가 맘에 와닿아서 읽게 되었다. 사실 이 나이 되고 보니 청소년 소설은 거의 읽지 않게 된다. 하지만 작가가 나와 비슷한 연대라는것, 그리고 신산한 삶 이야기를 솔직하게 풀어낼 것 같은 기대에 펼치게 된 이 책은 중간에 아기때문에 할수없이 놓을때 외에는 내 손을 떠나지 않았다. 슬픈 이야기인데..유년기에 겪어야했던 그많은 아픔들이 마치 내일처럼 가슴을 아프게 하는데 그러면서도 마냥 슬프지 않다. 피해의식으로 어린 자녀들에게까지 무차별적인 폭력을 저지르는 아빠도 100% 미워할수 없게 만드는 깊은 이해가 흐르기 때문일까. 주인공 영주의 여리지만 강인한 의지가 나날이 자리를 잡아가는게 독자인 내게도 힘을 주기 때문일까. 너무나 힘든 생활에 종교에 빠지게 되는 어머니. 아버지의 폭력에 어느덧 자신도 폭력적으로 변하게 되는 동생. 가장 친한 친구가족앞에서 집에 대한 거짓말을 하는 주인공등 그들의 모습은 너무나 실제적이다. 처절한 삶. 하지만 그 사이에 주운 새를 묻으며 오열하는 남매의 고백앞에 사실은 변하지 않는 따뜻한 본성을 발견하게된다. 읽으면서 자꾸 목이 뜨거워졌다. 특히 그저 가벼운 인트로라고 생각했던 서두가 사실은 내용 전체를 관통하는 심장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을 결말에 알게 되면서 작가의 역량에 감탄하게 된다. 미국에서 펴낸 책인데 이 책이 이토록 잘 만들어지게 되는 과정엔 작가의 노고와 더불어 출판사 편집자의 역량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된다. 역자의 번역도 훌륭하다. 앞으로는 청소년 소설이라고 가볍게 보지 않을것 같다. 작가 안나, 그녀의 앞으로의 행보에 기대와 응원을 보낸다. 특히 책 말미의 그녀의 글쓰기에 대한 자세는 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가장 모범적인 교본이 될것같다.
세상이 아무리 첨단적인 과학기술과 재화로 넘쳐난다고 해도 사람들의 마음은 그만큼 행복한것 같지는 않다. 아무래도 비교와 경쟁이 주된 삶의 모토인 현대에 쫒기듯 치열하고 바쁘게 지내다 보면 어느순간 지치면서 허무한 기분이 들때가 있다. 내가 정말 제대로 살고 있는 건지. 이게 정말 행복한 건지 스스로도 이건 아닌데 싶어질때가 많지만 정답을 얘기해주는 이는 찾기 힘들다. 그런 우울함과 답답함을 술이나 도박, 쇼핑, 게임등으로 풀기도 하지만 사실 가장 절실하게 원하는 것은 따뜻한 위로와 현명한 조언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것을 얻기가 쉬운가. 다만 한가지 다행스런 것은 그런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그런 이들을 위한 위로서가 많이 출판된다는 것이다. 10여년 전에만 해도 소설이나 시, 또는 철학서에서 사람사는 이유를 찾아야 했는데 이젠 마음을 도닥거리는마음 위로책, 철학 비슷한~그러나 훨씬 부담없고 달달한 책들이 한 장르로 자리잡게 됐다. 가장 큰 변화는 물질보다 마음, 소박한 행복의 가치를 인정하기 시작했다는것이다. 결국 진실, 가장 큰 보물이 뭔지는 시간의 흐름과 더불어 깨닫게 된 것이 아닐까. 다만 그것을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기에는 다소 불안하고 초조한 그들을 위해 심리 위로서에 믿는자 복을 받으리라~는 자기최면 기술까지 더해졌으니 대표적인 책이 시크릿이라고 할수 있겠다. 잘될거다 라는 기대속에 자기를 믿고 있으면 행복한 미래가 펼쳐진다는 얘기는 사실적인 증명을 떠나 진실이지 않을까. 하지만 너무 빵빵한 스케일과 물질적인 욕심까지 놓치지 않는 책들보단 좀더 소박하면서도 믿음이 가는 책이 부담이 적다. 그런 면에서 이 책 "마법의 언어"는 향긋하면서 소화도 잘되는 허브차같은 느낌이다. 디자인과 색감도 이쁘지만 제목답게 언어가 다정하면서 편안하게 받아들여진다. 다소 우울하거나 침체되어 있을때 천천히 읽다보면 어느새 마음이 가볍고 따뜻해진다. 일본작가의 글을 역자가 또한 잘 번역했다. 잘 보이는 곳에 두고 가끔씩 펼쳐보면 좋을것 같다.아울러 이런 심리위로서에 당장 생활마인드가 바뀔거라는 큰 기대는 금물, 그저 따뜻한 허브차 상비해둔다 생각해두고 옆에 두는게 가장 좋은 것 같다.
다독을 하는 편이다.대학생때는 특히 소설을 많이 읽었다. 그 당시에는 여류작가들이 대세를 높이던 때였는데 공지영 작가를 선두로 은희경, 전경린,이명랑 등등 재주많고 글 잘쓰는 여인들의 책을 맘껏 읽을수 있어 좋았다. 그 중 한명이 하성란 작가인데 그녀의 경우 특히 뛰어난 미모에 감탄하면서 글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그녀의 글에 대한 구체적인 기억은 나지 않는다. 서사보다는 감성 위주의 글쓰기를 하는 작가라서 그랬나. 그러니 작품에 대한 자세하고 뚜렷한 기억보다는 감성 풍부하고 미모와 분위기까지 있는 작가라고 그정도로만 생각하던 그녀를 다시 보게 된 계기가 있다. 얼마전 펴냈던 신작소설 "A"를 보고 나서이다. 모두가 무심하게 그저 주어진 대로 보고 지나치는 사실에 대해 그녀가 얼마나 깊고 날카로운 시각으로 풍부한 색감의 그림을 그려낼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던 그 책을 읽고 나서 (서사의 결말에 다소 아쉬움은 있었지만) 그녀가 가진 내공이 세월과 더불어 그만큼 자랐다는 것에 기쁘고 감탄했다. 그런 그녀가 이번엔 소설보다 편한 마음으로 쓰고 볼수있는 산문집을 냈다. 이름 한번 겸손하다. "왈왈" 개짖는 소리를 따서 붙였지만 매일매일의 일기와도 같은 이 산문집은 짧아도 오히려 길게 퍼지는 감동과 여운이 있다. 아무것도 아닐수 있는 일상, 짜증나고 답답할수도 있는 현실에서 그녀는 바느질을 하듯 감각적인 손놀림과 따뜻한 시각으로 편안하고 부드러운 스웨터를 만들어 낸다.매일매일 써야 했을 연재물이라서 그런가. 아니면 일기형식이라 어쩔 수 없을수도 있지만 작품들의 편차가 고르지는 않다. 하지만 억지로 잡은 흠일뿐...이 산문집을 읽으며 이 글이 연재되었을 당시 그 신문을 보지 못한게 아쉬웠을 정도이다. 한장 한장 소중하게 읽어야 더 크게 얻을 있는 여운을..한 성격과 욕심으로 한번에 다 읽어버리고 말았으니. 통째로 볼수 있는게 책이라 이런 단점도 있구나..싶다. ;;; 차 한잔의 시간과 함께 마음의 여유를 줄 수 있는 이 수필이 오늘따라 새삼 고맙고 오랜만에 느껴볼 수 있는 향수을 준다.
법보다 주먹이 가깝다라는 말이 있다. 사실 살면서 이렇게 자주 와닿는 말도 없는듯. 바로 오늘 네이버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전철 안의 폭행남 사건만 봐도 그렇지 않은가. 살면서 때로 안하무인격으로 들이대는 무 개념인들 때문에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해서 법으로 풀자니 어디서부터가 법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지도 모르겠고 또 어떻게 그 법을 이용해야 하는지도 막막하다. 억울하고 화나는 일 생기면 답답한 가슴 치다가 주위에 경찰이나 검찰 관계자가 있었으면..하고 바라보다가 차라리 듬직한 검은양복 아저씨나 좀 사귀어둘걸...이라는 아쉬움까지 생기니 역시 법과 주먹은 막힌 것을 풀어주는 파워가 있다는 면에서 통하긴 통하나 보다. 하지만 주먹보다는 법과 더 친해야 선한 시민들이 잘 사는 사회가 되지 않겠는가.그러려면 법을 잘 알아야할텐데 TV에서 가끔씩 보여주는 사례 외에는 복잡한 법전을 봐야 알까 말까 한것이 보통 사람들의 법과의 관계다. 그런면에서 이해를 쉽게 해주겠다는 취지로 글도 재미있게 만화도 넣어서 만든것이 이 책 "살면서 꼭 필요한 생활법률"이다. 생활하면서 생기는 다양한 사례들을 딱딱한 글이 아니라 재미있고 쉬운 꽁트식 이야기로 풀어가면서 이해하도록 만들었다. 각 사례들마다 앞꼭지로 이야기를 여는 만화는 재미있고 이해가 쉬워 그다음의 다소 어려운 과정도 달려갈수 있는 힘을 준다. 총 서른네가지의 사례로 나누어 설명하는데 누구이든간에 걸릴만한 상황이 한두개는 있을만큼 다양하다. 나도 요즘 부동산 관련 필요한 내용을 찾아보려고 생각만 했었는데 마침 이책의 내용에 상세하게 나와있어서 도움을 받았다. 생활법률에 관한 책이고 내용도 많지만 한달음에 읽을만큼 쉽고 재미있었다.다만 정말 필요한 부분이라면 이 책에서 기본만 읽고 좀더 공부해서 법을 이용할 생각은 해야할 것 같다. 변호사를 고용하는 방법이라든가 그 가격등도 소개되어있었다면 훨씬 좋았을것 같다. 또 쉽고 재미있게 가려는 분위기속에 다소 산만하고 유치한 설정들도 조금은 아쉽지만 대체적으로 집에 비치하여 혹시나 있을 상황을 미리미리 공부하기엔 부담없고 내실있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