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킬 수 있다 하더라도 한지, 너를 잃지 않을 수 있었을까<한지와 영주>는 필연처럼 느껴졌던 만남 뒤에 따라오는 이유 불문의 이별을 다룬 이야기다. 한국의 대학원생인 영주와 프랑스 수의사 한지는 한 수도원에서 봉사를 하다가 친밀해진다. 영주는 한지를 만난 뒤로 일기에 그의 이야기를 적으며 그를 생각한다. 하지만 어느 날 한지는 예고없이 영주와 ‘단절’되었다. 누구에 의한, 어떠한 이유의 단절인지는 알 수 없다.(아마 작가도 알 수 없지 않을까) 영주는 한지에게 다가가 단절의 이유를 들으려는 게 피해가 될 것이라 단정 짓는다. 한지와 영주의 이별은 마치 고전 작품에 흔히 등장하는 이별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준다. 그래서 영주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한지를 다르게 대할 수 있을지라도 그와 이별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동전의 앞면이든 뒷면이든, 모든 것은 헤어짐으로 귀결된다는 것.최은영 작가는 특별히 느껴지지 않을 수 있는 이야기를 정말 ‘특별하지 않은 방법’으로 묘사해냈다. 표제작이자 첫 등단작인 <쇼코의 미소> 역시 기법이나 플롯을 마법처럼 풀어내지 않았다. 그런데도 한 두 번, 이야기의 주변을 기웃거리게 되는 매력이 있다. <한지와 영주>가 첫 작품보다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어쩌면 나의 이전 경험들과 유사하다는 이유로 절절히 공감했기 때문,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될지라도 이야기의 주인공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기 때문이다. 다음 작품 역시 이렇게 잔잔하게 독자들에게 흘러오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