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그대로 최영미라는 개인의 '일기'다. 이 일기는 마치 기념사진 촬영 같다. 다른 나라나 도시를 여행할 때 자신이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찾아내 확인하는 작업, 그런 사전지식이나 선입견은(그것이 좋은 쪽이든 아니든) 오직 자신만의 것으로 친절하게 얘기해주지 않으면 읽는 사람은 공감하기가 힘들다. 특히 그 것이 읽는 사람의 취향에 반하거나 동떨어져 있다면. 쓴 사람은 그런 공감에 대해 그다지 고려하지 않는 것 같다. 하긴 일기니까.여행과 미술, 자신의 사상과 생각, 모든 것이 들쑥날쑥 뒤섞여 있다. 물론 이런 뒤섞임은 다른 사람의 책이나 글에서도 굳이 찾아내려면 찾아낼 수 있다. 훨씬 부드러운 형태로. 몇 페이지 들춰보고 이주헌의 50일간의 유럽 미술관 체험이나 서경식의 나의 서양미술 순례를 떠올리고 선택한 경솔함을 후회했다. 이주헌의 친절함이나 서경식의 따뜻함과 굳이 비교하지 않더라도. 최영미란 개인에게 호감, 아니 최소한 관심이 있었다면 훨씬 즐겁게 읽을 수 있었을 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녀를 하나도 모르니까. 하지만 당신의 독자 중에는 당신의 책을 처음 읽는 사람도 있답니다. 작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