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과 고구려가 죽어야 민족사가 산다
김성호 지음 / 월간조선사 / 2002년 5월
평점 :
절판


『단군과 고구려가 죽어야 민족사가 산다』라는 김성호씨의 책은 그의 전작들인 비류백제의 기원과 한일 성씨의 기원에 이어지는 책이다. 그러나 그 연구들에서 특별히 더 나가지 않은 내용으로 책을 낸 의도가 좀 의심스럽다. 아니나 다를까 이 제목으로 월간조선이 발행했다!

단군과 고구려의 계승자로 자처하는 북한에 비해 남한이 정통성이 있다는 비유를 김성호씨의 씨성으로본 민족구성에서 빌려오고 있는 것이다. 가소롭기 그지 없는 월간조선의 발상법에 정말 계속 웃음만 나온다. 김성호씨가 자기 입으로 조갑제씨의 도움을 받았다고 했으니, 설령 순진해서 당한 것이라 해도 이 책임은 김성호씨도 져야한다.

고구려와 단군을 계승했으면 남북한이 다 한 것이고 계승 안했으면 다 안한 것이지, 이제와서 북한이 단군릉이니 뭐니 하니 북한은 단군과 고구려의 계승자라고 '인정'하는 그 사고방식에서부터 문제다. 오히려 김성호씨는 비류백제가 바로 전통적인 왜족이라고 밝힌 사람이다. 그렇다면 우리 민족구성은 왜족도 포함되어 있는 것이니, 일선동조론인가? 조갑제는 일선동조론/기마민족론자인가?

2000년전에 벌어진 종족간의 이합집산을 20세기 민족사에 연결하려는 시도는 좀 고급스럽게 진행될 필요가 있다. 나는 그 점에서 오히려 씨성을 근거로 한반도의 다양한 종족적 연원을 밝힌 김성호씨의 연구가 '단일민족론'을 해체하는 효과 때문에 그에게 주목한 것이다. 월간조선의 조갑제씨가 생각하듯, 우리는 신라의 후계이고 북한은 고구려의 후계라서 신라가 정통이라는 바보같은 생각은 좀 버려야하지 않겠는가. 갑제씨가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려말선초에 집단적으로 이주하기 시작한 '왜구'의 정체를 밝힌 김성호씨의 『씨성으로 본 한일민족의 기원』을 읽어보는 것이 좋겠다. 조갑제씨는 아마 오족왜인 출신이니까 기마민족하고는 상관없을 것이다. 왜 남의 조상을 들먹거리며 난리인가, 박혁거세의 후손으로서 경고하는 바이다.

전작들에 후한 평가를 주었던 나는 이 책이 좀 난감스럽고 아프다. 특히 '김유신 암살론'에 가면 역사적 상상력을 넘어서는 억측이 난무하는데, 여기에 오면 정말로 아프다. 그리고 아쉽다. 고대사의 비밀의 열쇄인 '왜족'을 밝혀내는데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다고 평가한 김성호씨가 좀 오버한 감이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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