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운 이웃
박완서 지음 / 작가정신 / 2003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박완서의 글은 항상 물 흐르듯 매끄럽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글을 써본 사람은 - 정확히 표현하자면 글을 잘 쓰려고 애써본 사람은 - 그 진부한 칭찬에 목말라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왜 내가 쓰는 문장은 항상 '어딘가' 어색한지, 왜 고치면 고칠수록 더 어색해지는지, 왜 결국은 맨 처음 썼던 문장으로 돌아오는지. 이런 고민 사이를 몇 번 오가다 '역시 천부적 재능'의 문제로 결론내리고 어설픈 살리에르 흉내를 낼 때 상대로 고르는 사람 중에 하나가 박완서다.

 이 책은 내가 지금까지 읽어왔던 박완서 책 중에서 가장 '덜 매끄럽다'. 속셈이 너무 빤히 보이는 장치나, 실제로는 아무도 소리내 말할 것 같지 않은 대화체. 이야기하고 싶은 의욕 가득한 설익은 네가 - 나보다 너인 경우 훨씬 크게 잘 보인다 - 항상 하는 낯익은 실수들을 이 책에서 발견할 수 있다. 반가우냐고? 천만의 말씀. 결국 '역시 천부적 재능' 타령은 노력하지 않는 자의 변명일 뿐이라는 진부한 진리를 다시 한번 쓰게 삼킬 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