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켈러의 용서를 배우다 - 왜 해야 하며 어떻게 해야 하는가
팀 켈러 지음, 윤종석 옮김 / 두란노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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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와중이었지만 가장 어려운 건 용서라고 생각했다. 계속해서 세상의 이치로만 용서를 받아들이려 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책에선 거래적인 개념으로 명시되어있었다).

내가 용서하는 게 아니라 내가 믿는 분이 용서하시는 거다. 사실 사람이 누군가를 용서하고, 누구에게 용서 받을 자격은 없으니까.

이제껏 뭔가를 바라고 용서해왔던 모습을 돌아보며, 과연 그건 용서였을까, 그 말을 가장한 다른 좋지 못한 감정이 아니었을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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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의 신곡 - 영원의 구원을 노래한 불멸의 고전
단테 알리기에리 지음, 다니구치 에리야 엮음, 양억관 옮김, 구스타브 도레 그림 / 황금부엉이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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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이 쉽게 풀어쓰여서 잘 읽혔다. 읽기 전 예상한만큼 심오한 내용은 아니었지만, 단테의 생전 고민-억압과 고통에 따른 삶의 본질에 대한 것-이 녹아있었다. 베르길리우스 없이 천국에 입성한 단테가 의식의 흐름대로 써내려간 부분은 읽기에 비약적으로 느껴지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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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 박완서 작가 10주기 에세이 결정판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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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살 무렵부터 글을 쓰는 데 몰두한 작가의 삶이 전혀 녹록치 않았음을, 한 편 한 편의 에세이가 알려주는 느낌을 얻었다. 아들의 죽음, 손자에 대한 사랑, 바깥의 꽃을 바라보는 마음, 내 삶과는 전혀 무관한 이야기임에도 넓은 강에 물수제비를 던지는 듯한 울림이 있다. 현재 한국 여성 작가들의 귀감이 되는 저자의 이야기가 타계 13주기가 되는 해인 지금, 그저 직장 하나 다니는 데도 버거운 사람의 마음에 편안함을 안겨주고 떠난 느낌이 든다.

사람의 단면을 봤다면, 정반대에 있는 또 하나의 단면도 볼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 박완서 작가의 주장이다. 첫 에세이를 읽고 나는 참 '사람을 싫어하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는 걸 여실히 깨달았다. 끝까지 내 생각은 틀리지 않다는 것에서 그치니까. 그래도 인생의 끝은 행복으로 맺고 싶다는, 작디 작은 바람을 나 역시도 갖고 싶다. 인생에서 겪는 크고 작은 과정이 겨울에 부는 찬 바람 같다 할지라도. 나의 생각 외로, 그 바람이 봄까지 스며들진 않는다는 걸 알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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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든 - 완결판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지음, 강승영 옮김 / 은행나무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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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메이님 블로그에서 처음 알게 되었고, 곧장 도서관에 가서 빌려서 야금야금 읽었다. 꽤 분량을 차지하는 책임에도, 초반엔 어찌나 빨리 읽혔는지 모른다. 더불어 낮은 자존감에 대해 고민하던 나에 대해 나름의 위로가 되어주었다.

저자 헨리 데이빗 소로우에 대한 명성은 예전부터 들어만 왔지 직접 접해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자신의 가정적 백그라운드, 그 외 주변 환경과는 상반되는 ‘가장 최선의 청빈한 삶’을 추구하는 그였다. 세상과는 조금 다른 모습을 지닌 월든이라는 곳에서 생활하는 것에 대한 불안보다, 기존 세상에서는 얻을 수 없는 삶에서의 중요한 가치관을 얻게 된다고 피력한다.

우리 역시도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확립을 독립적으로 해나가며 사는 것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지만, 정보의 바다를 넘어 허리케인급의 세계에서 행동으로 보여주긴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 당장 나의 자릴 벗어나 월든에 오두막을 지을 수는 없지만, 정신 없고 늘 불안한 이곳에서 단 하나의 안식처를 오래 짓고 확장하는 태도가 필요한 건 사실이다.

아무리 육신의 풍족함을 가졌어도 공허함을 느끼는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아마 다 읽고 나면 조금은 풍족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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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엄마가 먹여 살렸는데 - 어느 여성 생계부양자 이야기
김은화 지음, 박영선 구술 / 딸세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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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술자인 박영선(가명) 씨의 딸이 저자다. 두 사람이 나누던 대화에서 딸은 이렇게 말한다. "엄마가 날 먹여 살린 정도가 아니라, 살렸다"라고. 영선 씨의 생애를 대화 따라 상상해보면 어떻게 기구한 삶을 살아내고 견뎌내셨지 하는 의문이 들 정도다. 사실 경외감도 있었다. 그렇다. (부)모가 자식을 먹여 살렸다는 말은 단순히 은유적인 표현에 그칠 수밖에 없다. 혈육으로 뭉친 자식이 있다면 그를 위해 얼마든지 목숨도 내놓을 각오를 하고 하루하루 살아간 것이다.

당장은 결혼 생각이(계획조차도) 없고, 주변에 기혼자가 한 두 명씩 생겨나고 있는 시점에서 영선 씨의 이야기에 깊게 공감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일단은) 같은 처지가 되어본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도 저자 은화 씨의 입장과 동일하게 어머니를 두고 있고, 아직까지 함께 살고 있기에 책을 읽으면서 우리 엄마 생각을 많이 했다.

영선 씨와 은화 씨도 갈등과 크고 작은 싸움의 연속 안에서 지냈겠지만, 내가 속한 가정도 피차일반이다. 하루에 한 번도 안 싸우고 지나가면 오히려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친하고 가까운 사이일수록 싸움을 달고 지내는 건 너무도 당연지사인 것 같다. 그럼에도 우리 엄만 나와 내 동생을 먹여 살렸다. 아니 살렸다. 상반기 내내 스스로 수렁을 만들어 갇혀있을 때도, 그 어둑한 곳에서 빠져나와 양지로 나가라고 불러준 사람은 바로 엄마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아는 엄마의 모습에서 멀어지는 것 같다 느끼며 슬퍼할 수도 있겠지만, 하루하루 엄마와 나누는 대화에서 인생의 의미를 알아가는 것에 중심을 두고 싶다. 일단 하루빨리 일적인 보금자리를 찾는 게 급선무지만, 언젠가 꼭 화실을 다니며 그림을 그리고 싶다던 엄마의 꿈을 이뤄주고 싶다.

P.S. 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라는 말을 믿지 않는다는 저자의 말에 동감한다. 다시금 벼랑 끝에서도 자신의 살 길을 개척하는 세상의 모든 여성에게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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