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목적을 향해 똑바로 나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비가 내리던 어느 날 튀니스에 도착한 한 예술가가 있다. 그는 진정한 동양과 처음으로 만났을 때, 그의 생각에 늘 낯설게 남아 있기를 바랐던 마술과도 같은 색깔이 자신의 기분을 망치지 않았다고 매우 기뻐했다. 나는 그 어떤 것도 무디게 하지 못하는 지성의 이런 날카로움에 감탄하게 된다. 나는 아무리 해도 그들을 따라갈 수가 없다. 그들은 사람들이 지니는 배경이 사람에게는, 이른바 자신의 영혼만큼이나 본질적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들의 확실한 여정은 그들을 그 어떤 곳으로 이끌어 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어느 한 곳에 이르게 할 뿐이다. 마치 수량에는 전혀 변화를 주지 않지만, 그렇다고 영으로 만들지도 않으면서 약분시켜나가는 수학적인 계산처럼. -51쪽
지성의 시가 가고 있는, 무를 향해 가는 걸음걸이도 이와 같을 것이다. 이것은 우주를 향해 던진 광대한 그물이다. 하지만 배 안으로 끌어올렸을 때, 우리의 발 아래 흥건한 물만 남겨줄 분인 그런 그물이다. 영예를 추구하지 않는 신비주의자들은 약속보다는 행복으로 가득 찬 풍경으로 우리를 이끌어간다. 그들은 때때로 머리를 조금 돌리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말이 놀라서 뒷걸음질치듯 그 정도 거리만으로 충분하다고 우리에게 말한다. 아니면 우리가 지치지도 않고 그토록 많은 실망을 하면서도 찾고 있는 무언가의 '옆에서' 일생을 지낼 수도 있고, 앞으로도 그렇게 지나칠 수도 있을 것이다.-52쪽
'밤'은 우리로 하여금 '단일성'을 깨닫게 한다. 밤은 낮이 뚜렷하게 선을 긋고 갈라놓은 존재를 모으고 섞어놓는다. 빛은 시샘하듯이 사물들 사이를 가로질러 슬그머니 끼여들고, 우리에게 그것들이 서로서로 관계가 없는 것이라고 믿게 한다. 하지만 밤이 되었을 때, 그 사물들은 다만 하나일 뿐이다. 마치 침몰해가는 조각배 위에 있는 길손들처럼. 그리고 밤은 그토록 오랫동안 감추어졌고, 우리가 죽을 힘을 다해 찾고 있던 것을 드러내 보여준다. 메디나의 골목길을 방황하면서 우리가 인간보다 위대한 무언가에 가까이 다가갔음을 상상하는 것은 바로 이 밤을 통해서이다.-55쪽
자신을 괴롭히는 것을 하나의 직업으로 삼게 되는 것을, 자신의 흥미를 끌지 않는 사람들을 자주 만나게 되는 것을, 떠날 수 없는 한 장소에 꼼짝없이 박히게 되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무익하고, 자기 자신에게 해로운 그런 삶을 사는 것에 대해 사람들은 자신을 탓한다.-10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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