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 제20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장강명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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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나간 모성애, 혹은 지독한 모성애

작가의 의도적이고 치밀한 플롯의 짜임 속에서 우리는 한 남자와 여자의 애틋한 마음, 그리고 그들의 뒤에서 잊혀져가는 한 ‘엄마’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제목인 <그믐>은 대단히 상징적이다. 그믐달은 살면서 꾸준히 관찰하고 깊숙이 들여다볼 만한 존재가 되지 않는다. (천문학자에게 있어서 예외일 수도 있지만.) 아니 어쩌면 그런 존재가 될 수 없다. 육지가 아닌 하늘에서 아주 짧은 시간에 떴다가 사라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런 그믐달은 작중 인물인 이영훈의 엄마의 속사정을 대변해주는 소재가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독자 개개인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은 총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어릴 적 살인을 저지르고 그 죗값을 스스로 치러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한 남자의 입장, 평범하디 평범한 삶을 살아가지만 그 삶을 끔찍하게도 저주하고 폄하하는 한 여자의 입장, 그리고 이 두 사람의 뒤에서 끊임없이 자신의 목소리를 토해내가며 이미 세상을 떠난 아들을 지키려고 하는 한 엄마의 입장이 있다. 개인적으로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엄마라는 인물을 이해하지 않았다. 오히려 욕하고 저주했다. 속을 끓였다. 어떻게 저런 삶을 아들 위한 삶이랍시고 살아갈 수 있냐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 뱃속에서 낳은 자식을 한 순간에 잃은 부모의 입장에서 세계를 바라본다면 그녀의 앞뒤가 맞지 않는 언행들에 대해서 감히 손가락질할 수 없다.
소설에 언급된 참담한 죄목 앞에서도 인물들은 사랑을 포기하지 않는다. 때문에 ‘사랑은 그 어떠한 잘못도 덮는다.’는 명제에 대한 질문에 대해 계속해서 생각해볼 수 있다. 그 남자는 이영훈의 엄마를 사랑했을까? 그녀는 남자를 진짜 자신에게 허락된 새아들이라고 여겼을까? 아직 2월 초일 뿐이지만, 단연컨대 최근 읽었던 작품 중 가장 인상 깊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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