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이야기를 한번 보자. 매우 괴로운 상황에 처한 한 남자가 회의에 들어가기 전에 조지 왕조 시대에 지은 시청의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다. 보라고 준 잡지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 남자는 고개를 들어 천장을 보다가 18세기 무렵 누군가가 세심하게 공을 들여 꽃줄이 서로 얽히는 복잡하면서도 조화로운 무늬로 그 천장을 디자인하고, 흰색, 광택이 나는 파란색, 노란색을 섞어 칠을 해 놓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천장은 이 남자가 자신에게서 더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특질들을 담고 있다. 천장은 묘하게 장난스러우면서도 진지하며, 섬세하면서도 분명하고, 형식적이면서도 허세가 없다. 이 작품을 위임한 사람들도 그 못지않게 실용적인 사람들이었을 텐데, 이 천장에는 감상을 덜어낸 심오한 달콤함이 있다. 아이의 얼굴을 부수며 퍼져가는 미소 같다. 남자는 동시에 이 천장에 그가 갖지 못한 모든 것이 담겨 있음을 깨닫는다. 남자는 일에서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복잡한 문제에 말려들었으며, 늘 피곤하고, 얼굴에는 시무룩한 표정이 새겨져 있고,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도 난폭하게 소리를 지르게 되었다-사실 하고 싶은 말은 자기가 힘들다는 것뿐인데. 천장은 남자의 진정한 고향이지만, 그곳으로 돌아갈 길을 찾을 수가 없다. 그의 눈에 눈물이 고일 때 비서가 대기실로 들어오더니 그를 회의실로 안내한다.
이 남자의 슬픔을 보다 보면 또 한 가지 생각이 떠오른다. 우리가 아름다운 것들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우리 인생이 여러 가지 문제로 가장 심각할 때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낙담하는 순간들은 건축과 예술로 통하는 입구를 활짝 열어준다. 그러한 때에 그 이상적인 특질들에 대한 굶주림이 최고조에 이르기 때문이다. 정신이 잘 정돈되어 너저분한 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사람이 콘크리트와 나무로 이루어진 널찍하고 텅 빈 공간에 햇빛이 환하게 쏟아져 들어오는 것을 보고 깊은 감동을 받지는 않을 것이다. 자신의 일이 모두 정돈이 잘 되어 있다는 확신을 가진 사람이 로버트 애덤 홈 하우스의 천장 밑에서 살고 싶은 갈망을 느끼지는-심지어 그것을 보고 눈물까지 흘리지는-않을 것이다.

 

행복의 건축 157-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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