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 주파수 창비시선 327
김태형 지음 / 창비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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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운 추위보다 더 견디기 힘든 것은 

혼자가 될 수 없는 것이었다 

진정 혼자가 된다는 것은 위대한 일이다 

무슨 꿈을 꿀지 모른다 

내가 외로운 것은 혼자가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디아스포라>) 

 

혼자가 되지 못하는 건 현대인의 병이다. 가족 때문에 혼자가 되지 못하는 건 그래도 낫다. 거리로 나가면 온통 혼자가 되지 못하게 만드는 것들로 가득하다. 거대한 맘모스의 뱃속으로 균일하게 들어가도록 입 벌린 열차가 달려온다. 이탈하면 반역이다.  

우리는 혼자가 되지 못하기 때문에 서로 만나지 못한다. 궤도 밖으로 밀려나지 않기 위해 똑같은 말을 하고, 똑같은 옷을 입는다. 똑같이 생기기 위해 성형을 한다. 얼굴을 잃어버린다. 꿈에 대해 묻지 말라.

 열차는 수많은 '나'를 구겨넣고 문을 닫는다. 벽돌처럼 똑같은 모양으로 빚어진 내가 달린다. 바퀴만 달면 나는 완제품이다. 더 이상 꿈꿀 필요도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영원히 외롭다. 외로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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