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 속의 암호 - 신들의 귀환, 신의 3부작 2
에리히 폰 대니켄 지음, 이영희 옮김 / 삼진기획 / 2001년 11월
평점 :
품절


이 책의 첫째 단원은 놀랍게도 '소설'이다. 『성 베르리츠의 돌』이라는 짧은 글인데, 데니켄이 하고픈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 소설이 은유하는 것이 바로 현대인류의 초고대에 대한 태도다. 대파멸 이후 어렵게 살아남은 종족들이 지식과 기술은 전수하는데 얼마나 큰 어려움을 겪었는지 현대 인류는 상상하기 힘들 것이고, 그래서 전설과 신화로 흘러온 것들을 순진한 고대인들의 상상으로 넘겨버리지만, 알고보면 그것은 우리의 미래일지도 모른다는...

데니켄이 쓴 『미래의 수수께끼』로 그를 처음 만났던 때보다는 많은 초고대와 미스테리 관련 도서가 쏟아져나왔지만, 그래서 그의 글들이 이제는 좀 거칠다고 느껴지기도 하지만 여전히 그는 선구자다. 불행하게도 이 방면에는 텍스트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데니켄의 책이 기본서라고 주장할 근거는 없지만, 그래도 이 분야를 연구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예의상 데니켄 한 권 정도는 읽어야하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 내 생각이다.

차라리 입문하는 사람에게는 길게 쓴 그레이엄 행콕의 책들 보다는 데니켄의 횡설수설이 더 재미있다. 그의 변명처럼 자신의 저서를 처음부터 읽지 않은 사람을 위해 했던 이야기들을 모두 할 수는 없기 때문에 듬성듬성 엮을 뿐이라고는 하지만, 맹성렬이나 김진영 형제와 비교해봐도 책을 엮는 기술과 정성이 모자란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데니켄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는 노구를 이끌고 여전히 초고대의 정확한 진실을 찾아 헤메고 있다. 비록 이 학문은 결론이 나지 않을 것이어서 당대에 끝을 보기는 힘들겠지만...

그러나 생각해보라. 100년 전에 현대물리학은 '애들이 하는 잠꼬대' 취급을 받았고 신화학과 성경의 접목은 사문난적으로 몰렸다. 데니켄의 이야기들이 평가받는 날들이 오는 날, 그날은 우리 지구인류가 새로운 차원으로 개화하는 날이 틀림없다. 내 느낌으로는 별로 멀지 않았다...

데니켄은 이 책에서 성경에 나오는 여러가지 서술들을 근거로 인류가 과학물질문명을 보유한 외계인들과 접촉했다는 것을 재구성해간다. 종교적 편견을 가지지 않고 읽어가면 수긍이 가는 이야기들이다. 그러나 우리가 그것을 읽을 수 있게 된 것은 우리의 과학기술문명이 그것을 이해할 수 있는 단계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유대인들의 역사기록인 성서는 현재 천주교와 개신교의 경전이자 그 일부는 이슬람의 성전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책 속에 나오는 이런 이야기들을 데니켄처럼 분석하는 행위와 그 결론이 신앙인들에게 못마땅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찬찬히 생각해보라, 우리 인류가 하느님을 어느 수준으로 해석해낼 수 있을 것인지. 우리 인류는 현재 수준에서 하느님을 해석하고 믿을 뿐이다. 그리나 그것이 하느님의 모든 형상과 내용이라고 우격다짐할 수 있을까?

데니켄은 신을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성서에 나오는 이야기들을 객관적인 사실로 볼 경우, 여기에 출현하는 사람(?) 또는 실체(?)들은 결코 우리가 신앙하는 신의 모습이 아니라는 것이다. 인류의 무지가 강력한 힘을 지닌 외계인을 신의 모습으로 떠받들었을 수 있다는 아주 당연한 가정을 하고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쓴 『개미』라는 소설에서도 철없는 어린아이가 개미와 교통할 수 있는 언어제조기를 이용해 개미들의 신으로 군림하고, 개미들은 그 강력한 이름, '손가락 神'을 신앙한다. 어쩌면 그 모습과 그렇게 꼭같을 수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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