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는 10세기 말 지중해 무역으로 부를 축적한 후 14~15세기에 이르면 해상무역공화국으로 전성기를 맞게 된다. 쌓인 부는 15세기 중반 이래미술과 장식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와 후원으로 이어져 오늘날 베네치아파로 불리는 회화 유파를 탄생시켰다. 베네치아파는 지중해의 화사한 자연 풍광과 오리엔트 지방과의 교류, 물질적 풍요에 따른 현세적이고 향략적인 분위기로 인해 빛과 색채를 중시하는 회화 스타일을 낳았다. 원근법과 해부학 등을 발달시킨 피렌체파의 과학적이고 조형적인 접근과는 또 다른 미술을 발달시키게 된 것이다. 형태는 미켈란젤로에게서, 색채는 티치아노에게서"라는 유럽 미술 아카데미의 오래된 금언은 피렌체파의 거두인 미켈란젤로와 베네치아파의 거두인 티치아노를 통해 두 미술의 차이를 명료하게 인식하게 해준다. 이처럼 베네치아파는 빛과 색채로 명성을 얻은 화파이며, 그 빛과 색채는 서양 미술사를 통해 루벤스와 와토, 르누아르, 보나르, 마티스에게 이어지면서 오늘날 유럽 문명이 자랑하는 다채롭고 감각적인 색의 전통을 이룩했다. 베네치아파가 이런 빛과 색의 전통 외에 서양 미술사에 중요한 기여를 한 게 또 하나 있으니 그것은 바로 돛의 재료인 캔버스 천을 유화의 화포로 사용해 유화 미술의 진로를 크게 바꿔놓은 것이다. 이전까지 유화는 나무판에 그렸다. 베네치아는 해상무역공화국으로서 16~18세기 유럽 최고의 조선 기술을 자랑했는데, 그러다보니 튼튼하고 질긴 캔버스 천이 다량으로 생산되었다. 베네치아 화가들이 캔버스 천을 화포로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유화는 이제 나무판의 제한된 크기와 무게, 떨어지는 탄력에서 벗어나 더욱 자유로운 표현을 구사할 수 있게 됐다. 베네치아파를 대표하는 화가는 15세기의 벨리니를 필두로 16세기의 조르조네, 티치아노, 틴토레토, 베로네제, 17~18세기의 티에폴로, 카날레토, 구아르디 등이다. - 현대미술의 심장 뉴욕 미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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