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나 업무를 위해서 보고서나 논문을 읽다보면 가끔 왜 이렇게 재미없게 써놨을까 싶을 때가 있다. 이렇게 많은 일을 해내려면 소소하게 무릎을 치는 깨달음들이 있었을테고 그럴 때마다 느꼈던 보람이나 뿌듯함을 함께 담으면 정말 재밌을텐데, 그런 생각. 그러나 그건 정말 '가끔'이나 하는 생각일 뿐이지, 실제로 숙달되지 못한 사람들이 보고서 안에 개인적인 생활이나 감정에 대해 늘어놓으면 답답해서 그 위로 빨간펜으로 두줄 좍좍 그어버리고 싶어지게 마련이다. 결국은 '일'이니까 '용건만 간단히' 해결해주길 원한다.어쩌면 제인 구달에 대해 비판적인 과학자들의 심정이 그런지 모르겠다. 침팬지들에게 이름을 붙이고, 그들과 자신과의 만남과 교감에 대해 꼼꼼히 쓰는 것은 그 것이 '일'인 사람들에게는 답답하고 소모적일 지 모른다. 내가 만일 침팬지의 행동을 연구해야하고 눈 앞에 수십권의 책이 쌓여있다면 제인 구달의 이 책은 가장 밑바닥에 깔려 있거나 책상 밖으로 밀려날 1순위가 될 것이다. 다행히 나는 그 것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즐겁게 이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제인 구달의 이 책은 꾸미려들지 않는다. 어려운 전문용어도, 객관성을 증명해줄 방대한 데이터 수치도 없다. 자신의 관찰 자체가 관찰의 대상에게 영향을 미쳤음을 부정하거나 숨기려하지 않는다. 또한 과학자로서의 자신이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떳떳하다. 그녀는 오랫동안 관찰해온 침팬지를 친구라고 부르기에 주저하지 않고, 그 친구에게 찾아온 불행에 대해 슬퍼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그리고 다른 학자들이 기대하는 '용건' 외인 자신의 생활을 굳히 그녀의 연구와 구분하려하지 않는다. 그녀에게 연구는 생활 그 자체고, 그녀의 생활이 연구다. 그래서 나같은 문외한도 그냥 사는 이야기 듣는 것처럼 편한 마음으로 읽어나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