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마라톤이라 생각한다면 두 분은 반환점을 넘어 한참을 달렸다. 여러 가지 고비도, 숨이 턱에 차오를 때도 있었을 것이다. 어느 한쪽이 쓰러지면 다른 한쪽이 부축해 달리기도 했을 것이고 자식들 건사하느라 스스로를 챙길 여유도 없었을지 모른다. 지난 3개월의 여행은 두 분에게 호사스러운 시간이었을 것이다. 여행을 하면서 비로소 아버지의 역할, 어머니의 역할, 장남의 역할, 며느리의 역할 등 모든 짐을 내려놓을 수 있었는 지도 모른다. 새로운 것을 보고 새로운 음식을 먹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 더 피료했던 것은 나란히 손을 잡고 걷는 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아주머니는 이번 여행에서 가장 즐거운 수간을 남편이 하나하나 신경 써줄 때라고 했다. 거리를 걷다보면 젊은 연인이 좋은 카메라를 메고 지나간다. 그 멋진 카메라로 길거리에서, 예쁜 카페에서, 심지어 지하철 안에서도 여자친구를 찍느라 정신 없다. 내가 두 분과 얘기를 나누면서 가장 기억나는 것은 아저씨가 작은 카메라로 배 위의 아주머니를 열심히 찍던 모습이었다. 사진을 찍어주는 모습만으로도 따뜻함이 전해왔다. 사랑하는 이의 사진을 찍는 풍경이란 젊은 연인과 별 다를 게 없었다. 가슴이 찡해왔다. 아저씨는 곱게 웃고 있는 아주머니를 찍고도 뒤에 배경이 잘 나와야 한다면 한 장을 더 찍는다. 따사로운 햇볕에 엷은 얼음장이 스르륵 깨지는 것 같은 떨림이 전해온다. 사진을 찍고 나서는 아주머니 옆에 가만히 서 계신다.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문득 우리가 사는 데 저만하면 충분한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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