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그리 정신
찰스 핸디 지음, 노혜숙 옮김 / 생각의나무 / 2002년 1월
평점 :
절판


우선 평점에 대해 한 마디 해야겠다. 별 세 개라는 것이 이 책의 가치를 평가한 것은 결코 아니다. 순전히 내가 이 책을 이해한 정도를 표시한 것이다. 차라리 더 어려웠다면 이해하기 쉬웠을 이 책은 매우 평이하고 담담한 글로 몇 가지 주제를 이야기하는데 나는 그것을 일관성 있게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 책에 일관된 주제가 있다면 '희망이 있는 자본주의적 경제체제'라고 억지로 붙여놓아도 좋겠다. 저자의 목소리는 경제학자 답지 않게 매우 잔잔하다. 마치 최고경영자의 은퇴후 회고록을 보는 듯한 느낌이지만 거기에 비한다면 지극히 사회적인 교수의 목소리가 배어나와 정체성을 느끼게 해준다.

반면 경제철학자라는 그의 직업에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경영학자의 목소리를 더 많이 들을 수 있었던 것에 대해 나는 상당한 혼란을 느끼는 모양이다. 아마 선입견이겠지, 경제학자가 회사와 기업과 효율과 효과를 이야기하고 혁신과 생산성과 창의성을 이야기한다는 것이 뭐 그리 특별한 일이더란 말인가. 그것은 경영학이라기보다 경제학이 더 가깝다...왜 너는 아담스미스와 슘페터와 칼 맑스만이 경제학자라고 생각하는가.

그러나 영국 노동당이 펼치려는 '제3의 길'과 비슷한 최소한의 윤리와 책임이 있는 자본주의의 이야기를 듣다가 갑자기 기업의 효율과 생산성을 높이는 조직을 읽다가 다시 환경문제와 사회적 분배의 실패 이야기를 듣다가 또 다시 혁신기업의 사례를 읽는 이 기이한 탐험이 나는 너무 낯설다. 아마도 그만큼 이 책이 독특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리라.

종종 그의 한 마디는 천민 자본주의에서 허덕이는 대한민국의 국민(시민이 아닌)인 나에게 천국의 목소리처럼 들리기도 할 정도로 건전하고 따스한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의 대안을 설명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거기에는 지금의 자본주의를 길러낸 극단의 효율과 최고의 추구에 대한 당연한 반성이 생략된채 혁신적인 최고의 기업이 사례로 나오면서 대안적인 기업모델로 제시된다. 정말 내가 모자란 놈일까. 꽉 막힌 흑백론자일 뿐일까.

하지만 이 책을 꼭 나처럼 읽을 필요는 없겠다. 하나의 단면 단면을 본다면, 이 책은 기업운영자들이 보는 경제지가 극찬하는 면도 가지고 있지만, 자본주의 비판과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온건한 개혁론자들이 써먹을 만한 많은 아이디어들이 함께 실려있다. 아마 미래에 대한 전망에 가면 자본주의적 효율과 건전한 자본주의의 유지가 결코 다른 문제가 아님을 확신하는 저자의 논지가 가슴에 와닿는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정말 나에게는 독특한 체험이다.

'영국 노동당보다 약간 좌파적인 시각'일 듯하다는 내 판단이 틀리지 않기를 진정으로 바라지만 확신은 들지 않는다. 물론 자본주의를 절대신으로 섬기기는 사람에게나 급진적인 사회주의자에게는 한마디로 헛소리일 것이고, 최소한 오늘을 아파하고 내일을 꿈꾸는 사람들에게는 한 번 되돌이켜볼 아이디어가 많이 많이 실려있다는 점에서 '사람에 따라서는' 추천할만한 책이 아닐런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