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의 차별과 억압
최봉영 지음 / 지식산업사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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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년 처음으로 최교수의 글을 읽은 이후로, 나는 그의 팬이 되었다.

그의 글을 좋아하고, 그의 글을 되새겨 읽는 것을 즐겨하는 것으로 팬이 되었다 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의식하는 문제를 나도 비슷하게 의식하고 있다는 뜻에서, 한국사회에 사는 동시대인으로 내가 표출하고픈 문제의 현상과 그 발단, 원인을 찾기 위한 틀을 우리 역사와 우리 문화에 뿌리를 두고 제시하는 참으로 드물고 희귀한 기회를 제공해준다는 것을 감사한다는 뜻에서 그의 팬이라고 해도 상관없겠다.

그러나 그의 팬이 된다는 것은 기쁘고 즐거운 일이 아니다. 그는 한국사회의 문제의 뿌리를 건성으로 건드리지 않는다. 외국의 저명하신 학자나 이론가를 끌어들여 이론적 정당성을 찾고자 하지 않으며 모호한 수치나 통계를 이용해 실험실의 가정을 현실로 가장하려는 "학자"스러운 행위를 그는 하지 않는다. 하여, 맨 몸을 드러내듯 이 생각과 저 습관의 민족사적 연원을 뿌리 뽑아 설명하는 그의 논리를 접하면, 식은 땀이 흐르고 소름이 돋는다. 그것은 비탄으로, 부끄러움으로, 낙망으로, 그리고 때로는 열망이자 대안으로 그와 함께 고민해야만 소회 한 마디를 할 수 있는 깊은 고민으로 남는 탓에 그의 팬이 된다는 것은 결코 즐겁지 않다.

존비어체계라는 아주 오래된 주제를 헐거운 분석으로 넘겼던 나에게 그가 준 이 한 권 책의 고민은 아주 오래 갈 듯하다. 나는 너무나 많은 차별과 억압을 비굴하게 참아왔으며, 나는 너무나 많은 차별과 억압을 오만하게 저질러 왔다. 나도 모르게 또는 알면서도 외면하며 그래왔다. 이것은 생생한 현실이고, 반복되는 그의 설명이 가슴에 못을 박듯 절절히 울린다.

나는 아무런 대안을 생각하지 못한 채, 그저, 아이들에게 조용히 말을 높여 불렀다. 울컥 눈물이 솟았다. 아이들이 아빠를 존경하며 부르듯, 나도 아이들을 사랑하며 높여 부를 수 있음을, 안다고 말하면서 이 작은 실천을 하지 않았었다. 대안은...나도 모르겠다. 그러나 비굴하지 않고, 오만하지 않고 호혜평등의 세상을 실현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하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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