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 나는 천재다! - 어느 천재의 일기 다빈치 art
살바도르 달리 지음, 최지영 옮김 / 다빈치 / 2004년 6월
평점 :
품절


 '어느 천재의 일기'라는 부제처럼 일기라는 장르에 충실한 글이다. 읽는 사람이 이해하건 말건, 동의하건 말건 상관없이 스스로 하고 싶은 말만 한다.  - 어쩌면 이해 못하기를 바라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진지하게 해봤다. - 괴발개발 갈겨놓은 낙서같은 문장들에 문득문득 짜증이 몰려와 읽기를 집어치우고 싶을 때도 있다. (결국 이 책을 다 읽을 수 있었던 비결은 그 '이해'를 포기한 데 있다.)

 예술작품을 보면서 창조에 대한 욕구를 대리만족하듯이, 책을 읽으면서 예술가의 삶에 대해 대리만족한다. 출근도 없고, 퇴근도 없고, 먹고 싶을 때 먹고, 자고 싶을 때 자고, 그리고 싶을 때 그리고, 게다가 이따위로 휘갈긴 글로 책까지 낼 수 있다! 창작의 고통, 인정받지 못하는 설움, 가난, 예술가에서 쉽게 연상할 수 있는 고뇌따위는 찾아볼 수 없다. 적어도 이 책에서 달리는 그저 즐거운 예술가일 뿐이다. 

 달리는 이 책을 읽기 전에도, 지금도 잘 모른다. 언제 어디서 태어났고 몇살에 어떤 작품을 그렸고 그런 건 멋진 그림을 즐기기 위해 꼭 필요한 건 아니다. 저 그림은 무슨 의미인지, 그 때 시대 상황은 어떻고 작가는 어떤 사상을 가졌는지, 밥벌어먹고 살 거 아닌 바에야 머리 아프게 따질 필요있나, 내 눈에 멋지면 엽서나 한장 사서 벽에 붙여 놓으면 그걸로 좋은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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