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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사기의 수상한 중고매장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도저히 쓸모 없을 것 같은 되도 않은 물건을 떠맡듯 들고 절을 빠져나오는 나, 히구라시. 미대를 졸업하고 할 일이 없던 차에 가사사기가 차린 중고매장의 부점장 자리를 맡게 된다. 도통 장사수완이라고는 없는 히구라시를 알아채버린 악역 프로레슬러 같은 용모를 가진 주지스님은 아무도 가져가지 않을 물건들을 히구라시에게 비싼 값을 받아 챙기고 넘기기 일쑤이다. 그런 물건들을 가지고 적자를 면치 못하는 중고매장으로 돌아오는 날에는 히구라시의 표정만으로도 알아채는 미나미가 있다. 중학생 교복을 입고 중고매장을 지키는 미나미는 중고매장의 주인인 가사사기를 우상으로 알고 학교와 집이 아니면 늘 중고매장에 있다. 머피의 법칙이라는 책을 끼고 살며 자신이 있는 곳에는 늘 사건이 일어난다며 셜록홈즈처럼 사건을 해결하겠다고 나서는 오지랖 넓은 가사사기. 그의 추리와 사건해결능력은 언뜻 보면 정말 대단하다. 그 놀라운 추리능력은 명탐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쩜 그렇게도 그럴듯한 추리를 내놓는지 말이다. 하지만 그 뒷면을 보면 한마디로 '시트콤'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을 배경으로 단편처럼 이어진 이야기 속에는 미나미와 가사사기, 그리고 히구라시의 인연과 상처가 들어 있다. 그리고 그들에게 물건을 넘기는 사람, 그들에게서 물건을 사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 중고라는 것은 누군가 쓰던 물건이라는 뜻이고, 그렇기에 그 물건들에는 이야기가 들어있다. 누군가가 몹시도 좋아했을 혹은 유용하게 썼을 물건들 속에 감추어진 이야기들 속에 사건들이 숨어 있다. 가사사기의 추리로 하나의 사건이 딱 떨어지게 해결되는 것 같지만 그건 아니다. 진짜 해결은 조금 뒤에. 조금은 오바스럽고 오지랖 넓은 가사사기와 숫기 없는 듯 조용한 히구라시, 나이 답지 않게 성숙하고 조금은 되바라진 중학생 미나미가 어울리지 않는 조합처럼 느껴지지만 어느새 세 사람이 벌이는 추리극장은 한 편의 유머러스한 시트콤 같기도 하고 또 한 편으로는 감동적인 드라마같기도 하다.
[달과 게]에서 보였던 어두운 이미지는 온데간데 없고 시종일관 낄낄거리며 만화처럼 웃을 수 있는 유머가 담겨져 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사람에 대한 애정과 감동이 들어있어서 가독성이 아주 좋은 소설이다. 등장인물들도 아주 매력적이어서 금세 정이 간다. 가사사기와 히구라시는 아마도 명탐정 코난에 나오는 코난과 유명한 탐정같은 분위기랄까. 잘난 척 하며 온갖 폼은 다 잡고 사건이 자신에 의해 해결된 것처럼 으스대지만 사실은 헛짚어도 그렇게 제대로 헛짚었다는 것은 꿈에도 모르는 유명한 탐정말이다. 미스터리와 유머, 드라마가 동시에 들어 있는 멋진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