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장을 연주하는 여자 - 첼리스트 도완녀의 행복한 가족, 풍요로운 밥상 이야기
도완녀 지음 / 해냄 / 2002년 10월
평점 :
품절


 따뜻한 온돌방에 방석을 깔고 마주 보고 앉았다. 맞은 편의 아주머니는 이야기를 하고 계신다. 다른 사람을 험담하는 것도 아니고, 세상의 부조리에 목청을 높이는 것도 아니고 정말 좋은 이야기들만 들려 주신다. 그런데 무릎 꿇고 앉은 발가락은 참을 수 없이 꼼지락거린다. 이 책을 읽는 심정이 꼭 그렇다. 나쁜 책은 아니지만 매력 있는 책은 아니다.

 사랑하는 남편이 있고 아이들이 있고 하는 일은 힘들지만 너무나 보람있다. 글쓴이는 이런 도덕 교과서 같은 삶을 실제로 살고 있는 사람이다. 제목을 보면 음식 이야기가 많이 나올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다. 그냥 사는 이야기다. 그냥 사는 이야기가 근 삼백 페이지다. 그 것도 산 좋고 물 좋은 곳에서 된장 담그면서 사는 이야기. 중소도시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나로서는 '아유 그렇게 사시다니 참 좋으시겠어요, 부럽네요'하는 맞장구 말고는 더 이상 할 말을 찾을 수가 없을 만큼 접점이 없다.

 이 책이 독자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뭔지 모르겠다. 이렇게 살아가라는 삶의 이상향을 제시하기 위해? 글쓴이의 생활방식을 따라갈 수 있는 사람은 현실적으로 그다지 많지 않다. 그렇다고 글쓴이가 특별히 새로운 삶의 자세를 제시하고 있다고 보기도 힘들다. 된장이 몸에 좋다는 걸 알리기 위해? 이 책을 읽고 나서야 '아, 된장이 좋은 거구나'하고 깨닫는 사람 거의 없다. 된장이나 콩이 몸에 좋은 이유에 대해 과학적인 설명을 중간 중간 삽입하긴 했지만 신문의 건강상식 코너에서 보는 것 이상은 아니다. 다른 꼭지들과 전혀 연관관계 없이 그저 날 것 그대로 뚝 떼어놓은 것 같은 인상을 받는다. 그렇다고 된장을 어떻게 잘 활용할 것인가에 대해 독특한 해법을 제시하는 것도 아니다. 끝까지 읽었지만 '다음에 기회가 되면 메주와 첼리스트에서 된장을 사먹어봐야겠군' 말고는 딱히 남는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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