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권 들고 파리를 가다
린다 지음, 김태성 옮김 / 북로드 / 2004년 9월
절판


이러한 혁명적 사고는 200년간이나 지속되었다. 중국인이 쓴 역사서 가운데 9월 학살에 관한 대목에서 이런 내용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군중들은 파리에 감금된 수많은 반혁명분자들을 사형에 처했다. 이러한 자발적인 혁명수단은 반혁명의 위세를 무너뜨려 혁명의 후방을 공고히 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우리는 이런 역사책을 읽으면서 성장했다. 이런 역사관을 주입당한 우리가 자신은 결코 한 마리 이리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인가? 또한 우리가 자신을 떳떳하게 '인간'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인가?-322쪽

자코뱅파의 혁명 우두머리들이 권력이 자신의 손 안에 있다고 믿으면서 루이 16세를 위한 공정한 사법을 위해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있을 때 누군가 용감하게 나서서 루이 16세를 법률적으로 변호하였다. 그러자 자코뱅파는 곧바로 그 변호인의 머리를 가볍게 베어버렸다. 그들은 이런 행위가 자신들의 머리를 벨 칼을 다른 사람의 손에 넘겨주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루이 16세를 법률적으로 변호하다가 단두대에서 목숨을 잃은 사람은 말제르브 Chreten de Malesherbes였다. 그는 루이 15세 시대에 큰 명성을 쌓으며 출판 및 발행 분야의 검찰관을 지낸 바 있다. 그는 관직 때문에 유명해진 것이 아니라 요직에 있으면서도 양심에 따라 <<백과전서>>의 출판에 이에 관련된 여러 사상가와 철학가들을 보호한 공로로 유명해졌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말제르브가 없었다면 <<백과전서>>는 출판되지 못했을 것이고, <<백과전서>>와 그 사상가들을 보호하지 않았더라면 프랑스 대혁명도 일어나지 않았을지 모른다. 그는 혁명이 루이 16세의 죽음을 요구할 때도 다시 자신의 양심에 따라 루이 16세를 위한 법률적 변호를 요구했다. 루이 16세는 그가 자신을 변호한다는 소식을 몹시 걱정하며 이렇게 말했다. "당신의 용기를 가상하지만 나를 구할 수는 없을 거요. 당신마저 내 죄목에 연루되고 말테니까." 그 역시 자신의 목숨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모를리가 없었다. 하지만 사람이 살다보면 자신의 목숨이 걸려 있다 해도 양심에 따르지 않으면 안되는 때가 있는 법이다.-38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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