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갭의 샘물 (어나더커버)
나탈리 배비트 지음, 윤미숙 그림, 최순희 옮김 / 오늘책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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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욕심내는 것이지만, 아무도 가져서는 안되는 것. 청소년 동화이지만 어른에게도 울림을 주는 이야기는 오랜만이다. 


위니와 터크 가족의 여정을 따라가며 떠올랐던 단어는 '순리'였다.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들어가는 나이를 거스르는 것은 어찌 보면 인간에게 유혹적이다. 영원한 젊음을 누리고, 남들과는 다른 삶을 살 수 있다는 생각에 뿌듯함을 느낄지도 모른다. 하지만 터크 가족이 누린 그것-순리를 거스르는 유혹적인 무언가-이 삶의 전적인 행복을 가져다주지는 못했다. 그래서 위니에게도 샘물을 권하지 않았다.


두 쪽으로 대립한 인물들이 동등한 사건과 충격을 겪었지만, 그래도 위니는 삶에 있어 현명한 선택을 했다. 그건 유혹에도 불구하고 결국 순리를 따른 것이다. 이 세계는 오롯이 나의 주기만 계획하는 걸로 흘러가지 않는다. 원인이 부재한 결과는 없는 것과 같은 결이다. 터크 가의 제시보다 어린 위니는 그 사실을 진작에 깨우친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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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을 때려치운 여자들 - 서로의 레퍼런스가 된 여성들의 탈직장 연대기
이슬기.서현주 지음 / 동아시아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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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은 생각보다 넓은 차원의 개념이다. 기본적으로 밥벌이 수단이 되지만, 한편으로 미래에 이룰 꿈을 향한 길이 되기도 한다. 그렇기에 책에 나온 '직때인(직업을 때려치운 사람)'들은 단순 퇴사한 사람들로 정의할 수 없다. 혹자에게는 의원 면직, 퇴사, 잠시 멈추는 것이 디딤돌이 되기도, 꿈을 찾게 해준 요소가 될테니.


특히 1장의 'K-도터'들의 선택에 대한 부분은 괜히 읽으면서 마음이 아팠다. 다행히 지금의 직종에서 근무하게 된 것에는 오롯이 내 선택이 컸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지만, 생각보다 원대한 꿈을 펼치지 못했던(혹은 펼칠 수 없었던) 여자들이 훨씬 많았다는 게 지금도 안타깝다.


그러나 공저자, 수많은 인터뷰이들이 직업을 때려치웠다고 해서 돈을 버는 행위, 나아가 삶을 영위하는 행위를 포기한 건 절대 아니다. 이 사실 자체만으로도 많은 귀감이 되지만, 일련의 실패처럼 보이는 경험을 얻은 후에 각자의 길을 만들어내는 모습이 열정적으로 느껴졌다. 전에 없던 선례를 당당히 만들어나가는 모습도, 나에게는 없어서 꼭 닮고 싶다-하며 지나갔다. 


조금 욕심을 내자면, 사회의 구조가 책에 나왔던 여러 이야기를 수용할 수 있도록 조금씩 변화되었으면 좋겠다. 나 혼자 이런다고 달라질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이 공간에 적는 글을 보는 사람들에게 갈 영향, 내가 완독한 후에 느낀 소회가 어느새 다 젖게 만든 가랑비와 같은 역할을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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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켈러의 용서를 배우다 - 왜 해야 하며 어떻게 해야 하는가
팀 켈러 지음, 윤종석 옮김 / 두란노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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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와중이었지만 가장 어려운 건 용서라고 생각했다. 계속해서 세상의 이치로만 용서를 받아들이려 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책에선 거래적인 개념으로 명시되어있었다).

내가 용서하는 게 아니라 내가 믿는 분이 용서하시는 거다. 사실 사람이 누군가를 용서하고, 누구에게 용서 받을 자격은 없으니까.

이제껏 뭔가를 바라고 용서해왔던 모습을 돌아보며, 과연 그건 용서였을까, 그 말을 가장한 다른 좋지 못한 감정이 아니었을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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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의 신곡 - 영원의 구원을 노래한 불멸의 고전
단테 알리기에리 지음, 다니구치 에리야 엮음, 양억관 옮김, 구스타브 도레 그림 / 황금부엉이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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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이 쉽게 풀어쓰여서 잘 읽혔다. 읽기 전 예상한만큼 심오한 내용은 아니었지만, 단테의 생전 고민-억압과 고통에 따른 삶의 본질에 대한 것-이 녹아있었다. 베르길리우스 없이 천국에 입성한 단테가 의식의 흐름대로 써내려간 부분은 읽기에 비약적으로 느껴지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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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 박완서 작가 10주기 에세이 결정판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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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살 무렵부터 글을 쓰는 데 몰두한 작가의 삶이 전혀 녹록치 않았음을, 한 편 한 편의 에세이가 알려주는 느낌을 얻었다. 아들의 죽음, 손자에 대한 사랑, 바깥의 꽃을 바라보는 마음, 내 삶과는 전혀 무관한 이야기임에도 넓은 강에 물수제비를 던지는 듯한 울림이 있다. 현재 한국 여성 작가들의 귀감이 되는 저자의 이야기가 타계 13주기가 되는 해인 지금, 그저 직장 하나 다니는 데도 버거운 사람의 마음에 편안함을 안겨주고 떠난 느낌이 든다.

사람의 단면을 봤다면, 정반대에 있는 또 하나의 단면도 볼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 박완서 작가의 주장이다. 첫 에세이를 읽고 나는 참 '사람을 싫어하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는 걸 여실히 깨달았다. 끝까지 내 생각은 틀리지 않다는 것에서 그치니까. 그래도 인생의 끝은 행복으로 맺고 싶다는, 작디 작은 바람을 나 역시도 갖고 싶다. 인생에서 겪는 크고 작은 과정이 겨울에 부는 찬 바람 같다 할지라도. 나의 생각 외로, 그 바람이 봄까지 스며들진 않는다는 걸 알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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