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정원 - 상
황석영 지음 / 창비 / 200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황석영의 <오래된 정원>을 모두 읽었다. 햇살이 따거운 차창가로 '잘가요, 여보'라는 글이 내 눈 안으로 들어오고, 나는 순간 이 책을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부터 참았던 듯한 울음을 터트렸다. 내 스스로는 감잡기 힘든 깊은 슬픔으로 눈물줄기가 한참을 타고내려 나는 책을 덮고있어야했다.

하긴 내 눈물의 의미는 대부분 신파조의 것이리라. 내가 이 소설이 말하는 동시대인의 사회적 삶에 공감하면 얼마나 공감할 것이며, 허구라는 소설에 빠지면 얼마나 빠졌을 것인가. 그저 나는 감옥 안과 밖에서 서로 만나지 못한채 저렇게 한 인생을 살아버린 주인공들의 애닲은 사연에 목이 메었을 뿐이리라.

허나 순간순간 내 기억을 스치고 지나가는 것들은, 내가 겪었던 80년대와 내가 겉돌며 지켜보았던 그 활동가들의 삶이 적어도 헛것을 보거나 나만의 공상은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그 삶은 치열했고, 하다못해 병정놀이 같은 일상의 연속이었다하더라도 그런 계란으로 바위치기가 오늘 내가 누리는 이런 최소한의 자유가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소설에서 그런 정언적인 확신을 느낀다면 그건 감정이 메말랐다는 증거일테고, 오히려 황석영의 서정성은 운동가들의 삶과 사랑도 바로 '사람의 그것'임을 느끼도록 한다. 역사 속에서 특별히 분리되어 '무슨 권'으로 설명해야할 필요가 없는, 사람의 삶이라는 이야기다.

아직도 이들의 행동을 일상에서 벗어난 기괴한 운명적 삶으로 인식하는 우리 시대를 향해, <오래된 정원>은 그것이 더욱 깊어진 사람의 삶이라는 점을 분명히 설명해주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때로 다른 연애소설보다 더 깊은 마음의 슬픔을 그릴 수 있음도 아울러 이야기하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