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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스와 타나토스
조용훈 지음 / 살림 / 2005년 12월
평점 :
사랑은 사람을 도취하게 한다. 사랑에 휩싸여 있을 때 눈은 자주 먼 곳을 바라다본다. 길 끝에는 늘 땅거미가 인다. 또는 아무것도 보지 않으면서, 자기를 들여다본다. 자기 안에서 일렁이는 물결을 응시한다. 그 속으로 침잠한다. 사랑은 자꾸 마음을 적신다. 물이 차오른다. 눈이 젖는다. 마음이 젖는다. 몸이 젖는다. 환희 끝에서 우수가 걸어온다. 우수는 또다시 사랑을 갈망하게 한다. 사랑은 사랑을 벗어날 수가 없다. 나는 너이고 싶다. 너는 내가 되지 못하더라도 나는 너이고 싶다. 하나이고 싶다. 그러나... 나는 나이고 너는 너다. 뎅그라니 혼자인 나를 본다. 네가 될 수 없는 나. 그래서 나는 네가 되기 위하여 죽음을 택한다. 사랑은 그래서 죽음이다.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 이루지 못한 사랑은 언제까지나 에로스다. 이루고 나면 에로스는 죽는다. 아가페로 새로 태어나지 않는 한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그래서 에로스는 죽음이다. 그 아련한 타나토스의 냄새. 그래서 에로스는 강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