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코의 미소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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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킬 수 있다 하더라도 한지, 너를 잃지 않을 수 있었을까

<한지와 영주>는 필연처럼 느껴졌던 만남 뒤에 따라오는 이유 불문의 이별을 다룬 이야기다. 한국의 대학원생인 영주와 프랑스 수의사 한지는 한 수도원에서 봉사를 하다가 친밀해진다. 영주는 한지를 만난 뒤로 일기에 그의 이야기를 적으며 그를 생각한다. 하지만 어느 날 한지는 예고없이 영주와 ‘단절’되었다. 누구에 의한, 어떠한 이유의 단절인지는 알 수 없다.(아마 작가도 알 수 없지 않을까) 영주는 한지에게 다가가 단절의 이유를 들으려는 게 피해가 될 것이라 단정 짓는다. 한지와 영주의 이별은 마치 고전 작품에 흔히 등장하는 이별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준다. 그래서 영주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한지를 다르게 대할 수 있을지라도 그와 이별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동전의 앞면이든 뒷면이든, 모든 것은 헤어짐으로 귀결된다는 것.

최은영 작가는 특별히 느껴지지 않을 수 있는 이야기를 정말 ‘특별하지 않은 방법’으로 묘사해냈다. 표제작이자 첫 등단작인 <쇼코의 미소> 역시 기법이나 플롯을 마법처럼 풀어내지 않았다. 그런데도 한 두 번, 이야기의 주변을 기웃거리게 되는 매력이 있다. <한지와 영주>가 첫 작품보다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어쩌면 나의 이전 경험들과 유사하다는 이유로 절절히 공감했기 때문,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될지라도 이야기의 주인공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기 때문이다. 다음 작품 역시 이렇게 잔잔하게 독자들에게 흘러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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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싫어서 오늘의 젊은 작가 7
장강명 지음 / 민음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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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지기 위해 닿았던 그 곳에 과연 행복은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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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혐민국
양파(주한나) 지음 / 베리북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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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첫 책: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기이한 여혐’ 현상에 대해 더 자세히 알 수 있었다. 한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여성 그 자체로의 권리를 주장하며 살아가는 일. 작가는 이를 계속해서 이야기하지만 읽는 독자로서 과연 내가 이 현상을 부럽다고만 받아들여야 하는건지 생각해봤다. 작가가 겪어온 일들은 지극히 정상적이고, 여성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들의 집합체다. 여혐민국에 살아가는 모든 여자들도 반드시 이 정상적인 환경을 누려야 하는 것이다. 선택이 아니고 의무다! 하루 앞으로 다가온 여성의 날, 이제 더 이상 뒤로 물러서지 않고 이렇게도 비정상적인 대우에 마주할 준비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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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 보바리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6
귀스타브 플로베르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200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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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미친 짓이다

엠마 루오는 처음부터 결혼해서는 안될 인물이었다. 그녀의 삶이 녹아있는 이 책이 초반부부터 결말부까지 있는 그대로 설명해주고 있다. 엠마가 정말 원해서 결혼을 한 것인지, 그녀의 아버지는 과연 샤를르가 찾아오기 전날 엠마에게 무슨 얘기를 했는지 알 길이 없다. 그녀에게 불현듯 찾아온 권태는 어쩌면 신의 섭리였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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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 제20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장강명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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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나간 모성애, 혹은 지독한 모성애

작가의 의도적이고 치밀한 플롯의 짜임 속에서 우리는 한 남자와 여자의 애틋한 마음, 그리고 그들의 뒤에서 잊혀져가는 한 ‘엄마’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제목인 <그믐>은 대단히 상징적이다. 그믐달은 살면서 꾸준히 관찰하고 깊숙이 들여다볼 만한 존재가 되지 않는다. (천문학자에게 있어서 예외일 수도 있지만.) 아니 어쩌면 그런 존재가 될 수 없다. 육지가 아닌 하늘에서 아주 짧은 시간에 떴다가 사라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런 그믐달은 작중 인물인 이영훈의 엄마의 속사정을 대변해주는 소재가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독자 개개인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은 총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어릴 적 살인을 저지르고 그 죗값을 스스로 치러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한 남자의 입장, 평범하디 평범한 삶을 살아가지만 그 삶을 끔찍하게도 저주하고 폄하하는 한 여자의 입장, 그리고 이 두 사람의 뒤에서 끊임없이 자신의 목소리를 토해내가며 이미 세상을 떠난 아들을 지키려고 하는 한 엄마의 입장이 있다. 개인적으로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엄마라는 인물을 이해하지 않았다. 오히려 욕하고 저주했다. 속을 끓였다. 어떻게 저런 삶을 아들 위한 삶이랍시고 살아갈 수 있냐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 뱃속에서 낳은 자식을 한 순간에 잃은 부모의 입장에서 세계를 바라본다면 그녀의 앞뒤가 맞지 않는 언행들에 대해서 감히 손가락질할 수 없다.
소설에 언급된 참담한 죄목 앞에서도 인물들은 사랑을 포기하지 않는다. 때문에 ‘사랑은 그 어떠한 잘못도 덮는다.’는 명제에 대한 질문에 대해 계속해서 생각해볼 수 있다. 그 남자는 이영훈의 엄마를 사랑했을까? 그녀는 남자를 진짜 자신에게 허락된 새아들이라고 여겼을까? 아직 2월 초일 뿐이지만, 단연컨대 최근 읽었던 작품 중 가장 인상 깊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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