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저택 사건
조세핀 테이 지음, 권영주 옮김 / 검은숲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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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영국에서 일어났던 실제 유괴사건을 당대의 시선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라고 한다. 실종된 지 4주 만에 온통 얻어 맞은 멍과 부실한 옷차림으로 나타난 소녀 베티 케인. 그녀는 집으로 돌아오려고 버스를 타려던 중 버스시간을 놓쳤고 곧 어두워질 시간이어서 난감해하던 차에 어떤 모녀의친절을 받아들여 그녀들의 차를 탔고, 그녀들의 집에 들어갔다. 그러나 그녀들은 케인양에게 그 집의 하녀가 되기를 청했고 그녀가 거부하자 그녀를 다락방에 감금하고 구타하고 이런저런 집안 일을 강제로 시켜가며 그에 응하지 않으면 굶겼다고 했다. 잠시 그녀들의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그녀는 탈출했고 그녀는 프렌차이즈 저택의 샤프모녀가 자신을 감금하고 구타한 범인이라고 지목한다. 그러나 샤프모녀는 케인양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하는데, 누구의 말이 진실인가!!!

 

영국의 크지 않은 마을. 다들 적당히 자신들만의 영역을 지켜가며 조용히 살고 있다. 하루하루의 평온함이 지루함으로 느껴진다고 생각되던 어느 날, 그 마을의 변호사인 로버트 블레어는 조금 이른 퇴근 직전에 매리언의 전화를 받는다. 그는 형사전문 변호사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녀의 다급한 청에 다른 변호사를 소개시키려 했지만, 매리언의 통사정에 한 번 들러보자는 심정으로 프랜차이즈 저택을 방문한다. 같은 마을 사람들과 별달리 왕래없이 살아가던 샤프모녀 중 어머니는 그런 와중에도 당당했고 거침없었다. 매리언은 한 눈에 로버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샤프모녀는 범인이 아니라는 심증을 굳히고 그들이 범인이 아니라는 증거를 찾아 나선다.

 

그 시절에 왕래가 드물었다는 것은 요즘 말로 하자면 마을의 왕따같은 분위기였을 것이고, 그녀들이 교복을 단정히 입고 착실한 가정에서 착실하게 살아가던 17살 어린 소녀들을 감금하고 폭행했다는 증언을 하자마자 그녀들은 단순히 범인이 아니라 마녀가 될 수도 있었던 사건이다. 조용한 마을의 조용한 사건들을 맡아가며 조용하게 살아가던 한 변호사는 정확치도 않은 사실을 선정적으로 다루는 옐로우 저널리즘에 맞서 진실을 밝히려고 애쓴다.

 

예나 지금이나 '선정적 보도'는 같았던 모양이다. 피해자라고 말하는 착실하고 어리고 예쁘기까지한 소녀. 가해자인 것처럼 보이는 마을 사람들과 별 왕래가 없는 모녀. 사건은 진상을 밝히기도 전에 신문에 보도되고 어두운 밤을 틈타 모녀들에게 위해를 가하는 사람들이 나타난다. 누군가는 차를 대고 웅성웅성 모여 집안을 들여다 보고, 누군가는 담벼락에 지워지지 않는 낙서를 하며, 누군가는 매주 있어야 할 식료품 배달도 하지 않으려고 한다. 어쩌면 사람들은 늘 누군가를 비난할 채비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혹은 당연히 누군가가 범인일 것이라는 혹은 누군가는 당연히 피해자일 것이라는 근거없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살인도 없고, 피도 폭력도 없다. 그러면서도 궁금해서 맨 뒷장을 넘겨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하는 은근한 맛이 있는 상당히 품위있는 미스터리물이다.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진실이 무엇인지 궁금하게 만드는 긴장감을 가지고 있고 마치 영화 <엠마>나 <센스 앤 센서빌러티>같은 영화를 보는 것처럼 영국 사람들의 약간 젠체하면서도 자신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지 않는 밀고 당기기까지 등장하여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영국의 고전 미스터리를 대표하는 여류 작가라는 말이 헛되지 않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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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사기의 수상한 중고매장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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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저히 쓸모 없을 것 같은 되도 않은 물건을 떠맡듯 들고 절을 빠져나오는 나, 히구라시. 미대를 졸업하고 할 일이 없던 차에 가사사기가 차린 중고매장의 부점장 자리를 맡게 된다. 도통 장사수완이라고는 없는 히구라시를 알아채버린 악역 프로레슬러 같은 용모를 가진 주지스님은 아무도 가져가지 않을 물건들을 히구라시에게 비싼 값을 받아 챙기고 넘기기 일쑤이다. 그런 물건들을 가지고 적자를 면치 못하는 중고매장으로 돌아오는 날에는 히구라시의 표정만으로도 알아채는 미나미가 있다. 중학생 교복을 입고 중고매장을 지키는 미나미는 중고매장의 주인인 가사사기를 우상으로 알고 학교와 집이 아니면 늘 중고매장에 있다. 머피의 법칙이라는 책을 끼고 살며 자신이 있는 곳에는 늘 사건이 일어난다며 셜록홈즈처럼 사건을 해결하겠다고 나서는 오지랖 넓은 가사사기. 그의 추리와 사건해결능력은 언뜻 보면 정말 대단하다. 그 놀라운 추리능력은 명탐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쩜 그렇게도 그럴듯한 추리를 내놓는지 말이다. 하지만 그 뒷면을 보면 한마디로 '시트콤'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을 배경으로  단편처럼 이어진 이야기 속에는 미나미와 가사사기, 그리고 히구라시의 인연과 상처가 들어 있다. 그리고 그들에게 물건을 넘기는 사람, 그들에게서 물건을 사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 중고라는 것은 누군가 쓰던 물건이라는 뜻이고, 그렇기에 그 물건들에는 이야기가 들어있다. 누군가가 몹시도 좋아했을 혹은 유용하게 썼을 물건들 속에 감추어진 이야기들 속에 사건들이 숨어 있다. 가사사기의 추리로 하나의 사건이 딱 떨어지게 해결되는 것 같지만 그건 아니다. 진짜 해결은 조금 뒤에. 조금은 오바스럽고 오지랖 넓은 가사사기와 숫기 없는 듯 조용한 히구라시, 나이 답지 않게 성숙하고 조금은 되바라진 중학생 미나미가 어울리지 않는 조합처럼 느껴지지만 어느새 세 사람이 벌이는 추리극장은 한 편의 유머러스한 시트콤 같기도 하고 또 한 편으로는 감동적인 드라마같기도 하다.

 

[달과 게]에서 보였던 어두운 이미지는 온데간데 없고 시종일관 낄낄거리며 만화처럼 웃을 수 있는 유머가 담겨져 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사람에 대한 애정과 감동이 들어있어서 가독성이 아주 좋은 소설이다. 등장인물들도 아주 매력적이어서 금세 정이 간다. 가사사기와 히구라시는 아마도 명탐정 코난에 나오는 코난과 유명한 탐정같은 분위기랄까. 잘난 척 하며 온갖 폼은 다 잡고 사건이 자신에 의해 해결된 것처럼 으스대지만 사실은 헛짚어도 그렇게 제대로 헛짚었다는 것은 꿈에도 모르는 유명한 탐정말이다. 미스터리와 유머, 드라마가 동시에 들어 있는 멋진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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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희망 프로젝트 2 - 자궁경부암, 위암, 대장암 편 암 희망 프로젝트 2
서울아산병원 암센터 엮음, 박지훈 그림, 이수겸 글 / 북폴리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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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중에도 나와 있지만 암은 특정 누구에게 있는 병이 아니다. 어느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으며 암에 걸렸다고 해서 절망하거나 치료를 포기하는 일은 있어서는 안된다. 어렸을 때는 죽음이라는 것에 실감이 나질 않는다. 내 부모도 젊고, 나도 아직 어리기 때문이다. 내가 조금씩 나이 들어가면서 내 주변의 사람들도 따라 나이가 들어가고 나이가 들어가다 보니 누군가는 병에 걸리기도 하고, 누군가는 사고로, 누군가는 나이가 들어 세상을 떠나는 일이 생기게 된다. 세상에 나올 때는 순서대로 왔지만 세상을 떠날 때는 순서가 없다는 옛말이 있다. 젊은 나이에 큰 병에 걸리거나 사고를 당하게 되는 일이 있다보니 생긴 말이리라. 내 주변에도 암으로 세상을 떠난 젊은 친구가 있었고, 암에 걸려 치료중인 친구의 어머니도 있다. 큰 병에 걸리면 누구라도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금전적으로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런 와중에 가장 큰 힘이 되는 건 그래도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랑하는 가족 그리고 나 자신부터 꼭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의지를 불태우는 일일 것이다.

 

계몽성이 짙은 책이고, 병원 인포메이션센터쯤에서 나눠줄 법한 책이라 별 기대없이 받아들었다. 그러나 내용도 충실하고, 귀담아 들어야 할 경고도 많이 있었으며 심지어 보다가 울기까지 할 정도로 감동도 있었다. 암을 취재하는 기자가 병원을 드나들면서 취재하게 된 많은 환자들의 상황, 그리고 선배의 암투병까지를 스토리로 담아 내고 있는데 2권에서는 위암과 대장암, 그리고 자궁경부암에 대해 다루고 있다. 흔히 많이 걸리는 암으로 알려져 있는 위암과 대장암에 대해서 뒤쪽에 치료방법과 예방법, 그리고 치료 후 관리법에 대해서도 설명해주고 있다.

 

큰 병에 걸리면 가장 먼저 건강보다도 희망을 잃게 되는 것 같다. 이제 곧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좌절하고, 그런 좌절감으로 가족들간에 불화가 생기다보면 한꺼번에 건강도 잃고 남은 시간을 눈물과 화로 지내다 이별하게 되는 수도 있을 것 같다. 긴 병에 효자없다는 말처럼 환자를 간호하는 일은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굉장히 고단한 일이다. 물론 병에 걸린 당사자가 가장 많이 아프고 힘들겠지만 환자를 간호하는 사람이 겪는 스트레스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되도록이면 건강하게 큰 병에 걸리지 않도록 식생활과 생활습관을 건전히 하여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 나라 사람들이 빨리빨리병에 걸렸다고 한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몇 백년에 걸쳐 이루었던 것들을 정말 빠른 시간안에 이루어 내면서 사람들은 모두 누구나 일만하는 일벌레가 되어버렸다. 휴식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마음의 여유가 무엇인지도 모른채 지내면서 가족과 단란한 시간을 가지는 것보다는 더 많이 일하고 누구보다 빨리 승진을 하고, 누구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아야겠다고 달려왔다. 그러는 사이 아이들은 그 연봉으로 학원으로 뺑뺑이를 돌며 학원과 학원 사이에 간식으로 콜라와 햄버거를 먹으며 지내왔을 것이다. 이러한 생활방식들이 조금씩 우리를 건강하지 못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극심한 스트레스와 불규칙한 식습관으로 생기는 병들도 많으니 말이다.

 

조금씩 우리의 삶을 뒤돌아 보아야 할 때이다. 단순히 돈이 많은 삶이 행복한 삶은 아니다. 물론 필요한 때 필요한 돈을 쓸 수 없다면 그 역시 불행한 일이겠지만 그렇다고 돈을 위해 우리의 행복을 바쳐서는 안된다. 건강을 잃고는 아무리 많은 돈이 있어도 소용이 없다. 당장에 사랑하는 가족들과의 행복한 시간이 더 소중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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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여덟, 죽거나 혹은 떠나거나 - 콘크리트 정글에서 진짜 정글로
제니퍼 바게트.할리 C. 코빗.아만다 프레스너 지음, 이미선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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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적인 제목이다. 죽거나 혹은 떠나거나. 흑과 백보다도 더 선명한 그 무엇. 이도저도 아닌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차라리 죽어버리거나 그렇지 않을거라면 떠나라고 강력하게 주장하는 이 당돌한 아가씨들. 그녀들의 진짜 여행이야기. 부제(-콘크리트 정글에서 진짜 정글로)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녀들 제니퍼와 할리, 아만다는 스물 여덟이고 뉴욕의 미디어 업계에서 치열한 삶을 살고 있다. 서른이 되기 전에는 승진도 해야 하고, 결혼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진 나이의 그녀들. 누구보다 열심히 살고 있지만 미래는 언제나 불확실하고 열심히 사는 만큼 옆을 돌아볼 여유도 없다. 그런 그녀들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진짜 여행을 떠난다. 어렵게 구한 직장에 사표를 내고 진짜 세상 속으로 들어간 그녀들의 이야기. 그 사실만으로도 일단은 탄성이 나온다. 대단하다, 라고.

 

나의 스물여덟도 그녀들과 다르지 않았다. 서른을 한국 땅에서 맞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호주에 있는 아는 오빠에게 찾아가겠다는 말도 했었고, 둘이 결혼한다고 부모님께 말씀드리고 결혼 자금 받아서 호주로 도망가서 따로 살자는 허황된 약속도 했었던 기억도 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철없다 생각되지만, 그 때는 정말로 절실했고 힘들다 생각했었던 시간이었다. 그러면서도 일을 놓을 수 있는 용기는 없었다. 누구나 하는 일이고, 누구나 하는 결혼이니 나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만큼 사람들은 자신이 가고 있는 길에서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다. 커다란 용기없이 내가 사는 세상의 행로를 바꿀 수는 없다는 걸 누구라도 알고 있지만 그걸 실천에 옮기는 사람은 과연 백만분의 일이나 될까?

 

이미 마흔이 넘어버린 지금에도 살아가는 이 길이 과연 맞는 길인가 하는 생각을 할 때가 간혹 있지만 이미 삶이란 것에 내 인생을 저당잡혀버렸기에 그런 의문 자체가 의미없을 때가 많다. 결혼을 했고, 아이가 있다. 일단 결혼을 하고 나면 공동의 목표가 생긴다. 집을 사야 하고, 아이를 키워야 한다. 각자의 벌이에서 일정부분을 떼어 적금을 붓고, 집을 살 때 은행에서 빌린 돈을 갚아야 한다. 아이를 키우느라 허리가 휜다. 요즘은 그저 아이를 낳아서 흙 장난을 하며 풀어 놓는다고 자라는게 아니다. 유치원에 보내고 학원에 보낸다. 그 돈도 무시못할 부분이다. 이렇게 살아가는 동안 내가 꾸었던 꿈 따위는 안드로메다로 간지 오래이다. 그저 하루하루를 다음 달 월급날을 바라보며 살아가게 되고, 아이들이 자라는 것이 기쁨이고 즐거움인 경우가 많다. 아마도 우리 전 세대는 이런 분위기가 자연스러운 일이었을 것이다. 세대가 변하면서 조금씩 가족의 행복이 개인의 행복으로 변해가는 추세이다 보니 부모로써의 삶과 함께 여자 혹은 남자로써의 삶도 중요시되어가고 있는 것 같기는 하지만 삶이란 그렇게 모든 것을 만족시키기는 어려운 법이다.

 

여튼, 가족이라는 삶에 매이기 전이었기에 가능했을 세 여자의 일탈은 그녀들의 삶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을 것이다. 세상을 다르게 보는 법을 배웠을 것이고, 세상엔 내가 출근하고 퇴근하는 길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 어제 읽기 시작한 책의 제목이 <스물 아홉>이었다. 단 하루, 70이 넘어버린 한 여인의 소망, 단 하루만이라도 스물 아홉이 될 수만 있다면이라는 소망이 이루어지는 판타지 소설이다. 나도 그녀처럼 생일 촛불 앞에서 단 하루만이라도 스물 아홉이 될 수 있게 해달라고 빌었다면, 그래서 정말 스물 아홉으로 아침에 눈을 뜰 수 있다면 그녀들처럼 다른 세상으로 떠날 수 있는 용기를 가질 수 있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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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스의 라이벌들
아서 코난 도일 외 지음, 정태원 옮김 / 비채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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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로트레크 저택 살인사건>을 읽었을 때 알게 된 사실이다. 미스터리라는 장르가 나온지 170년이 되었다고 한다.  ?추리소설이라는 장르의 성립은 1841년 에드거 알란 포의 <모르그가의 살인사건>에서 비롯된다는 것이 내외 평론가들의 일치된 견해이다. 에드거 알란 포의 <검은 고양이>를 처음 접한 것이 고등학교 때. 유명작가들의 단편집이었는데, <검은 고양이>를 읽고 너무 무서워서 다시는 보지 않겠다는 굳은 결의로 그 내용이 있는 부분만 접어서 구겨 놓았던 기억이 난다. 추리소설의 시초라 하는 <모르그가의 살인사건>에서는 '추리소설'이라 하면 등장하는 살인사건, 살인의 잔인함, 실마리를 찾을 수 없는 동기, 그리고 그 사건을 해결할 뛰어난 감각과 분석능력을 가진 듀팡(혹은 뒤팽)이라는 탐정 캐릭터가 나온다. 뒤이어 나올 추리소설들의 기본적 틀을 제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이 작품의 해결사 듀팡은 소설계에서 가장 유명한 탐정 중 한 사람이다.

 

영화나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들도 인기가 있는 포맷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듯이 소설들도 인기있는 스타일이 지속적으로 나오곤 한다. 그러나 비슷한 스타일의 구조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작가적 역량이 없을 경우에는 간이 되지 않은 곰국을 먹는 것 같은 싱거운 느낌만을 남기고 만다. 듀팡 이후 가장 걸출한 탐정인 셜록 홈즈의 성공이 있었으니 그 비슷한 탐정소설이 있었으리라는 것은 생각하고도 남음이 있었는데 이렇게나 라이벌들이 많은 줄은 미처 몰랐다. 사실 비슷한 포맷의 탐정소설이라 탐정의 이름을 셜록으로 바꾼다 해도 민감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눈치채지 못할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셜록홈스의 책에도 흑백삽화가 있다. 그 간단한 그림에서 셜록과 왓슨의 느낌, 그들이 입었던 옷과 들었던 지팡이, 시대상까지도 엿볼 수 있다. 이 책에도 수많은 셜록의 라이벌들과 함께 클래식한 느낌의 이야기들, 사건전개들, 그리고 삽화가 있다. 1890년대 단편추리소설 황금기의 작품 30편이 담겨져 있는 이 책은 추리소설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더없이 맛있는 책이 될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 추리 문학 발전에 가장 큰 공헌을 하신 '추리 문학 전문 번역가' 정태원님의 번역 작품이라는 것 또한 이 책의 의미를 더한다. 지병으로 세상을 떠나신 역자님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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